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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평점 :
오션 브엉은 베트남계 미국 이민자로 성소수자다. 자전적인 이 소설에서 그것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어머니의 폭력과 이민자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일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는 슬픔 그 모든 것이 이 소설에 있다. 그러나 내게, 이 소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작가 자신이 그 모든 걸 아름답게 기억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_P.28
엄마, 당신은 어머니예요. 괴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죠. 그게 제가 엄마를 외면하지 않는 이유예요. 그것이 제가 신의 가장 외로운 피조물을 지니고 와 그 안에 엄마를 넣어둔 이유죠.
보세요.
_P.34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너무 가치가 없어 건드리지 않고 살려둘지 모를 어떤 것을 딴 이름을 지어주는 일이죠. 공기처럼 희미한 이름도 방패가 될 수 있는 거예요. 리틀독 방패.
_P.130
’죄송해요‘는 이 사람들에게 있어, 남아 있기 위한 여권이었어요.
_P.148
색깔들이 있었어요, 엄마. 네, 제가 그 애와 함께 있을 때면 느껴지던 색깔들이 있었어요. 단어들이 아닌, 미묘한 색조들, 반그림자.
_P.229
”헬로“ 그 애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말해요. 우리는 우리가 만난 직후에 그렇게 인사하기로 했었어요. 이미 친구들이 약물 과용으로 죽어가고 있으니, 서로에게 절대 ’잘 가‘ 혹은 ’잘 자‘라고 인사하지 않기로 말이죠.
_P.286
비포장도로 옆, 거의 40년 전 엄마를 안고 서 계시던 할머니의 코앞에 M16이 겨누어졌던 그 도로와 다를 게 없을 그곳에서, 저는 은퇴한 가정교사이자 채식주의자, 대마초 재배자이자 지도책과 카뮈의 애호가인 저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첫사랑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을 다 마치시도록 기다려요. 그러고는 랩톱을 닫아요.
_P.310
그래요. 전쟁이 있었죠. 그래요. 우리는 그 진원지에서 왔고요 그 전쟁에서 한 여인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선물했어요. 란, 여인은 그 이름을 지으며 스스로가 아름답다는 것을 주장했고, 그다음 그 아름다움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로 만들었어요. 그로부터 딸 하나가 태어났고, 그 딸에게서 아들 하나가 태어 났어요.
P.310
그래요. 전쟁이 있었죠. 그래요. 우리는 그 진원지에서 왔고요 그 전쟁에서 한 여인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선물했어요. 란, 여인은 그 이름을 지으며 스스로가 아름답다는 것을 주장했고, 그다음 그 아름다움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로 만들었어요. 그로부터 딸 하나가 태어났고, 그 딸에게서 아들 하나가 태어 났어요.
지금껏 저는 저 스스로에게 우리가 전쟁으로부터 태어났다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제가 틀렸었어요, 엄마. 우리는 아름다움으로부터 태어났어요.
누구도 우리를 폭력의 열매로 오인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 폭력, 그 열매를 관통했던 폭력은 열매를 망치는 데 실패했어요.
✦ 인플루엔셜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