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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평점 :
백 년의 시간차로 에밀리 브론테의 두 번째 원고를 찾는 오펄린과 헨리. 또 백 년의 시간차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오펄린과 마서. 자신을 억압하고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남자에게서 도망쳤으면서 왜 또 남자를 찾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으니 그것 또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펄린의 말이 옳았다. 나는 강해졌다. 그렇다고 이기적으로 내 생각만 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더 차분하고 지혜로워졌다. 드디어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마친 것처럼.(P.466)
_P.126
그때의 그 남자는 평소의 셰인이 아니었다. 내가 사랑에 빠졌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질투심에 잠시 정신이 나갔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이야기를 우리 둘 다 믿었다. 그해 여름 나는 시험에 떨어졌고, 그때를 마지막으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셰인과 다시 사귀기로 했다고 말했을 때 룸메이트들의 눈빛이 어땠는지 생생히 기억난다. 배신감을 느끼고 당혹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어떻게 자기를 때린 남자에게서 달아났다가 다시 돌아갈 수 있지? 나는 그들의 비난 어린 눈빛을 견딜 수 없었다. 결국엔 그들이 옳았으니까. 그의 약속은 무의미했고, 그를 믿은 난 더 멍청한 바보였다.
_P.176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게 뭘까?“ 정답은 ’선택‘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택 역시 선택이니까.
난 너무 무서워서 대학에 등록하지 않기로 선택했었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건, 제자리에 틀어박히겠다는 이 결정이 내 능동적인 선택이라는 점이었다. 이 사실이 훨씬 더 무서웠다.
_P.328
분노한 남성은 주도권을 잡는 반면, 분노한 여성은 실성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나는 잠자코 있기로 하고 호흡을 고르는데 집중했다.
_P.407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매일 말해주지 않은 게 후회되는구나. 그때 나는 온전히 살아 있던 게 아니었는지도 몰라. 살아가는 척만 하고 있었던 거지. 자신의 일부를 숨겨두고 있으면 그렇게 돼버려. 아무튼, 너도 알았으면 해서 말해주는 거야. 넌 언제나 충분했단다, 마서. 그저 주위 사람들이 못 알아본 거야, 자기들이 너무 힘드니까 남을 살필 여유가 없어서.“
✦ 인플루엔셜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