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서평단]『단절』은 중국 선전 지역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한 '선 열병'을 중심으로 종말 전후를 교차하며 전개되는 소설이다. 선 열병은 폴로 셔츠를 끝없이 개거나 책장을 넘기며 썩은 주스를 홀짝이거나 식탁을 차리는 등 생전에 자주 했던 일을 무한반복 하는 병이다. 좀비처럼.소설은 주인공 캔디스를 통해 전개된다. 캔디스의 유년시절, 방황기, 뉴욕에 위치한 출판 관련 회사 스펙트라에서의 일, 선 열병 유행 이후 밥의 무리를 만난 것까지. 캔디스의 삶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현대인의 삶을 되짚는다."종말이 지나고 새로운 서막이 열렸다. 서막이 열리던 시점에 무리의 총인원은 여덟이었다가 ―내가 합류하면서― 아홉으로 늘었으나, 아홉은 줄어들 일만 남은 숫자였다."(9p)며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서사처럼 시작한 『단절』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단절』이 그리는 종말은 선 열병 유행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그보다 공들여 다루는 건 자본주의가 한 개인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어떻게 끊임없는 굴레에 편입시키는지다. "종말은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하기도 전에 시작된다. 종말은 일상처럼 흘러간다."(11p)는 캔디스의 서술처럼, 잠에서 깨어나 일터로 출근하고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은 선 열병 증상과 동일하다. 현대인들은 선 열병이 유행하기 전부터 모종의 병에 걸려 있었던 게 아닐까.코로나19와 몹시 닮은 선 열병을 통해 예술소녀를 꿈꿨던 직장인의 서글픔과 뉴욕이란 공간의 모순과 이민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포착하는 소설이다. 책날개에 수록된 《릿허브》의 추천사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젠장, 세상이 끝나면 어쩌지"와 "젠장, 세상이 안 끝나면 어쩌지"의 중간에 살고 있다면 딱 맞는 작품. 사실 지금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디스토피아가 일상이 된 요즘 읽으면 좋은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