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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평점 :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를 침략해 나눠 가진 뒤 자원을 약탈하고 원주민을 학살하거나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침략자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거나 광기에 사로잡혔던 건 어쩌면 벌이 아니었을까. 중편 소설이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와 화자 말로가 혼자 말하는 형식이라 쉽게 읽히진 않았다.
_P.11
인간의 꿈, 영국연방의 씨앗, 제국의 싹....... 이 위대한 것들 가운데 저 강의 썰물을 타고 신비로운 미지의 땅으로 흘러가지 않은 게 있었던가!
_P.34
그곳에서는 과열된 지하 묘지처럼 고요하고 흙냄새 나는 분위기 속에서 죽음과 교역의 즐거운 춤판이 벌어지고 있더군. 마치 자연의 여신이 침입자들을 물리치기라도 하려는 듯 위험한 파도로 경계를 이루어놓은 무형의 해안을 따라서, 또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강과 개울을 넘나들며 춤판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곳의 강기슭은 썩어서 진흙이 되어가고 있었고, 물은 점액처럼 걸쭉해져서 뒤틀린 맹그로브 숲을 침범하고 있었어. 맹그로브 숲은 극단적이고 무력한 절망에 빠진 채 우리를 향해 온몸을 비틀고 있는 듯했지. 우리는 그 어디서도 특별한 인상을 받을 만큼 오래 머무르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모호하면서도 숨이 막힐 듯한 궁금증 같은 것이 점점 커져만 갔어. 그것은 악몽의 암시에 둘러싸인 피곤한 순례나 마찬가지였지.
_P.73
그들이 욕망하는 것은 대지의 저 깊은 내장에서 보물을 뜯어 내는 것일 뿐, 금고를 터는 절도범이 그러하듯 그 욕망의 한 구석에는 그 어떤 도덕적 목적도 존재하지 않았지.
_P.139
그는 내가 그곳 상황을 너무 모른다면서, 그 머리통들은 반역자들의 것이라고 말했어. 내가 심하게 웃음을 터뜨리자 충격을 받더군. 반역자라니! 과연 다음에는 어떤 설명을 듣게 될까나? 원주민들을 적이라고 했다가, 범죄자라고 했다가, 일꾼이라고 했다가, 이제 이들은 또, 반역자라고 하다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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