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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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서평단]
이상하게 손이 안 가는 책이 있다. 읽어본 사람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재밌을 게 뻔해 보이는데 선뜻 손이 안 가는 책. 『프랑켄슈타인』이 그랬다. '프랑켄슈타인'이란 단어를 보면 초록색 피부에 얼굴이 네모나고 관자놀이 양쪽에 나사가 박힌 형상이 떠오른다. 미디어에서 프랑켄슈타인 분장한 모습을 자주 봐서 그런 것 같다. 영화는 본 적도 없는데 내 머릿속에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가 자리 잡은 걸 보면.

『프랑켄슈타인』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순례를 다룬 소설이다. 액자식 구조라 질리지 않고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가장 바깥의 액자는 월턴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다. 북극으로 탐험을 떠나던 월턴은 조난자를 마주하고 그를 자신의 배에 태운다. 자신을 구해주겠다는 배의 목적지를 묻더니 북극이라 답하자 흡족해하며 배에 올라탄 조난자는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었다. 배에 머물며 기운을 차린 프랑켄슈타인은 월턴과 대화를 나누고, 월턴이 과거의 자신처럼 지식과 지혜를 갈구한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렇게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창조자의 이름이었고, 정작 괴물은 이름이 없다는 것. 어떤 연유로 세상에 태어난 괴물이 설치는 이야기지 않을까 했던 예상이 반만 맞았다는 것. 『프랑켄슈타인』은 확실히 내가 접해온 SF의 원형이었다. 창조자의 통제를 벗어난 괴물과 위태로운 인류의 미래와 과학자의 욕망까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어체라 흡사 고해성사를 듣는 기분이었음.

사실 괴물을 '괴물'이라 칭해도 될지 아직도 혼란스럽다. 괴물은 인간들이 괴물로 대했기에 괴물이 된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100% 타의는 아니지만 그 반대도 아니라는 점이 책장을 덮고 나서도 고민에 빠지게 한다. 프랑켄슈타인도 괴물도 명확한 악인은 아니니까. 프랑켄슈타인은 가족을 지키고자 했고, 괴물은 가족을 원했다. 프랑켄슈타인은 가족을 헤친 괴물더러 악마라 칭했고, 괴물은 가족을 헤친 프랑켄슈타인더러 노예라 칭했다. 어느 쪽이 더 잘못했고 덜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건 의미 없을 테다. 우리가 할 일은 이 이야기의 교훈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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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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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서평단]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자기계발서 냄새가 솔솔 나는 제목의 SF 소설이다. 시간 가닥을 오르내리며 오랫동안 시간 전쟁을 벌여온 '가든'과 '에이전시'. 그들이 보유한 엄청난 수의 요원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진행한다. 시간 가닥을 풀거나 꼬고, 누군가를 살리거나 죽이고, 미래의 씨앗이 되는 과거를 살짝 손보는 식으로.

그 과정에서 레드와 블루가 얽힌다.

레드는 에이전시, 블루는 가든 소속 요원이다. 소설은 임무를 완수한 레드가 전장에 홀로 서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전장을 둘러보던 레드는 블루가 남긴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로부터 질긴 악연이랄지.. 운명이랄 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머지않아 두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장르물의 경우, 작가가 독자에게 차근차근 세계관을 설명해주는 경우가 있고, 세계관 한복판에서 시작해서 독자들이 알아서 이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후자라서 첫 몇 페이지를 이해 못해가지고ㅋㅋㅋㅋㅋㅋ 아예 소리 내면서 읽었음. 아주 구체적인 설정까지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대략적인 세계관 뉘앙스만 이해해도 충분함.

사실 가장 당혹스러웠던 작품의 분위기였다. 딱딱한 제목을 가진 SF 소설이길래 무겁고 진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일 줄 알았거든. 시간 전쟁이라 하면 보통 여기저기 많이 쏘다니니까.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매우 시적인 소설이었다. 챕터마다 레드와 블루가 주고받는 편지의 전문이 등장하는데, 구절마다 온갖 비유와 감정과 허기가 흘러넘침.

요새 SF가 유행이라 읽어보고 싶은데, 어려운 장르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설정이 주가 되는 소설은 아니라 과학알못(=나)도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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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레몬그라스
마키아토 지음, 한수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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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서평단]

3이었나반에서 유치한 로맨스 영화가 유행했다친구 추천으로 <이별계약> <L-DK>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음이걸 무슨 재미로 보는 거지...? 싶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나의 소녀시대> 함께 중드가 유행했고 교실 구석에서 주로 < 랍스터> <파프리카같은 영화를 봤다또래와 취향이 그렇게까지 갈릴 줄은 몰랐고친구들은 대부분나더러 이상한 영화만 본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한순간에 변하는 것도 사람이라더니 요샌 가볍고 팔랑거리는 이야기가 끌린다현생에 치여서일까무겁고 무거운 작품만 고집하던 취향이 많이 너그러워졌다그래서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 구미가 당겼나 보지.


『여름날의 레몬그라스』는 첫사랑의첫사랑에 의한첫사랑을 위한 소설이다주인공 왕샤오샤는 완벽  자체인 청이의관심을 끌기 위해 짓궂은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하지만 청이는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취를 감춘다왕샤오샤에겐 그의곁을 묵묵히 지키는 유자가 있기에 그럭저럭 고등학교 생활을 해낸다엄마  속에 있을 때부터 친구였던 유자와 감정적으로 꼬이기 전까지는설상가상으로 청이가 다시 왕샤오샤 앞에 나타나면서 일은 꼬일 대로 꼬인다.


한창 인소 읽던 나이엔 해피엔딩을 병적으로 싫어했다이야기는 모름지기 슬퍼야 제맛이고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피가많이 튈수록 재밌다고 생각했다지금도 해피엔딩보단 새드엔딩이 좋고여전히 < > 경쾌함이 좋다그래도 변한 있다면 취향이 유연해졌다는 『여름날의 레몬그라스』처럼 뻔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도 왕샤오샤와 함께 희희낙락거리며 읽을  있다는  맛이 상큼해서 오랜만에 개운하게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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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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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서평단]

은행나무 인스타그램에서 서평단 모집 글을 봤다. ' 다섯 마리의 ' 대한 설명과 함께 "여전히 혹한의 밤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라는 문구로 『개 다섯 마리의 밤』을 소개하고 있었다컬러풀해서 눈길을 끌었던 표지가순식간에 무겁게 다가왔다어떤 일을 겪었기에 그들의 삶은 여전히 혹한의 밤일까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펼쳤다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개 다섯 마리의 밤』은 크게  꼭지로 나뉜다알비노로 태어난 세민이와 그의 엄마 박혜정세민이가 전학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안빈과 안빈엄마세민이 성별자이길 바라는 종교단체  이야기를 묶는  '폭력의 발산'이다폭력을 겪어낸 인물들이 배척과 혐오를 생존전략으로 택하면서 그들의 삶은 아수라장이 된다.


박혜정은 '박혜정'에게 갇혀있는 인물이다내면은 그대로인데 신체만 자란 느낌그래서인지 박혜정은 아들 세민을 대할때도 본인 위주다세민더러 " 아들", "박혜정 아들 박세민"(207p)이라 하며 살짜리 아들을 혼자 두고 본인의 스위치를 내리기 일쑤다세민은 그런 엄마 때문에 강제로 강해져야 했다. " 세상에 엄마와 세민둘뿐이"기에 " 사람  명은 강해야 ", "엄마는 강한 사람이 아니므로 그건 결국 나여야 한다고."(70p).

이에 반해 안빈엄마는 유년 시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인물이다 자식만큼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확고하다작가에게 부여받은 이름에서도   있듯이 그렇기에 안빈의 엄마로서 존재하고자 한다안빈을 끌어올리기위해 타인을 끌어내리는  생존전략으로 택한 인물이기도 하다그래서 안빈에게 거듭 말한다알비노가 아프리카에서어떻게 찢겨 죽는지어쩌면 안빈은 세민 자체보다 세민에게 집착하는 엄마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빈이 택한  엄마에게 배운 폭언을 세민에게 되돌려주는 법이다.

소설 내에 많은 엄마가 등장하지만 내가 눈여거본  위의  사람이다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지만 행동의 결과가 비슷하기 때문각자 다른 이유로 다른 행동을   엄마는 결국 자식에게 본인을 강요한다똑같이.


요즘 애들은 영악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개 다섯 마리의 밤』을 읽고 나니  이유를  것도 같다그건 요즘 애들이갖가지 정보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지 않을까인터넷과 유튜브는 물론이고소설  아이들은 엄마들 단톡방에서 퍼진이야기까지 끌어와서 본인들 세계에 적용한다무서운 생존전략이 아닐  없다.


개인적으로 의아했던  에스더의 이야기만 음성 녹음 형식이라는 점이다에스더는 앞서 말한 종교단체 소속 인물이다소설이 에스더의 물음으로 끝나는 만큼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3인칭으로 전개되는 소설에서혼자 1인칭 구어체라 동떨어진 느낌이 강했다에스더 개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훌렁훌렁 읽다가 앞으로 되돌아가서다시 읽기도 했다 읽다가 흐름 끊기는 느낌이라  부분이 아쉬웠다.


+) ⚠️트리거 요소가 많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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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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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서평단]
우리가 아는 '좀비'의 시초가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라고 하더라. 그럼 좀비물이 나온 지 벌써 50년이 넘은 셈이다.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하나의 장르가 구축되기엔 타이트한 기간이라고 생각함. 그동안 좀비물이 질리도록 많이 나왔고 지금도 나오는 만큼, 인상적인 좀비물을 만들기란 갈수록 어려워지겠지. 내가 좀비물을 안 좋아했던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좀비에서 뽑을 수 있는 소재는 이미 고갈됐다고 생각해서 좀비물에 대한 기대가 없었거든.

근데 그 어려운 걸 『시체와 폐허의 땅』이 해내더라.

『시체와 폐허의 땅』은 '첫 번째 밤'에 양친을 잃은 톰과 베니가 새롭게 유대관계를 쌓는 과정이자 베니의 성장담이다. 베니는 '첫 번째 밤'에 톰이 엄마를 버리고 도망쳤다는 기억 때문에 톰을 원망한다. 그런 겁쟁이 톰이 좀비 사냥꾼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열다섯 살이 된 베니가 톰에게 좀비 사냥꾼 일을 배우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베니의 세계가 무너진다. 베니는 '마운틴사이드'라는 우물 속 개구리였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존의 좀비물에 질린 이유가 이 좀비가 다른 좀비와 뭐가 다른지를 어필하는 작품이 많아서였던 것 같음. 하지만 『시체와 폐허의 밤』은 좀비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다르다. 좀비도 한때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대부분의 좀비 소설은 온통 뇌에 대해서만 다루는 반면 이 소설은 심장까지 다루고 있다."는 추천사가 딱 들어맞는 소설이다.

표지 제목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서평단 신청한 거였는데 완독하자마자 박수쳤다. 이만큼 기승전결 완벽하고 떡밥 회수까지 깔끔한 소설 정말 오랜만이었고.. 마음이 풍요로워졌음.. 저 지금부터 넷플릭스 드라마화 존버합니다.. 성공할 때까지.. 존버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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