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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평점 :
[작가정신 #서평단] 1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던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이미 읽은 책이라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소설의 인물에 대하여」는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자주 고민하던 지점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면서 인물 설정을 어느 부분까지 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박민정 작가처럼 1부터 10까지 인물을 설정해놓으면 어떻게든 소설에 모든 설정을 등장시키고 싶고, 필요한 부분만 설정해놓으면 왠지 인물이 납작한 기분이다. 인물의 어디까지를 보여줄 거냐는 곧 스토리에서 인물의 비중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스토리 중심이냐 인물 중심이냐가 결정되니까. 전자는 등장인물이 수동적인 것처럼 느껴지고, 후자는 주제 없는 에피소드 모음집처럼 느껴진다. 남의 작품을 읽을 땐 별다른 고민 없이 넘어가는 부분이 창작자로서 가장 고민되는 것 같음.
사실 요즘 가장 고민되는 건 인물보다도 pc함이다. 온갖 젠더 문제와 혐오, 범죄, 폭력에 성실히 반응하는 요즘이니까. 이를 염두에 두는 걸 넘어서서 기준으로 삼아 글 쓰려고 하니 정말이지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 지적받는게 싫다기보단 무지하기 싫어서.
이상적인 캐릭터와 현실반영 max 캐릭터 사이에서 오늘도 고민 중입니다...💦
[작가정신 #서평단] 2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던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이미 읽은 책이라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음.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은 내게도 있다. 누군가 날 기억해주고 그리워해서 그 사람에게만큼은 대체될 수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 나는 이런 욕망을 종종 사랑이라 칭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도, 애인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도처에 널린 게 사랑이라, 흔한 만큼 '특별한 사랑'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박민정 작가는 말한다. "상대는 나에게 대체 가능한 존재인데 나는 상대에게 유일해야 하는 건 이기적인 욕망일 뿐"이니"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61p). 맞는 말이지만 모깃소리만 한 불만이생긴다. 1:1 관계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고 그걸 전제로 투닥거리는 것, 사랑은 그런 재미로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박민정 작가의 말 뒤에 덧붙이고 싶다. 사랑하는 동안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하자고.
[작가정신 #서평단] 3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던 박민정 작가의 산문집이 출간됐다. 이미 읽은 책이라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기로 했음.
나는 '그 시절'을 다룬 작품에 대해 말을 아낀다. 여기서 '그 시절'이란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들을 일컫는다. 가령 <변호인>이나 <국제시장>, <남산의 부장들> 같은 작품들. 누군가는 직접 겪었지만 내게는 교과서로 배운 텍스트몇 줄만 존재하는 시절의 이야기들 말이다. 박민정 작가 역시 「알지 못했던 세계에서 - 나의 1990년대」에서 말한다.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것을 잘 알거나 최소한 경험하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1990년대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77p). 간신히 20세기에 태어난 내가 그 시절에 대해 무슨 말을 하겠는가. 경험치가 없으니 그 시절을 '제대로' 아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근데 요즘은 그 시절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사는 이 곳이 그 시절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안다는 말도 있으니까. 코로나 시국이 조금 진정되면, 그래서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받아들일 준비가되면 시작해야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