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 마흔 백수 손자의 97살 할머니 관찰 보고서
이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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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래출판 #서평단]
할머니와 같이 산 지 6년 좀 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야 집에 있는 시간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에 그럭저럭 잘 지냈던 것 같다. 가족끼리 싸울 때도 주로 할머니 편을 들었다. 아빠는 왜 저렇게 할머니를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혼자 볼멘소리도 자주 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뀐 게 20살 여름방학이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보충수업 없는 온전한 방학을 집에서 안락하게 누리고 싶었다. 그러면서 24시간 할머니와 같은 공간에 있게 된 거다. 비로소 '같이' 살 게 된 거지.

『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는 백수(白手) 손자가 백수(白壽)를 앞둔 노인과 부대끼면서 겪은 일을 담아낸 일화집이다(8p). 이 책 서평단 신청한 것도 다른 집 할머니는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노인과의 불화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솔직히 스트레스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아쉽게도 이 에세이는 내 기대와 정확히 어긋났다. "마흔 백수 손자의 97살 할머니 관찰 보고서"라는 부제 그대로 피여사를 관찰한 책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진 피여사의 생활 방식 변화라든가, 그의 가족사가 길고 자세하게 나열된다. 얼굴도 모르는 피여사를 이렇게까지 낱낱이 알아도 되는 건지 거북했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서술은 생각보다 적었다. 다른 집도 우리 집처럼 근근이 버티고 있는 건가 싶었다.

완독하고 나니 뜻하지 않게 겸허해졌다. 어쩌면 작가는 점점 작아지는 피여사를 기록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언젠가 자신의 곁을 떠날 피여사를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해 '책'이라는 물질로 박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이 드는 것과 별개로 늙는 게 뭔지 체감 가능했다는 점은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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