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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 - 우리는 왜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가
보니 추이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평점 :



<타임> 선정 2025 '이번 시즌 최고의 책'에 선정된 『머슬(On Muscle)』
홈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근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발견한 반가운 책.
보니 추이의 『머슬(On Muscle)』은 단순히 ‘근육’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겉으로는 몸과 힘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내면과 회복력, 그리고 ‘살아남는 법’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몸의 힘’보다 ‘마음의 근육’이란 말이 더 크게 와닿았다.
보니 추이는 자신의 가족사, 아픔, 그리고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가 말하는 근육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의 상징이 아니라, 자신을 지탱해 주는 생존의 증거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런데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버팀’의 시간도 결국 나를 단련시켜온 근육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보니 추이는 여성의 몸이 얼마나 많은 부담과 시선을 견디며 살아왔는지를 정직하게 묘사한다. 한편으로는 고통스럽지만, 그 서술 속에는 강인한 유머와 자존감이 있다. “내 몸은 나를 지탱하는 집이다”라는 표현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아이를 낳고 몸이 달라진 후,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몸의 변화를 부끄러움이 아니라 ‘이 삶을 살아낸 흔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또한 『머슬』은 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감정, 관계, 상처를 다룬다. 가족의 폭력, 사랑의 결핍, 자기혐오 같은 무거운 주제들도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절망보다 생명력을 택한다. 그 생명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단단하다. 육아라는 일상 속에서도 나는 매일 조금씩 단단해지는 내 근육을 느낀다. 아이가 넘어져 울 때, 나도 울고 싶지만 대신 안아주며 버티는 그 힘. 그것도 일종의 ‘머슬’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위로는 ‘약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였다. 근육은 처음부터 강하지 않다. 다만 반복된 시도와 회복 속에서 서서히 생겨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도 그렇다. 완벽하려 하지 않아도,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순간들이 모여 결국 우리를 만든다.
『머슬』은 단지 근육이나 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회복에 대한 서사다. 보니 추이는 “강해지는 것”보다 “계속 살아가는 것”이 더 큰 용기라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내 몸과 마음에 새겨진 모든 피로와 흉터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그것들이 나의 근육이고, 나의 기록이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거울처럼 다가올 것이다. 지쳐도, 흔들려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근육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응원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