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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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가 재개봉했고, 영화를 보러 가는 지하철에서 『바움가트너』를 읽었다. 소설과 영화는 사랑하는 이의 상실을 다룬다. 소설에서 신체가 절단된 사람이 겪는 환지통을 언급하는데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도 그들은 살아간다. 그 고통을 때때로 느끼면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도 영화 속 가족과 애나를 잃은 바움가트너가 주어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걱정하는 일들은 일어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건 성격 나쁜 신만이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_P.41
왜 내가 아니어야 하나요? 사람들은 죽어요. 젊어서 죽고, 늙어서 죽고, 쉰여덟에 죽죠. 다만 나는 애나가 그리워요, 그게 전부예요. 애나는 내가 세상에서 사랑한 단 한 사람이었고, 이제 나는 애나 없이 계속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해요.
_P.66
바움가트너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_P.219
탁월한 합리주의자들이 오랜 세월 우리에게 말해 온 것과는 달리 신들은 우주와 주사위 놀이를 할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그들다워지기 때문이다.

✦ 열린책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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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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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대한 얘기일까.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일까. 해리아에 대한 이야기일까. 너무 궁금하다. 지수에게 5년 동안 끝없이 이어진 지옥이란 무엇일지 빨리 출간본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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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파올라 퀸타발레 지음, 미겔 탕코 그림, 정원정 외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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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작은 행운을 찾다 보면
하루의 끝에서
반갑게 밤을 맞을 수 있을 거예요.

봄과 어울리는 노란색이 잔뜩 있어 공원에 가서 읽었다. 글은 마치 시를 읽는 거 같았다. 하루를 살아내는 건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문학동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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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
김영탁 지음, 엄주 그림 / 안온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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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있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궁금하고 더 나은 것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더 나은 미래를 노력한 사람 모두 공평하게 갖진 못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얻지 못해서 실패일까. 그것을 실패라 바라보는 시선이 더 많을지라도 내가 했던 것들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러니 괜찮다는 위로가 느껴졌다. 파랑, 검정, 아주 조금의 노랑과 초록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매우 생동감 있어 마지막에 더 울컥했다.

✦ 안온북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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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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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좀 느리게 읽는데 책에 집중할 수 없는 시기여서 급하게 읽게 되어 아쉽다. 그래도 시인의 다정함이 느껴지는 에세이를 읽으며 내 기억들이 떠올라 좋았다. 손톱에 봉숭아 물들일 때 주변에 바셀린을 발라주던 나의 엄마. 서랍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엄마의 반지를 껴보던 어린 나. 그리고 14살 사랑이와 매일 산책하는 날들.(어제도 비를 맞으며 산책을 했지) 그리고 최근에 새로운 노트를 사서 메모도 일기도 아닌 것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다 쓸 수 있기를.

_P.76
사랑하는 사람들아, 죽지 말고 살자. 당신들의 목소리가 나를 살린다.
_P.84
무엇을 쓸지 막막할 땐 엄마가 내뱉은 한마디, 언젠가 가보았던 공원과 주민센터, 나만 할 것 같은 공상을 떠올려 보면 좋아요.
_P.115
여태까지 한 번도 책을 버려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파지처럼 길가에 내놓는 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솎아내리라, 그렇게 마음을 먹었으면서도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_P.120
엄마는 손톱 주변의 살갗이 물들지 않도록 바셀린을 발랐다. 그다음에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둔 비닐 랩을 손가락에 감싸고 잠투정에 벗겨지지 않도록 굵은 실로 살짝 묶어주었다.
_P.128
이따금 엄마의 목걸이를 하고 외출한다.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날이나 울적한 날에. 하나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 버려야만 했던 엄마의 무수한 미래를 가늠해보면서. 그러나 어느 쪽이든 내가 알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건 엄마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열었던 미래로 인해 내가 태어났다는 것뿐이다. 목에서 찰랑거리는 펜던트의 촉감을 느낀다. 나의 탄생 이전부터 시작된 시간이 나를 구슬처럼 꿰고 지나간다.
_P.270
어찌 되었든 나에겐 이날밖에 없다는 것. 내가 맞이 한 오늘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고 오로지 단 하루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 그 단상을 곱씹다가 어떤 페이지도 찢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 삶이 추하게 느껴지는 날에 대해 썼더라도,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 맨얼굴처럼 드러나도 없애거나 버리지 말자고. 나는 그곳에 어젯밤부터 구상했던 시의 문장을 이어서 쓰고 가름끈을 올려두었다. 내일 다시 열어볼 수 있게.

✦ 현대문학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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