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소녀 진초록
강이라 지음 / &(앤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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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가 들어간 카레도 김치찌개도 먹지 않는다. 내 의지로 고기를 먹으러 간 적도 없다. 이건 나의 기호일 뿐 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채식주의자라는 고백은 벽을 쌓아야 할 거 같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나 자신을 통제하고 무지로 그것을 어겼을 때 느껴야 할 죄책감도 싫다. 언니의 질병으로 비자발적인 채식주의자로 살던 초록의 고민과 무난하게 자라는 다자녀 가족의 일원으로 느끼는 고민도 모두 와닿았다.(초록의 엄마에게 나도 상처받은 기분) 우리는 선언하는 자에게 높은 잣대를 요구하기에 그것을 드러내기 점점 힘들어지고 쉽게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공격하기에 자신을 숨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이 담는 주제가 때론 무겁게 느껴지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_P.14
”고기 못 먹는 건 진아름이지 내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나까지 덩달아 고기를 못 먹는데?“
_P.105
”맞아. 비자발적이어서 싫었을 수 있어. 채식할 권리가 있듯이 육식할 권리도 있는 거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채식을 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 채식의 경험을 줘 보자는 거야. 무조건 안 돼, 먹지 마, 이러는 게 아니라.“
_P.174
”엄마는 내가 나물 먹으면 소화 잘 안 되는 것도 모르지. 생야채 잘못 먹으면 속 따끔거려 밤에 끙끙거릴 때 있는 것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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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쓴맛 -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동시집 97
양슬기 지음, 차은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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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시는 수다스러운 아이가 쓴 것 같다. 그땐 왜 그렇게 우유 먹기가 싫었을까. 교과서에 낙서하는 것도 여전하네. 아이도 상실을 알고 슬픔도 느낀다. 동시인 만큼 아이의 시선으로 쓰려고 했을 텐데 어른이인 나에게도 그것이 충분히 전달됐다.

나중에 네가 나로 내가 너로 태어나면
콧잔등부터 꼬리 끝까지 돋은 내 모든 새하얀 털들로 너의 손을 쓰다듬어 줘야지
네 손바닥에 내 이마를 문지르며
까만 눈동자로 말해 줘야지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그럼 네가 쪼쪼쫏, 하고 나를 부르며
크고 두꺼운 두 손으로 나를 감싸안아 주겠지
동그란 등을 가만히 내어 주는 나를
까만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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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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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가 리디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도 그렇다. 상대를 생각하는 것. 사샤가 약속을 지킬 거라는 확신이 생기자 불지기는 일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사샤는 자신으로 인해 리디나가 햇빛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_P.73
그에게 가장 큰 위안은 리디나가 이 햇빛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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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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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또 기발한 생각 했다면서 읽는데 『파피용』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 소설에 언급되기도 한다. 『파피용』에서 인간들은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지만, 그들은 우주선에서도 지구에서의 잘못을 반복하는데 알리스가 만든 혼종들 또한 인간의 잘못을 재현한다. 알리스가 더 나은 신인류를 창조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의 이론은 우생학적 관점으로 보이며 혼종을 결국 실험체로 보는 것이 상당히 불편했다. 지하에서 인간들과 공존하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배척당해 그곳을 떠나 퀴퀴파 숲에 정착한 혼종들 또한 서로를 배척하다 갈라서며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알리스는 자연의 법칙을 어긴 오만함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옳았다며 끝까지 자위하는데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작가가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➋
_P.201
「그런 이유에서, 나는 너희 셋에게 책임을 느낀다. 내가 너희의 존재를 착상하게 된 단순한 아이디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싶구나. 미래의 시련들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형태를 바꾸고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거야. 나는 재난이 터졌을 때 물속에서, 공중에서, 땅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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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춤을 추세요
이서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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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사실주의적 글을 쓰는 이서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PTSD가 올 거 같다. 이 소설집에도 모녀와 노동하는 여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주민과 연명치료를 다룬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운동장 바라보기」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이 아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때는 전교생 중에 혼혈이 없었다. 지금 사는 곳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지만 나는 딱히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아마도 중국인이 많이 거주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정말 다양한 인종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의 외형은 우리와 다르지만, 국적은 대한민국 언어는 한글을 쓸 것이다. 아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와닿는 것처럼 소설 속 인경의 언니가 느끼는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잘지내고있어」 병원에서 기관절개로 산소를 공급하고 혈관과 경관영양으로 영양을 공급하면 사람은 죽지 않는다. 근데 그게 살아있다는 것일까. 나는 그런 환자에게 가래를 뽑고 피딩을 하고 TPN을 주사해 생명을 연장시키며 결정했다. 그런 순간에 생명 연장을 원하지 않으니 기관 절개도 싫고 DNR 서류에 사인하라고. 나의 죽음을 내가 챙길 수 없다면 결정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그런 짐을 주기도 싫고 원하지 않는다.

_P.37
엄마는 그럴 때 없었어? 일하다 도망치고 싶었을 때.
있었지.
그럴 때 어떻게 했어?
......네 생각 하면서 참았어.
#이어달리기

_P.54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아저씨, 차라리 이모 옆에 가서 춤을 추세요. 이모와 춤을 추면 모든 걸 잊고 몸만 흔들게 돼요. 아저씨는 어떤 춤을 추나요. 아저씨가 몸을 흔들 때 세상도 같이 움직인다는 거 아세요, 모르세요. 나는 열일곱 살에 이미 알았는데, 그걸 알아도 인생이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춤을 추세요. 그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춤은영원하다

_P.93
우리 회사에선 내가 껌 종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재씨는 알까. 식대 인상을 제안하며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잔머리를 굴렸는지를 알까. 대표가 너무 까칠해지지 않도록 마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직원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녹는 것을 방지해주는 사람. 그러나 버려질 땐 껌 종이처럼 꼬깃꼬깃하게 뭉쳐져 가차없이 던져지는 존재, 그게 나라는 걸.
#광합성런치

_P.129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궁금하니? 어릴 때 내가 도깨비불이랑 귀신을 자주 봤어. 마당에 무심히 돌아다니고 있는 걸 봤지. 그래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굿을 하려고 무당을 불렀어. 참 카리스마가 흘러넘치는 여자더라. 그 시대를 견뎌야 했던 시골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시시하게 살고 있었는데, 내가 본 여자 중에 온전한 자신으로 화끈하게 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그 무당이었어. 굿을 시작하기 전에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고, 제대로 흘렸는지 정신을 못 차리겠는 거야. 그때부터 나는 무당이 점술가가 아니라 예술가라고 생각했어. 죽음과 삶을 구현하는 예술가. 나도 언젠가 무당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싫지가 않았어. 그건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거잖아. 배우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는 거. 하지만 나한텐 그런 기회가 안 왔지.
#AKA신숙자

_P.171
”너희들, 여기에 한국인 엄마가 몇 명이나 있을 것 같아?“
나는 섣불리 짐작할 수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우리 포함해서 딱 두 가구야.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그런 엄마들이 다수야. 나는 여기서 소수라고. 한국인인데 소수야.“
#운동장바라보기

_P.199
”나는 포기할래.“
”......그래.“
나는 그래? 라고 끝을 올려 묻지 않고 그래, 라고 끝을 내려 답했다. 그래, 그러자. 아버지를 기다리지 말자. 네 결정에 나도 슬쩍 올라탈게.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무임승차로 결정을 내렸다. 세연에게 가장 큰 죄책감을 감당하게 했다. 나는 남은 부스러기를 주워들었다. 결정을 내린 사람은 세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 치의 왜곡 없이. 나의 비겁함을 영원히 떠올리며.
#잘지내고있어

_P.242
할머니, 백 살까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뭐야?
넘어지지 않기.
그리고?
매일 좋아하는 거 한 가지는 꼭 하기.
#미식생활

_P.259
우리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겠다는 포부나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이 없었다. 그럭저럭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물었을 때 배키는 당연히 된다고 답했다. 원대한 야망을 품을수록 탄소 배출이 많아진다고 주장하면서. 어쩐지 수긍하고 싶은 말이었다.
#청춘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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