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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 ㅣ 환상하는 여자들 2
브랜다 로사노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평점 :
"그러니까 이게 어디서 오냐면 말이지, 여자들은 모두 자기 안에 마녀 같은 면을 조금은 품은 채로 태어난단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지."(P.131) 직감을 무시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걸 살아가며 느낀다. 그리고 가족이 그런 것들을 대신 느껴주는 그런 순간이 있다. 내 첫 생리 전 언니가 꿨던 내가 임신하는 꿈이라던가, 엄마가 딸에 대해 느끼는 어떤 직감들은 거의 맞는 법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생존자가 되기보다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중요할 뿐이다.
_P.32
어머니는 꼿꼿하셨고 매일 일하셨어요. 늘 위에 계셨지요. 아래도 아닌, 중간도 아닌, 언제나 위에 계셨어요. 어머니는 내 여동생 프란시스카처럼 말수는 적었지만, 내가 남편을 여의었을 때 내게 말씀하셨지요. 딸아, 고개를 들거라, 어미처럼 일하거라, 세상 모든 여자처럼 열심히 일하거라, 세상 모든 여자처럼 앞으로 나아가거라.
_P.96
"벼룩 문제는 보기보다 더 심각하기 마련이야, 조에. 그거 아니, 유리병에 벼룩을 한가득 넣으면 벼룩들은 뛰어오르다 뚜껑에 부딪치지. 뚜껑 높이까지 계속 뛰어오르거든. 왜냐하면, 걔들은 벼룩이고 벼룩이 하는 일은 뛰어오르는 거잖니. 그런데 네가 뚜껑을 없애도 걔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한계까지만 뛰어오른단다. 뚜껑이 없어졌다는 생각을 못 하거든. 남성우월주의적으로 굴러가는 체계 안의 문제도 똑같아. 너도, 레안드라도 한계에 부딪치는 벼룩이 아니야. 조에, 명심하거라. 너희는 원하는 만큼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단다. 유리병에 뚜껑이 있다면, 너희가 직접 없애는 거야."
_P.119
세상에는 버러지 같은 자들이 있습니다. 그 버러지들에게는 이름이 없지요. 성경에도 버러지 같은 자들은 있는 법입니다. 그들은 마을에도 있고, 모든 언어와 시대에 존재합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여자들의 배 속에서 나올 테지만, 내게 그들은 이름 없는 존재들이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_P.220
이어서 마취의가 들어왔다. 축 늘어진 속눈썹에 처진 눈썹, 화장기 없는 얼굴에 짧은 머리, 수녀 같은 분위기와 강한 로션 냄새를 풍기는 여자였다. 그것이 그날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냄새로, 길에서 똑같은 로션 냄새를 맡기라도 하면 매번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여자는 역설적이게도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100에서 1까지 거꾸로 숫자를 세어보라고 했고, 숫자를 서너 개 정도 말했을 뿐인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정신이 들자 손톱에 샤넬 로고를 박은 여자가 이제 끝났다고, 조금 쉬다가 집에 가면 된다고 했다.
_P275
우리 가족 안에서 문제아 역할은 언제나 레안드라의 몫이었다. 아빠는 레안드라가 학교에서 퇴학당할 때마다 괴로워했고, 엄마는 그 애가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권위에 대들며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힘들어했다. 엄마 마음 깊숙한 곳에는 레안드라가 어떤 사람인지 신뢰 하는 구석이 있었지만, 아빠는 레안드라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음에도 행실 때문에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할까 봐 진심으로 걱정했다. 내 동생은 폭탄이었고, 한 집안을 날리는 데에는 폭탄 하나면 족하다.
_P.309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에게 무엇이 부족합니까, 전부 다 가지지 않았습니까, 오늘 부족한 것이 없다면 내일도 부족한 것이 없을 겁니다.
✦ 은행나무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