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의 시는 수다스러운 아이가 쓴 것 같다. 그땐 왜 그렇게 우유 먹기가 싫었을까. 교과서에 낙서하는 것도 여전하네. 아이도 상실을 알고 슬픔도 느낀다. 동시인 만큼 아이의 시선으로 쓰려고 했을 텐데 어른이인 나에게도 그것이 충분히 전달됐다.나중에 네가 나로 내가 너로 태어나면 콧잔등부터 꼬리 끝까지 돋은 내 모든 새하얀 털들로 너의 손을 쓰다듬어 줘야지 네 손바닥에 내 이마를 문지르며 까만 눈동자로 말해 줘야지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그럼 네가 쪼쪼쫏, 하고 나를 부르며 크고 두꺼운 두 손으로 나를 감싸안아 주겠지 동그란 등을 가만히 내어 주는 나를 까만 눈동자로 바라보면서「난 생각해」✦ 문학동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