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록』은 세계관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세상은 이미 한 번 망한 거 같다. 의식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향의 존재가 만화책 〔영원의 안식처〕를 떠올리게 했다. 화성에서 가져온 미생물 42호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 의식은 AI가 생각났고 결국 인간을 숙주로 한 전염병을 없애는 방법이 인간의 멸망이라면, AI가 인간을 위협할 때(음모론에 가깝지만) 모든 전자기기를 없애는 방법뿐이겠구나 싶었다. 역시 SF는 가상의 이야기 같아도 현실과 맞닿아있기에 재밌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듀나 작가의 초기작이자 유일한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하는 SF의 미래 예측적인 면을 찾아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를 높일 것이다.P.124”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개념의 종류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는 몰라도요. 하여간 이 마약에 대해 알아내자마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 했습니다. 우린 오래전부터 신디케이트의 이상 현상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암살자의 등장도 그런 이상행동 중 하나였지요. 뭔가 우리가 모르는 것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 이유를 몰랐을 뿐이죠. 이젠 알았습니다. 모두 그 새 마약 때문이지요.“P.319살아 있는 건 우리뿐이었다.✦ 래빗홀에서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