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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평점 :
[래빗홀 #서평단]
「해설 │ 미래를 색칠하는 파국과 환상」 263~264p
미래가 지속된다는 상상은 물거품 같을지 몰라도 위안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종말만을 말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전환을 통한 해피엔딩을 믿는 톨킨의 ‘좋은 파국’ 개념은 장기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략) 재앙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전환이 찾아오리라는 상상은 우리가 위기와 갈등에 꺾이지 않고 타인과 미래를 생각하도록 돕는다.
「추천의 말」 268p
바다는 평등하고 기술은 잔혹하며 진화는 참혹하다. 김청귤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재난은 모든 것을 구분없이 집어삼키는바다처럼 평등하게 우리를 덮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결국 바다에서 살기 위해 버려야 할것이고, 누구도 이곳에서 안락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는 어떤 원망도 할 수 없음을 잔인하리만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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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의 저자 김청귤 작가가 심해 판타지 연작소설로 돌아왔다. 『해저도시 타코야끼』는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에 바이러스가 퍼지며 육지 생물이 발 디딜 곳을 잃은 「불가사리」로 시작한다. 시간 흐름 순으로 6편의소설이 수록된 연작소설인 만큼 이전 소설이 다음 소설에 영향을 끼치며 세계관을 공유한다. 자신들로 인해 망해버린 세상에서 인간은 끝없이 잘못을 되풀이한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신인류를 만들고(「불가사리」), 돌고래를 사냥하기 위해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신인류를 이용한다(「파라다이스」). 김청귤은 이토록 암담한 세상 속에서빛과도 같은 희망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심에 희생당하는 돌고래를 목숨 걸고 구해주는 ‘나’(「바다와 함께 춤을」)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수인(水人)을 배달부로 이용하는 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보름이와 배달부 수인들. 이처럼 디스토피아에 절망하지 않고 내일을 도모하는 인물들이 『해저도시 타코야끼』의 의의다.
<설국열차>의 기후 위기나 『해저도시 타코야끼』의 해수면 상승 등을 디스토피아적 설정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다. 육지도 바다도 하늘도 빠르게 망가지는 중이니까. 다음 세대 전에 당장 내가 디스토피아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이미 겪는 중일지도). 『해저도시 타코야끼』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우울과 절망에 빠지지않고 착실히 다음으로 나아간다. 긍정적인 걸 넘어서서 천진난만하게 느껴지는 김청귤의 인물들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간단명료하게 제시한다. 타종(他種)을 착취하지 않고 욕심 버리기. 인간을 안아준 「산호 트리」의 바다를 잊지 않기.
+) 단편마다 대표 이모티콘 다른 깨알 디테일 너무 귀여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