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엘리 서포터즈 1기 #서평단]
『아파트먼트』의 화자는 말한다. 본인이 가장 두려운 건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156p) 것이라고. 이 말은 결말에 이르러 현실이 됐다. '나' 스스로도 본인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아파트먼트』는 컬럼비아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의 문예창작 프로그램에서 빌리를 만난 '나'의 이야기다. 소설은 '나'의 1996~7년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빌리와의 사건 후의 이야기를 에필로그 삼아 마무리된다. 약간 애매한 문예창작 전공인 나는 도무지 이 책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없었음. 서로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합평의 껄끄러운 분위기를 겪어봤기 때문이겠지.
'나'의 작품이 혹평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돼서 거의 숨 참으면서 읽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자존감 뚝뚝 떨어지는 상황 아니냐고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은 다르다고 말해준 빌리에게 '나'가 끌리는 건 당연해 보임. 하지만 둘이 동거를 시작하면서 서로가 보완할 수 있어 보이던 차이점들도 종국에는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156p)다는 걸 확인시킬 뿐이었다.

에필로그 격인 「그 후」 챕터에서 '나'는 빌리와의 사건 이후로 창작을 놓았지만 망하진 않았다. 어쨌든 출근할 곳이 있고 퇴근 후 갈 곳이 있으니까. 적어도 1인분은 하고 있으니까. 예상보다 결말이 희망차길래 『아파트먼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명확하게 정리하질 못했는데 책 뒤표지 읽다가 깨달았음. "(중략) 평범한 소설가 지망생의 고통이라니… 그러나 이 고통도 곧 잃고 만다는 것이 이 소설이 도착하는 마지막 지점이다. 그렇게 청춘은 끝난다. 어떻게 하든 청춘은 상실의 과정이고, 그 상실을 통해 우리는 한때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아파트먼트』는 중년이 된 '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흐름이다. 현재의 '나'가 창작에서 한걸음 비켜난 직업을 가졌기에 과거의 '나'를 더 적확하게 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화자가 여전히 예술을 했다면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든 포장하려고 했을 것 같음. 저지른 짓을 봤을 때 충분히 그럴만한 인물...^^

"청춘은 상실의 과정"이라는 김연수 소설가의 추천사가 쓰게 남는 소설이었다. 예술병 걸린 모두에게 추천합니다(나 포함).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공감 가는 대목이 많을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