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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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 8기 #서평단]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파이 이야기』(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소설>)로 유명한 얀 마텔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마 2부 시작하자마자 당황스러울 거다. 주인공도 시간대도 이야기도 전부 달라지기 때문. 나도 2부 몇 장 읽다가 단편소설인가 싶어서 표지 살펴봤음ㅋㅋㅋㅋㅋ
1~3부는 각기 다른 세 개의 이야기지만 긴밀하게 엮여있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각각의 패턴이 하나로 어우러진 태피스트리처럼"(411p) 말이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산이 아닌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독자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며,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침팬지와 이베리아 코뿔소와 애도의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파이 이야기』는 안 읽어봐서 영화랑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게 아쉽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를 좋아한다면 높은 확률로 좋아할 책. 주인공은 생생한 현실로 받아들이지만 독자(관객)에겐 꿈같은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동물과 공생하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라이프 오브 파이>가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면서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바싹 마른 모래가 굴러다니는 느낌임.

사실 택배 받았을 때만 해도 400p 넘는 걸 언제 읽나 싶었다. 왜냐하면 장편소설(471p) 읽는 중에 받은 책이었고, 다음에 읽어야 할 책도 장편소설(607p)이라서...^^ 과제 하는 기분으로 하루에 100p씩 읽어야지... 하면서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읽기 시작했는데 거의 밤새워가면서 읽었고 엔딩이 다가오는 게 아쉬웠다. 전혀 그런 이야기가 아님에도 1~3부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때마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짜릿했고 전체를 아우르는 소재나 분위기도 정말 좋았음.

줄거리 찾아보지 말고 일단 읽어보세요. 그리고 무조건 완독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진짜 재밌으니까 믿고 추라이추라이

+) 『파이 이야기』 꼭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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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링 마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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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서평단]
『단절』은 중국 선전 지역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한 '선 열병'을 중심으로 종말 전후를 교차하며 전개되는 소설이다. 선 열병은 폴로 셔츠를 끝없이 개거나 책장을 넘기며 썩은 주스를 홀짝이거나 식탁을 차리는 등 생전에 자주 했던 일을 무한반복 하는 병이다. 좀비처럼.
소설은 주인공 캔디스를 통해 전개된다. 캔디스의 유년시절, 방황기, 뉴욕에 위치한 출판 관련 회사 스펙트라에서의 일, 선 열병 유행 이후 밥의 무리를 만난 것까지. 캔디스의 삶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현대인의 삶을 되짚는다.

"종말이 지나고 새로운 서막이 열렸다. 서막이 열리던 시점에 무리의 총인원은 여덟이었다가 ―내가 합류하면서― 아홉으로 늘었으나, 아홉은 줄어들 일만 남은 숫자였다."(9p)며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서사처럼 시작한 『단절』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단절』이 그리는 종말은 선 열병 유행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그보다 공들여 다루는 건 자본주의가 한 개인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어떻게 끊임없는 굴레에 편입시키는지다. "종말은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하기도 전에 시작된다. 종말은 일상처럼 흘러간다."(11p)는 캔디스의 서술처럼, 잠에서 깨어나 일터로 출근하고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은 선 열병 증상과 동일하다. 현대인들은 선 열병이 유행하기 전부터 모종의 병에 걸려 있었던 게 아닐까.

코로나19와 몹시 닮은 선 열병을 통해 예술소녀를 꿈꿨던 직장인의 서글픔과 뉴욕이란 공간의 모순과 이민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포착하는 소설이다. 책날개에 수록된 《릿허브》의 추천사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젠장, 세상이 끝나면 어쩌지"와 "젠장, 세상이 안 끝나면 어쩌지"의 중간에 살고 있다면 딱 맞는 작품. 사실 지금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 디스토피아가 일상이 된 요즘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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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 - 비울수록 애틋한 미니멀 부부 라이프
에린남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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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집가 8 #서평단]

택배 뜯자마자 소리 질렀음표지가 이렇게 귀여울 일인가...?  틀어막고 구경했다안에 삽입된 일러스트도 표지 그림만큼 귀엽길래 산뜻 발랄한 내용일  알았더니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물씬 느껴졌다.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이하 『하나>둘』) 작가가 남편과 함께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결혼 생활에 서툴렀던  사람이 점차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내게 좋은 것보단 우리에게 좋은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과정에 크게 기여한  바로 미니멀리즘이다집안일을 줄이기 위해 시작했던 물건 비우기는 작가의 결혼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었다.


 책의 부제가 '비울수록 애틋한 미니멀 부부 라이프' 것처럼 미니멀리즘 자체보단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는 부부의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하지만  기혼자가 아니더라도 타인(가족 포함) 거주 공간을 함께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많아 즐겁게 읽을  있음특히 3(「둘이서 매일 조그맣게 -  시국의 부부」) 4(「가볍고 행복한 - 지속 가능한 사랑을 위하여」) 좋은 에피소드가 많아서 추천하고 싶다무의미한 싸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화를 하고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려는 작가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


『하나>둘』은 작가의 구체적인 경험을 녹여낸 책이다타인의 생활을 엿보는 재미와 함께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삶에대한 고찰을 동시에   있음짧은 에세이가 여러  수록되어 있어서 짜투리 시간에 읽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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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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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 8 #서평단]

살면서 누구나 후회를 한다과거에 이렇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의문은  후회가 되어 현재와 미래까지 좀먹는다내가 별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이 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면 더더욱『마이 선샤인 어웨이』의 주인공이 계속해서 유년 시절을 곱씹는 것처럼.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 청자(엔딩에서 누군지 밝혀짐)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이야기다독자는 처음  장만에 화자인 '' 의심하게 된다왜냐하면 시작하자마자 '' "파이니 크리크 로드 인도 초입에서 일어난 린디 심프슨 강간 사건 용의자    사람이었다는  알게 되니까이때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독자는 '' 의심하고 '' 이야기를 의심하게 된다.


 권의 소설에서 '강간'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읽은  처음이라 기분이  좋진 않다마을 사람들은 사건 이전과 이후의 린디를 나누고 평가한다. '' 한술  떠서 분위기가 어두워진 린디를 사건 이전의 린디로 돌려놓고자 갖은 일을벌인다그리고 린디에게 악다구니를 듣고 나서야 깨닫는다. '' 린디를 얼마나 사랑하든린디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든모든  린디를 위해  행동이든 ''에겐 결정권이 없다는 어찌 됐든 린디의 삶이니까 깨달음을 청자에게전달하는  『마이 선샤인 어웨이』의 목적이다청자가 ''보다 나은 남성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여러 의미로 해석할  있는 제목이라 완독  곱씹는 재미가 있었다 오랜 기간 '' '마이 선샤인'이었던 린디일 수도돌아오지 않을 유년 시절일 수도소설  청자일 수도 있는 제목이거든무겁고 역겨운 사건들이 쏟아지는 두터운(450p) 소설이지만 정말 금방 읽었다읽기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페이지 터너인  확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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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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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서포터즈 1기 #서평단]
『아파트먼트』의 화자는 말한다. 본인이 가장 두려운 건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156p) 것이라고. 이 말은 결말에 이르러 현실이 됐다. '나' 스스로도 본인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아파트먼트』는 컬럼비아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의 문예창작 프로그램에서 빌리를 만난 '나'의 이야기다. 소설은 '나'의 1996~7년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빌리와의 사건 후의 이야기를 에필로그 삼아 마무리된다. 약간 애매한 문예창작 전공인 나는 도무지 이 책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없었음. 서로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합평의 껄끄러운 분위기를 겪어봤기 때문이겠지.
'나'의 작품이 혹평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돼서 거의 숨 참으면서 읽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자존감 뚝뚝 떨어지는 상황 아니냐고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은 다르다고 말해준 빌리에게 '나'가 끌리는 건 당연해 보임. 하지만 둘이 동거를 시작하면서 서로가 보완할 수 있어 보이던 차이점들도 종국에는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156p)다는 걸 확인시킬 뿐이었다.

에필로그 격인 「그 후」 챕터에서 '나'는 빌리와의 사건 이후로 창작을 놓았지만 망하진 않았다. 어쨌든 출근할 곳이 있고 퇴근 후 갈 곳이 있으니까. 적어도 1인분은 하고 있으니까. 예상보다 결말이 희망차길래 『아파트먼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명확하게 정리하질 못했는데 책 뒤표지 읽다가 깨달았음. "(중략) 평범한 소설가 지망생의 고통이라니… 그러나 이 고통도 곧 잃고 만다는 것이 이 소설이 도착하는 마지막 지점이다. 그렇게 청춘은 끝난다. 어떻게 하든 청춘은 상실의 과정이고, 그 상실을 통해 우리는 한때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아파트먼트』는 중년이 된 '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흐름이다. 현재의 '나'가 창작에서 한걸음 비켜난 직업을 가졌기에 과거의 '나'를 더 적확하게 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화자가 여전히 예술을 했다면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든 포장하려고 했을 것 같음. 저지른 짓을 봤을 때 충분히 그럴만한 인물...^^

"청춘은 상실의 과정"이라는 김연수 소설가의 추천사가 쓰게 남는 소설이었다. 예술병 걸린 모두에게 추천합니다(나 포함).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공감 가는 대목이 많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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