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파버 을유세계문학전집 113
막스 프리슈 지음, 정미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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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서평단]

『호모 파버』의 주인공 발터 파버는 유네스코 소속 엔지니어로 개발도상국 개발을 지원한다그에게 자연은 이용할 도구일뿐이다게다가  번째 챕터(「첫 번째 정거장」내내 본인은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한다임신중절에 관해 이야기하던그는 "우리가 거부해야 하는 자연을 숭배 대상으로 삼는것이라며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요 엔지니어" 때문에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자연이 만든 것도 아닌 다리를 사용하면 되고,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하니 어떤 수술도 거부해야 한다."(151p) 말한다.


「첫 번째 정거장」에서 파버는 신뢰할  없는 화자다후에 친딸이라는  알게 되는 엘리자베트와의 만남에서 거듭 강조한다엘리자베트에게 추근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당연하겠지그는 변태가 아니니까하지만 결과적으로 파버와 엘리자베트는 연인이 됐고 엘리자베트는 죽었다물론 파버는 엘리자베트가 자신의 딸인  몰랐다하지만 엘리자베트의엄마 이름을 알게  파버는 거듭해서 날짜를 계산해본다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본인이 이성적인 사람이라고강조하던 파버는 믿고 싶지 않은 사실 앞에서 수학 결과를 조작한다


'호모 파버' 도구적 인간을 가리키는 철학적 개념이다엘리자베트의 엄마이자 파버의 전여친인 한나가 파버더러 '호모파버'라고 부른 것처럼파버는 '이성적인 ' 취해있는 사람이다예술가를 조롱하고 자연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만 내가보기엔 파버가 기술 문명을 숭배하는 사람 같다. 100% 감정만으로 사는  불균형하듯이 100% 이성만으로 사는 것도 불균형한 법이다작가가 주인공 이름에 도구적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것처럼 주제가 명확한 소설이다.


기술 문명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경계하자는 주제를 오이디푸스 적으로 풀어낸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는데 정미경 교수의해설이 많은 도움이 됐다하지만 1957 작품을 2021년에 읽어서 그런지 그다지 와닿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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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리커버 특별판)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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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서평단]

<말레피센트>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말레피센트의 세상과 오로라 공주의 세상이 얽히는 순간이 아직도생생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선 왕자가 무찔러야  악당이었던 말레피센트에게도 서사가 있었다당연하지만 신선한 기분이었다원래도 주인공보단 빌런 캐릭터를 좋아했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서양 문학에서 최초의 마녀인 키르케는 님프 페르세와 태양신 헬리오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그의 이모는 "눈이 노랗고 우는 소리가 특이하고 가늘다"(14p) 이유로 아이의 이름을 (hawk)라는 뜻의 키르케라고 지었다인간의 목소리를타고난 데다 특출난 능력도 없었기에 신전의 모두가 키르케를 무시한다그렇게 학대받던 아이는 본인의 의지로 마녀가된다보란 듯이.


『키르케』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오디세이아』에 잠깐 등장하는 키르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를 돼지로 변신시키고오디세이아를 붙잡아 둔다저자는  대목의 앞뒤에 살을 붙여 '키르케'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빚어냈다학대 속에서 자라 어쩌다 아이아이에의 마녀가 됐는지오디세이아와 지낼  일과  후로 어떤일을 겪었는지.


키르케가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신이라는 이유로 혼자 섬에 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은 일들이 키르케를 마녀로 만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전에도 키르케는 마녀였으나그가 겪은 일들이 기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녀롤플레잉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많은 일을 겪은 키르케가 마침내 사발에 담긴 수액을 마셨을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키르케 같은 캐릭터가 많을 것이다 이야기의 부품으로 사용된 빌런 캐릭터들 말이다굳이 고전까지 거슬러 가지 않더라도 흥미로운 캐릭터가  트럭은 나올 테지앞으로 이런 발굴 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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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 마흔 백수 손자의 97살 할머니 관찰 보고서
이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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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래출판 #서평단]
할머니와 같이 산 지 6년 좀 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야 집에 있는 시간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에 그럭저럭 잘 지냈던 것 같다. 가족끼리 싸울 때도 주로 할머니 편을 들었다. 아빠는 왜 저렇게 할머니를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혼자 볼멘소리도 자주 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뀐 게 20살 여름방학이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보충수업 없는 온전한 방학을 집에서 안락하게 누리고 싶었다. 그러면서 24시간 할머니와 같은 공간에 있게 된 거다. 비로소 '같이' 살 게 된 거지.

『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는 백수(白手) 손자가 백수(白壽)를 앞둔 노인과 부대끼면서 겪은 일을 담아낸 일화집이다(8p). 이 책 서평단 신청한 것도 다른 집 할머니는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노인과의 불화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솔직히 스트레스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아쉽게도 이 에세이는 내 기대와 정확히 어긋났다. "마흔 백수 손자의 97살 할머니 관찰 보고서"라는 부제 그대로 피여사를 관찰한 책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진 피여사의 생활 방식 변화라든가, 그의 가족사가 길고 자세하게 나열된다. 얼굴도 모르는 피여사를 이렇게까지 낱낱이 알아도 되는 건지 거북했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서술은 생각보다 적었다. 다른 집도 우리 집처럼 근근이 버티고 있는 건가 싶었다.

완독하고 나니 뜻하지 않게 겸허해졌다. 어쩌면 작가는 점점 작아지는 피여사를 기록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언젠가 자신의 곁을 떠날 피여사를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해 '책'이라는 물질로 박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이 드는 것과 별개로 늙는 게 뭔지 체감 가능했다는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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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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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서평단] 1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던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 출간됐다이미 읽은 책이라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소설의 인물에 대하여」는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평소에 자주 고민하던 지점이기 때문이다소설을 쓰면서 인물 설정을 어느 부분까지 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박민정 작가처럼 1부터 10까지 인물을 설정해놓으면 어떻게든 소설에 모든 설정을 등장시키고 싶고필요한 부분만 설정해놓으면 왠지 인물이 납작한 기분이다인물의 어디까지를 보여줄 거냐는  스토리에서 인물의 비중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고결과적으로스토리 중심이냐 인물 중심이냐가 결정되니까전자는 등장인물이 수동적인 것처럼 느껴지고후자는 주제 없는 에피소드 모음집처럼 느껴진다남의 작품을 읽을  별다른 고민 없이 넘어가는 부분이 창작자로서 가장 고민되는  같음.


사실 요즘 가장 고민되는  인물보다도 pc함이다온갖 젠더 문제와 혐오범죄폭력에 성실히 반응하는 요즘이니까이를 염두에 두는  넘어서서 기준으로 삼아  쓰려고 하니 정말이지 아무것도  수가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 지적받는 싫다기보단 무지하기 싫어서.


이상적인 캐릭터와 현실반영 max 캐릭터 사이에서 오늘도 고민 중입니다...💦




[작가정신 #서평단] 2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던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 출간됐다이미 읽은 책이라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음.


「대체될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은 내게도 있다누군가  기억해주고 그리워해서  사람에게만큼은 대체될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나는 이런 욕망을 종종 사랑이라 칭했다작가와 독자 사이에도애인 사이에도친구 사이에도 도처에 널린  사랑이라흔한 만큼 '특별한 사랑'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같다.


박민정 작가는 말한다. "상대는 나에게 대체 가능한 존재인데 나는 상대에게 유일해야 하는  이기적인 욕망일 "이니"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대체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61p). 맞는 말이지만 모깃소리만  불만이생긴다. 1:1 관계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고 그걸 전제로 투닥거리는 사랑은 그런 재미로 하는  아닌가그래서 박민정 작가의  뒤에 덧붙이고 싶다사랑하는 동안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하자고.




[작가정신 #서평단] 3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던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 출간됐다이미 읽은 책이라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음.


나는 ' 시절' 다룬 작품에 대해 말을 아낀다여기서 ' 시절'이란 대한민국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을 일컫는다가령 <변호인>이나 <국제시장>, <남산의 부장들같은 작품들누군가는 직접 겪었지만 내게는 교과서로 배운 텍스트 줄만 존재하는 시절의 이야기들 말이다박민정 작가 역시 「알지 못했던 세계에서 - 나의 1990년대」에서 말한다.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것을  알거나 최소한 경험하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1990년대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가 거의 '없다'"(77p). 간신히 20세기에 태어난 내가  시절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는가경험치가 없으니  시절을 '제대로아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근데 요즘은  시절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지금 사는  곳이  시절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안다는 말도 있으니까코로나 시국이 조금 진정되면그래서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받아들일 준비가되면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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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지음, 변용란 옮김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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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서평단]
인간은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나는 고집스럽게 대답해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 인생 지가 조지는 걸 타인이 어떻게 말리겠냐고. 말해봤자 안 들을 게 뻔한데.

『마른 여자들』은 서로를 구하고자 하는 쌍둥이 자매와 주변 여자들의 이야기다. 일란성쌍둥이인 로즈와 릴리는 어릴 때부터 비교당하며 자랐다. 로즈는 다방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릴리가 되고자 했다. 그러다 릴리보다 잘하는 걸 발견했는데 그게 거식이었다. 릴리는 언제나 로즈가 남긴 음식을 먹어주었다. 그즈음부터 둘은 각자 섭식장애를 겪으며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 소설은 섭식장애 환자를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자라난 환경과 또래, 성 정체성, 사회까지 조명한다. 열세살에 황금색 핫팬츠를 입고 무대에 오르고, tv 쇼에서 커밍아웃하고, 혀 피어싱을 한 "끝내주는 금요일 밤 같은 모습"(27p)의 캣 미첼스. 그를 우상화하며 마른 몸매를 따라 하고자 한 로즈와 소녀들. 인기 있는 여학생이 되기 위해 제미마 게이츠를 따르던 소녀들. 매번 "이름+몸매와 관련된 형용사+지명=사진 설명"(545p)으로 소개되는 캣 미첼스. 데이트 폭력과 아동 학대와 방임에서 알아서 살아남은(살아남아야 하는) 여자들까지. 이게 모두 쌍둥이와 주변 여자들의 삶이다.

나 역시 이 삶과 무관하지 않다. 학창 시절에 굶어서 살을 빼고자 한 적이 있다.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가르시니아 어쩌고 하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사 먹고, 가느다란 허리를 강조한 여자 연예인 몸매 사진(얼굴은 자른)을 핸드폰 잠금화면으로 설정하고, 급식은 밥 몇 숟갈에 연두부만 먹었다. 정말 몸무게 숫자만 줄이려고 했었다. 기억 안 나는 이유로 며칠 만에 그만뒀지만 이런 어리석은 짓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섬뜩하다. sns에서 프로아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섬뜩하다.
언젠가부터 유튜브 댓글에 '개말라 인간'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더라. 어디서 파생된 단어인지 궁금해서 검색했다가 '프로아나'까지 알게 됐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머리만 복잡했다. 이미 극단으로 치달은 사람을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놓지? 워너비가 뼈말라 인간인 사람들을?

사실 지금도 인간은 타인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원은 셀프니까. 본인이 구할 수 있는 건 본인뿐이다. 그런데 『마른 여자들』 읽으면서 생각을 고쳤다. 나락에서 직접 건져 올려 제자리로 돌려놓긴 힘들겠지만, 회복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할 순 있다고. 플리가 로즈를, 로즈가 제미마를, 다시 제미마가 로즈를 정신 차리게 한 것처럼.

그러니까 마른 여자들을 도울 수 있는 건, 본인들과 우리 여자들이라는 소리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겠지만.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니까.

+) 158p 책 페이지 위쪽 여백 오류
+) 506p 오탈자: 번갈이 → 번갈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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