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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평점 :
[문학과지성사 #서평단]
언젠가 퍼피워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예비 안내견들이 본격적인 안내견 훈련을 받기 전, 자원봉사자(퍼피워커)와 일반가정에서 사회화 훈련을 먼저 받는다고 한다. 대략 1년 정도 같이 지낸다고.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원봉사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1년간 부대낀 아이와 이별할 수 있는건지. 대단한 일이지만 나는 못 할 것 같다고, 내 새끼 없이 어떻게 사냐고 치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내가 몇 년 째 개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겠지.
『안녕, 알래스카』 속 파커도 마찬가지다. 파커의 경우엔 동생의 개털 알레르기 때문에 알래스카와 강제로 이별한 거지만. 넉 달 동안 알래스카를 그리워하던 파커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익숙한 개를 발견한다. 그것도 새 학기 첫 주에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든 스벤의 옆에서.
나는 종종 아이들의 견고한 세계가 학교라는 공간에 한데 모이면서 부딪히고 경계가 허물어지다가 결국엔 비슷한 기준치로 섞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6학년인 파커와 6학년 2회차인 스벤의 세계도 좀처럼 섞이지 못하고 충돌하기만한다. 파커와 스벤 모두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살지만, 그 불안의 배경도 이유도 다르기 때문.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유연한 것 같다.
『안녕, 알래스카』는 파커와 스벤이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이 찾은 방법이 완벽한정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함께 지내는 동안 다시금 삐걱거릴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그 모든 게 자신의 세계를 지키면서도 타인의 세계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