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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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간에 대한 고찰은 숱하게 이루어져 왔다. 인간을 단순히 긍정 혹은 부정적 존재로 보는 것 외에도 인공 지능과 인간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지, 인간다움은 어디서 오는 건지 등등. 『인간에 맞지 않는』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형태가 변해버린 인간을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부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 인가까지.

『인간에 맞지 않는』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다른 형태로 변하는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 발병한 세상의 이야기다. 어지러운 세상만큼이나 혼란스러운 미하루와 그의 아들 유이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미간이 찌푸려질 만큼 참혹하다. 잔인한 걸 잘 보는 편이긴 한데, 누군가 영상으로 만든 걸 보는 거랑 내가 텍스트를 읽고 직접 상상하는 거랑 느낌이 다르더라고. 후자가 훨씬 끔찍하다.

단순한 오락적인 호러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사회적 병폐를 담아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읽는 동안 『변신』과 『인간실격』이 떠오른 건 그래서일까.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가 된 사람과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는 사람. 변이된 이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와 유이치의 독백. 많이 닮았다. 그럼 이 책의 독자인 나는 어느 쪽인가? 하고 자문했을 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자기혐오의 굴레에 빠진 유이치에게서도 내 모습이 보였고, 방에 틀어박힌 가족을 대하는 미하루와 이사오에게서도 내 모습이 보였으니.

결국 작가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극단적으로 부각시켜 독자들의 인상에 남기는 것. 이로 인해 더 이상 못 본 척 할 수 없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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