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아주 가볍게 - 과체중 인생, 끝내기로 결심했다
제니퍼 그레이엄 지음, 김세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 나이키 우먼스 하프마라톤의 도전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 날씬하지 않은 체격으로 하프마라톤에 도전하게 된 싱글맘의 이야기는 큰 용기를 주었다. 물론 결국 선착순 안에 들어가야지 함께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시도자체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25일 10시에 선착순에 들 수 있게 접속은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는 허기진 아이처럼 보였다. 물론 어머니는 내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그렇더라도 진심으로 이해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베네츠빌 고등학교의 퀸이었고, 대학교 때는 모델 일을 한 사람이다. 당사자인 나도 그랬지만 어머니는 더더욱 내 몸에 붙은 살과, 그것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로 생각하는 다이어트는 참으로 쉽다. 1킬로그램은 3,500칼로리다. 그러니까, 3,500칼로리를 소비하면 1킬로그램이 빠진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글쎄올시다. 1,250만 명이나 되는 이 나라의 비만아들 역시 모를 일이다.

 어머니는 포기할 줄 몰랐다. 어머니는 병원, 다이어트 센터인 웨이트 와처스에 나를 데려가 수영이며 테니스를 시켰다. 10, 20, 50 킬로그램을 빼면 꽤 많은 현금을 상으로 주겠다고도 했다. 물론 아무것도 효과는 없었다. (...) 먹고 빼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살은 안 빠졌지만, 공돌이들이 보이는 관심에 그럭저럭 살아갔다. 성적은 좋은 편이었고, 교지 편집 일과 라틴 동호회 회장도 했다. 성경 동호회 활동도 했고, 교회 성가대에 들기도 했다. 그 교회 카페에서 잠깐식 만나던 남학생과는 14년 뒤에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오, 주여. 내 몸무게는 늘 골칫거리였다. 게다가 다른 문제와 달리 건드리기 민감한 사안이었다. 나는 갈수록 몸무게를 의식하고 예민하게 굴었다. 34-37p

 

 우물쭈물하며 집 앞 진입로 끝까지 성큼성큼 달렸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제는 천천히 험난한 달리기를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불쾌한 일이 벌어졌다. 50 미터쯤 달려 길 끝의 집을 지나치던 찰나, 누군가 창문을 연 채 <결혼행진곡>을 휘파람으로 불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날 보고 비웃는 거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 (...) 그래도 나 때문에 웃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400미터도 채 달리지 않았지만 호흡은 진즉부터 가빴다. 누가 보면 80킬로미터는 달린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처음으로 거부와 용기, 광기의 표현으로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실 모욕감을 느낄 때, 다른 사람이 비웃는 것 같을 때, 달리 어쩌겠는가? 그럴 때 쪽팔려 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거나, 아니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엿 먹으라’고 한 다음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 정말이다. 안 그러면 지구상의 소인배들은 비웃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몸매, 행동, 어떤 것이든 상관 없다. 소인배들에게 조롱이 곧 힘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52-53p

 

 일어나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몸은 무덤 속 뿌리처럼 딱딱해지리니. 이날 이때까지 물리적 법칙은 다이어트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렇더라도 한 가지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움직이는 육체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반대로, 가만히 있는 육체는 계쏙해서 가만히 있으려 한다.

 300년 전의 일이다. 아이작 뉴턴 경은 물체(나)의 움직임을 바꾸려면 힘(180킬로그램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게)이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쁜 소식도 있었다. 힘을 받고 생긱는 가속도는 물체의 부피와는 반비례한다. 이를 해석하면 이렇다. ‘미아와에서 빨리 달리고 싶다면, 내 몸뚱이의 부피를 줄여야 한다. 그러니 살을 좀 빼자.’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수천 와트로 번쩍이는 빛이었다. 초반에는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반대였다. 잘 달리려면 살을 빼야 한다. 적어도 지금보다 더 멀리, 빨리 달리려면 말이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여러분은 잘 알겠지, 내일부터 다이어트다. 그러니까 오늘밤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지. 215-216p

 

 2000년, 셋째를 낳고 11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때 나는 81킬로그램의 몸으로 키아와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다. 경기를 치르고 며칠 뒤, 샘솟는 엔도르핀으로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와중에 영양들 사이에서 고래처럼 달리던 경험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탈고한 원고는 <뉴스위크>에 송부했다. ‘마이턴’이라는 코너에 채택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퇴짜를 맞고 다른 잡지사 몇 군데에도 원고를 보내봤지만 역시 꽝이었다. 그런 다음 원고를 정리해놓고 2008년까지 줄곧 잊고 있었다. 2008년, 전남편과 함께 살던 마지막 해였다.

 그해 여름, 글을 살짝 쳐내고 다시 손봐서 <뉴스위크>에 재투고했다. 처음 투고한 다음 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애초에 <뉴스위크>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었다. 이쯤 되면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나는 끈기 빼면 시체인 사람이다. 운이 그다지 안 좋은 상황에서도 끈기는 버리지 않았다.

 글을 보내고 2주 뒤였다. 이혼 최초 조정일에 맞춰 차를 몰고 가던 도중, <뉴스위크> 편집자의 전화를 받았다. 글을 싣고 싶으니 다음 주에 사진 찍을 일정을 잡자는 것이었다. 7년 전에 거절당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고, 이제 나는 의심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내 글은 [어느 뚱뚱한 주자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6주 뒤인 2008년 11월에 게재되었다.

“제목 보고 화 안 납디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나와 동족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여성은 허리둘레가 비슷한 뚱뚱한 동성친구들과 대회 여행을 떠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글이 실린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그 글을 보고 매일을 보내는 독자가 있다. 최근에는 내 글을 냉장고에 붙여놓고 경기에 나가기 전마다 읽는다는 메일을 받았다. 글이 훌륭하거나 너무나 감동적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모두에게는 동족 간의 유대감이 필요할 뿐이다. 345-347p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그녀의 글. 날씬하지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운동하고 자기자신의 건강을 찾아가고 한계를 조금씩 밀어붙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나의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키게 도와 주었다. 내가 내 책 [뚱뚱해도괜찮아]를 적은 것도 그녀처럼 동족간의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고, 또 같이 나아가기 위해서였으니까. 공감 가는 에피소드도 많고 내가 달리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느낌들이 글에 실려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사례들은 - 미드나 미국 인터뷰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나에게도 - 생소해서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 조금은 어렵기도 했다. 유머로 사용하는 인용도, 마라톤이나 달리기 선수에 관한 인용도 전혀 감이 안 왔으니까. 그래도 그녀의 에너지 만큼은 충분히 나에게 전달되었으니 만족! 이 책 덕분에 오늘도 괜히 흥분해서 조금 뛰고 왔고.

 나이키 우먼스 하프마라톤! 선착순 안에 든다면 무사 완주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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