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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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서평단]
『퍼핏 쇼』는 연쇄살인범 ‘이멀레이션 맨’ 추적기다. ‘이멀레이션’은 불에 태워 제물로 바친다는 뜻으로 피해자의 신체를 훼손하고 화형하는 범행 방식 때문에 ‘이멀레이션 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국가범죄수사국(NCA) 소속인 워싱턴 포는 모종의 사건으로 정직당했다가 반강제로 복직한다. 피해자에게서 포의 이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포가 이멀레이션 맨 수사에 참여하면서 차츰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진상이 밝혀질수록 끝을 모르고 스케일이 커지던 이야기는 결말에 다다르면 두 사람의 삶으로 점철된다. 무조건 스포일러 없이 읽어야 하는 소설이라 이 이상 줄거리를 말할 순 없으니 감상+추천 이유만 간단하게 남기려 함.

🔥가독성 짱 페이지터너🔥
벽돌책이지만 챕터가 69개로 잘게 쪼개져 있어서 숨 돌릴 틈이 많다. 오히려 그 덕에 쉬지 않고 읽게 되는 듯. 한 챕터당 분량이 짧으니까 한 챕터만 더 읽어야지... 한 챕터만 더... 하다가 못 놓고 계속 읽었음.

🔥고구마 X 전개🔥
「옮긴이의 말」을 제외한 본문이 480p인데 긴 분량 내내 하나의 사건을 수사하는데도 답답한 느낌이 없다. 400p가 넘는 우여곡절이 그때그때 찾아낸 단서를 수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포의 입장으로 엄청 몰입하면서 읽게 됨. 질질 끌어서 분량 채운 장편소설 아니라는 소리.

🔥복잡하지만 친절한 스토리🔥
사건의 진상이나 추리 과정을 주인공 혼자만 이해하고 독자에겐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아 이야기로부터 따돌림...을 왕왕 겪었는데ㅋㅋㅋㅜㅜ 『퍼핏 쇼』는 복잡하고 긴 스토리를 확실하게 짚어주면서 전개된다. 포가 수사하면서 정보를 복기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제법 차근차근 나오기에 놓치는 거 없이 끝까지 읽었음. 그치만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느라 종종 앞부분 뒤적거렸기 때문에 메모하면서 읽는 걸 추천함.

🔥캐릭터간 케미🔥
포의 동료로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중 가장 돋보이는 건 틸리 브래드쇼다. 11개월 14일 전에 읽은 고용안내서 항목을 외우고 열여섯에 옥스퍼드에서 첫 학위를 딴 그녀는 의심의 여지 없는 천재다. 포가 증거를 향한 감이 뛰어난 것에 반해 브래드쇼는 데이터를 사랑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능력을 갖춘 두 사람이 점차 합이 맞춰지는 게 보여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둘의 대화가 제법 웃김ㅋㅋㅋㅋ

추리/미스터리/범죄물 좋아하면 꼭 읽어주기. 재밌다고 말할 내용은 아니지만 『퍼핏 쇼』 진짜 재밌거든요... 제목의 꼭두각시(puppet)가 누굴 가리키는지 추리하면서 읽으면 훨씬 흥미진진할 겁니다🤣 담당자분 추천 코멘트 보고 엄청 기대했는데 그만큼 재밌었다. 2023년 현재 해당 시리즈가 5권까지 출간됐고 TV 드라마화 확정이라고 하는데 드라마 너무 기대됨ㅜㅜㅜㅜㅜㅜ 2권 빨리 나와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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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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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홀 #서평단]

「해설 │ 미래를 색칠하는 파국과 환상」 263~264p

미래가 지속된다는 상상은 물거품 같을지 몰라도 위안이 된다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종말만을 말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전환을 통한 해피엔딩을 믿는 톨킨의 ‘좋은 파국’ 개념은 장기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있다. (중략재앙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전환이 찾아오리라는 상상은 우리가 위기와 갈등에 꺾이지 않고 타인과 미래를 생각하도록 돕는다.


「추천의 말」 268p

바다는 평등하고 기술은 잔혹하며 진화는 참혹하다김청귤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재난은 모든 것을 구분없이 집어삼키는바다처럼 평등하게 우리를 덮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결국 바다에서 살기 위해 버려야 것이고누구도 이곳에서 안락할  없다는 사실그리고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는 어떤 원망도   없음을 잔인하리만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재와 물거품』의 저자 김청귤 작가가 심해 판타지 연작소설로 돌아왔다『해저도시 타코야끼』는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에 바이러스가 퍼지며 육지 생물이  디딜 곳을 잃은 「불가사리」로 시작한다시간 흐름 순으로 6편의소설이 수록된 연작소설인 만큼 이전 소설이 다음 소설에 영향을 끼치며 세계관을 공유한다자신들로 인해 망해버린 세상에서 인간은 끝없이 잘못을 되풀이한다살아남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신인류를 만들고(「불가사리」), 돌고래를 사냥하기 위해 동물과 소통할  있는 신인류를 이용한다(「파라다이스」). 김청귤은 이토록 암담한 세상 속에서빛과도 같은 희망을 보여준다인간의 욕심에 희생당하는 돌고래를 목숨 걸고 구해주는 ‘’(「바다와 함께 춤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수인(水人) 배달부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보름이와 배달부 수인들이처럼 디스토피아에 절망하지 않고 내일을 도모하는 인물들이 『해저도시 타코야끼』의 의의다.


<설국열차> 기후 위기나 『해저도시 타코야끼』의 해수면 상승 등을 디스토피아적 설정으로만 받아들일  없는 실정이다육지도 바다도 하늘도 빠르게 망가지는 중이니까다음 세대 전에 당장 내가 디스토피아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이미 겪는 중일지도). 『해저도시 타코야끼』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우울과 절망에 빠지지않고 착실히 다음으로 나아간다긍정적인  넘어서서 천진난만하게 느껴지는 김청귤의 인물들은 우리가 가야  방향을 간단명료하게 제시한다타종(他種) 착취하지 않고 욕심 버리기인간을 안아준 「산호 트리」의 바다를 잊지 않기.


+) 단편마다 대표 이모티콘 다른 깨알 디테일 너무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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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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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서평단]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슐러  권의 new 에세이가 드디어 출간됐다🎉  30편의 에세이가 수록된 『마음에 이는 물결』은 권의 성장배경을 다룬 「개인적인 문제들」로 시작해 「독서」「토론과 의견」「글쓰기에 관하여」로 이어진다 흐름 덕분에 마냥 가벼운 내용은 아님에도 어렵지 않게 완독할  있었다저자의 ‘개인적인 문제들 시작하여 그와 안면을 트고『안나 카레니나』의 저자 톨스토이를 존경을 담아 반박하며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이는   본인을향해서도 마찬가지다. 1929년생인  권은 집에 구비된 전집부터 도서관 책까지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하며 풍족한 어린시절을 보냈다저자는  시절에 자리한 인디언 삼촌들과 인류학자 아버지의 일을 이야기하며 어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불편한 사실을 서술한다인디언 삼촌들의 상황이나 역사 등에 대해 무지했으며 그들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외에도저자는 생각할 거리를 끊임없이 던져준다톨스토이의 유명한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똑같지만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반박하고논픽션이라는 장르와 젠더여성의 발을 혹사하는 문화(ex. 전족 다양한 주제를 고찰한다따라서  책은 올곧은 태도를 유지하며 능동적인 독서를 하도록 만들기에 읽어내는 의의가 있는책이다비문학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공부하듯 각잡고 읽어야 하는 책은 부담스럽다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권의 책을 처음 읽을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성별을 제외하면 나와 공통점을 찾기 힘든 사람의 글이 주는 울림이 컸기 때문에『마음에 이는 물결』을 읽으면서  이유를 찾았다같은 성별이라 공유하는 문제의식이나 경험은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니다 권은 나의 할머니 세대고 여성에게는 틀릴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세상을 겪었다그렇기에 거침없는 그의 글이 더욱 와닿는거라고 생각한다앞으로 그의 신작을 만날  없다는 사실이 몹시 슬프지만... 이미  마음에이는 물결이 되었으니 마냥 슬퍼할 일은 아니겠지. SF 소설로 유명한 작가지만 산문도 정말  쓰기에 ... 읽어줬으면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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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경계에서
미카이아 존슨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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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서평단]
461p
흔히들 괴물을 잡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괴물이 된다고들 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런 게 아니다. 가끔은 용을 죽이기 위해서 자신 또한 불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 모습은 바뀐 게 아니라 감춰져 있던 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내 괴물이었다.



『세상의 경계에서』의 주 무대는 다중우주가 사실임이 밝혀진 0호 지구다. 이곳에서 주인공 카라는 다른 지구로 건너가 정보를 수집해오는 횡단자로 일한다. 본인이 살아있는 세계에 방문하면 죽기 때문에 횡단자는 또 다른 자신이 죽은 세계에만 갈 수 있다. 도플갱어랑 마주치면 죽는다는 말이 ‘거의’ 사실인 셈이다. 많은 곳에서 죽었을수록 많은 곳에 갈 수 있는 것이다(이 지점에서 영화 <에에올>이 떠오르기도 했음). 그렇기에 대부분의 지구에서 부유하게 사는 와일리시티 사람보단 그렇지 않은 애시타운 사람이 횡단자로 일한다. 따라서 카라는 횡단자에 적합한 인물이다. 0호 지구에서 갈 수 있는 380개의 지구 중 370번 넘게 죽었기 때문이다.

제법 두께가 있음에도 한 권 안에 SF 필승 클리셰가 골고루 담겨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500p도 페이지 터너가 될 수 있더라고요... 진짜 존잼... 빈부격차, 권력과 계급, 멀티버스, 혁명, 로맨스, 세계관의 비밀 등등... 세계관 설정이나 복선이 중요한 소설인 것 같아 메모하면서 읽었는데 작가가 친절하게 짚어주니 걱정 안 해도 될 듯.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혁명과 반란을 일으키는데... 근본적인 해결은 아닌... 그치만 매드맥스 모래밭에 굳건하게 서 있는 느낌의 인물들이 정말 좋았다. 특히 카라의 행동 기준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아서 소설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짐. 그의 표현대로 카라가 ”막돼먹은 년“이라서 좋았다. 꿀잼 SF 추천합니다... 요새 멀티버스 붐이니까 츄라이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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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장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5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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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서평단]
👩‍💻전희정
나의 이야기는 K의 죽음에서 시작되었으며 K의 죽음으로 끝난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누구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K
"우리가 서로의 인생을 훔친다면 그것은 제법 공정한 거래이지 않겠습니까?“

👩‍💻손승미
“나는 영원히 도망치지 못할 거예요.”
“당신 아버지로부터요?”
“아뇨.”
(중략)
“그럼 무엇으로부터요?”
“아마도 나 자신이요.”



『K의 장례』는 전희정과 손승미, 두 사람의 삶과 선택을 풀어낸 소설이다. 어느 날 손승미 앞으로 도착한 A4 뭉치는 그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손승미의 본명이 적힌 채 교수 연구실 문 앞에 놓여있던 데다가 분리되고자 노력한 과거와 관련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K와 거래를 한 전희정은 요구받은 역할을 15년간 묵묵히 수행한다. 그 역할은 K가 사망한 후에도 계속된다. 아니, K가 사망한 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K는 얽힐 일 없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서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K는 둘 모두에게 자유이자 속박이다.

분량에 비해 숨겨진 사연과 반전이 많은 스토리라서 지루할 틈 없이 완독했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에 집중한 덕에 인물이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입체적인 소설이었다. ‘자유’가 중요한 키워드로 반복되는데 그 외에도 여러 쟁점이 얽혀있어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다. 삶을 방치하는 삶, 가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예술과 예술가의 속성 등… 세 사람의 선택과 삶을 주제로 놓고 독서 모임하기 좋을 것 같다.

기존의 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분량이 길지 않지만 이야기의 무게는 길이와 비례하지 않는 법이다. 당사자는 명확하게 느끼지만 언어로 표현하기엔 모호한 찰나가 차곡차곡 담긴 소설이라 꼬옥 직접 읽어주기... 첫 문단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끝까지 같은 마음으로 읽었음.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 책에 수록된 박민정 작가의 발문도 정말 좋아요... 진짜 짱... 체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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