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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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스 카르텔이 미리암의 딸 카렌을 납치하고 돈을 요구한다. 납치 피해자 가족을 위한 대출 상품이 존재할 정도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고, 딸이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에 계속해서 그들에게 돈을 지급한다. 그러나 카렌은 돌아오지 못한다. 미리암은 결심한다. 〔”내 여생을 걸고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을 전부 찾아낼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P.55)〕 그리고 미리암은 해낸다. 정보를 수집하고 국가 기관의 관료주의에 적응하며 그들을 압박하고 때로는 협박한다. 군과 협조해 체포 현장에 함께하고 직접 표적을 체포도 한다. 그러면서 납치 피해자 가족을 돕는다. 미리암은 정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활동가가 되고 결국 세타스의 표적이 되어 사망한다. 미리암의 아들 루이스 엑토르는 그를 이어 납치 피해자 가족을 돕고 어머니를 죽인 표적을 쫓지만, 어머니처럼 살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게 드라마나 영화였다면 미리암이 직접 총으로 그들을 죽이는 엔딩이 가능했겠지만 현실이기에, 감옥에 있던 카렌의 납치 살해범들도 미리암의 사망 이후 형기를 채워 출소한다. 미리암도 무서웠겠지. 두려움이 없는 사람처럼 살았지만 그건 딸을 잃은 아픔이 두려움을 이긴 거겠지.

_P.52
그야말로 가난한 사랑이었다. 그들이 딸을 납치했을지도 모른다는, 딸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딸을 돌려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 때문에 그동안 저축한 돈을 낯선 사람의 계좌에 몽땅 털어 넣는 것 말이다.
_P.155
미리암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딸을 납치했는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카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야 했다.
_P.223
카렌의 참혹한 죽음에 대한 카를로스의 진술은 미리암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녀는 강렬한 신체적 고통을 느꼈다. 텅 빈 몸을 이끌고 비틀거리는 사이에 터져 나온 내장이 햇빛 아래에서 곪는 듯했다. 자식을 잃는 것은 자신의 일부분을 잃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것에 구조와 목적과 질서를 부여했던 일부분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했던 일부분을,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부분을 잃는 것이었다.
_P.267
미리암은 다른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경험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신변의 위협이었다. 시누이는 세타스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그녀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오빠인 호르세는 미리암 탓에 세타스에서 찾아올 수도 있으니 자신을 지킬 총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남편 루이스 역시 그녀의 활동 탓에 표적이 될지 모른다며 불평했다. 하지만 미리암은 가족과 친구의 만류를 뿌리쳤고, 추적을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직범죄를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조직범죄에 맞서는 주변 사람이 있는 것조차 탐탁지 않아 했다.
_P.340
루이스 엑토르가 단지 행정부의 변화 때문에 엘 우고 사건과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니었다. 더는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멈출 줄을 몰랐다. 표적을 쫓을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든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었다. 그는 지쳤고 복수에 대해서도 회의가 들었다. 아버지가 종종 말했듯 어떻게 해도 카렌과 어머니가 돌아올 수는 없었다.

✦ 동아시아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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