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비스틀리는 미녀와 야수 동화를 현대에 맞게 새롭게 써내려간 소설이다.
미국의 문화나 감수성, 감각은 10대가 보았을 때 더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스토리이지만 편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미녀와 야수, 어떻게 생각하면 단순한 교훈을 주제로 한 동화이다.
외모로 누군가를 평가하면 안된다는 것,
보이지않는 마음, 즉 내면의 아름다움과 진실한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동화이다.
이 동화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적용이 되는 것은,
이 변하지않는 명제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우린, 살아가면서 외모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기준의 하나로 
외모가 들어간다. 뛰어난 미모와 능력을 가지고 거기에다 집안 배경까지 좋다면 남들과 다르게 
보다 월등한 삶을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보니 조건을 더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다. 

비스틀리를 읽고 난 후, 난 미녀와 야수라는 동화에 대해 다시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단, 비스틀리의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카일 킹스버리, 뉴욕앵커를 아버지로 둔 그는 공부는 못해도
잘생긴 외모와 잘 사는 집안배경으로 부족함없이 살아간다. 일에 바쁜 아빠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완벽한 조건으로 왕자후보에 오르는 카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켄드라. 켄드라는 댄스파티 때 카일에게 차이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물론 교훈을 
주기위해 카일을 괴물로 변하게 만들어버린다. 
괴물이 된 자신의 모습에 삶을 절망하는 카일. 그가 다시 자신의 외모로 돌아갈 수 있는 해법은 딱 하나.
진실한 사랑을 찾는 것이었다. 

미녀와 야수와 비스틀리를 비교한다면, 왕자 즉 야수는 카일인데, 지적이고 유능하기보다는 채팅을 
좋아하는 그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면이 매우 어렸고 그런 점들이 귀여웠다.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마녀는 바로 켄드라이다. 켄드라는 소설에 자주 나오는데 카일과 같은 학교에 다녔던
그녀에 대한 비밀은 소설 뒷 부분에 숨겨져있었다.
장미정원 역시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나와있고 둘이 같이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춤을 추는 것,
눈싸움을 하는 것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카일이 사랑에 빠지게되는 대상 린다는 카일과 전에 알던 사이였는데 그녀는 마약중독자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런 린다의 삶을 거울을 통해 지켜보고있던 카일에게 우연히 그의 장미정원에 린다의 
아버지가 침입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살기위한 조건으로 린다를 이 집으로 보내게되고...
카일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지내던 린다는 거리에 쓰러져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거울로 보고,
결국 카일의 곁을 떠나게된다. 린다를 사랑하게 된 카일은 거울을 통해 린다가 위험에 처해있음을 알게되
린다에게 달려간다. 결국 총을 맞고 쓰러지지만 린다의 키스로 그의 얼굴은 원래의 잘생긴 외모로 다시 돌아온다.
이로서 해피엔딩의 결말.

스토리의 진행에 있어서 아쉬웠던 부분은 린다가 마약중독자인 아버지에게 돌아갈 때 당위성이 좀 부족했고 
그가 린다를 구해내는 과정도 너무 쉽게 해소된 것이었다. 
카일과 린다가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눈을 띄게 되는 과정은 재미있게 읽힐 수 있어 좋고, 카일을 도와주었던
가정부나 그의 맹인교사의 등장 역시 괜찮았다. 

배경이 뉴욕이라는 것,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카일이 채팅창에 들어가서 대화한 이야기들이 함께 겹쳐져
진행되는 스토리적인 부분도 새롭고 신선해서 좋았다. 영화로는 어떻게 나타나고 변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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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김제동. 그는 소신있는 방송인이라 생각한다. 반듯한 이미지와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유머와
재치를 가지고 있어 관심있게 보는 방송인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맡은 이후
방송에서 그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웠고 사회의 불합리함을 보았다. 이제는 방송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고 이런 여러 일들을 통해 더욱 그를 사람들이 잘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책이 출간되어 관심을 두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김제동이 만난 각계 각층의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었다. 작가와 해녀, 산악인과 과학자, 정치인과 배우, 영화감독까지..
그는 폭넓게 많은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않은 일일
테니까. 그만큼 신뢰있는 방송인이라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생각과 사연, 그리고 사진까지 볼 수 있어 좋았고 아쉬운 점은 그들의 인터뷰
내용이 생각보다 짧았고 또 김제동씨의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먼저 관심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을 먼저 읽어보았다. 작가-이외수, 조정래, 김용택, 정호승 씨.
그리고 배우-고현정, 설경구, 황정민 씨와 영화감독 강우석씨. 박원순 변호사까지. 각자의 분야가 다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김제동씨는 이외수작가를 담을 없앤 한옥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정말 딱 맞는 표현같다. 트위터의 선구자,
이외수씨. 정치와 사회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었고 적절한 비판을 하고 있었다. 
이외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살아야할 까. 실력과 인성을 갖춰야한다고. 
대중과 가장 잘 소통하는 작가 이외수씨의 사진들도 마음에 들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 그의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어울리는 교육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교육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며 대안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교육제도에 대한 그의 생각에 공감이
많이 갔다. 

진정한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고,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한 조정래 작가. 
고 이청준씨, 박경리씨, 박완서씨와 함께 한국문학계를 이끌어가는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전에 그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보다 활달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고현정 배우, 진실을 다하는 시를 쓰는 정호승 시인,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준 설경구 배우,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 그들의 소견과 견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김제동씨와 함께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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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쑤퉁 작가는 <홍분> <나,제왕의 생애>를 통해 알게된 작가였다. 중국문학을 처음 접하면서 위화, 그리고 쑤퉁 작가를

알게 되었고 중국문학의 매력을 한층 느낄 수 있었다.

<성북지대>는 아마 내가 접한 중국문학 중에서 샨샤 이후로 가장 충격을 받은 작품이 아닐 까 한다. 작품 속 모든 것들이,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사건, 서사가 놀라움으로 연속되고 감추는 것 없이 다 드러나며 표현들도 매우 거칠다.

대다수 중요한 인물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며, 혹은 불운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되는 것 또한 그렇다. 위화의 소설 <인생>

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죽는 비극이 연출되었듯 이 작품 속에서도 삶의 비극과 애환이란 쉽게 일어난다.

물론 그것이 당시의 중국시대 상황과 맞물려 서민들의 무거운 삶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비웃기라도 하듯, 강한 애증 

을 작가는 나타내고 있다.

주요인물들은 부모세대이기 보다는 중국빈민지역에서 살았던 청소년들이 주 사건을 이끌고 나간다. 다성, 홍치, 쉬더, 그리고

메이치와 쩔룩이. 각각 성격과 특색이 다른 이 인물들은 모두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살고있고 결말을 보자면 그래도 가장 행복

이라면 행복이랄까, 좋은 생활로의 발전이 느껴지는 것은 쉬더와 쩔룩이가 아닐까 한다.

<성북지대>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있다고 소개되고 있었는데 정말 그렇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참 어려운 것 같 

다.

작가는 중국의 어떤 모습을 보며 성장하고 자랐던 것일까.

처음 도입부를 읽으며 마치 80년대 서울을 생각하게 되었고 가난과 처절함 속에서 살아야했던 우리의 슬픈 과거가 떠올랐으며

김소진 작가의 <장석조네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했다. 김소진 작가의 소설보다는 훨씬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은

아주 과격하지만.

 

이 지역의 이름은 북대옥으로 죄수들이 수감되었던 곳이다. 주인공들이 다니는 동펑중학교는 다 퇴학당하지만, 살인과 방화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성북지대의 유일한 화초는 야반화라고 한다. 황혼무렵 꽃망울을 터뜨렸다가 다음날 아침 분주히 거둬들인 

다고 하며 여름에만, 그리고 저녁에만 피는 꽃이라고 한다. 어두움과 짙은 그늘에서 살아가는 참죽나무길의 사람들을 나타내고 있다.

 

다성은 13살때 아버지를 잃는다. 시멘트운반트럭에 치어 죽게되었고 그는 북문대교 비탈에서 다 망가진 아버지의 밀짚모자와

시멘트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을 발견한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애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맞았던 기억을 강렬히 그는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텅펑은 뱀꾼의 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돈을 받고 다성의 아버지에게 팔아넘겨 결혼을 하게 되었다.

쉬더는 다성의 친구인데 병세척공장의 화냥인 진란, 유부녀와 애정을 나누나 쉬더의 아버지와도 관계가 엮여 살인미수까지

갔다가 결국 자신의 아이를 주장하는 진란과 기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간다.

홍치의 강간으로 자살을 하는 메이치. 감옥에서 9년형을 받은 홍치. 쩔룩이의 누나 진홍은 밤길에서 건달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들중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메이치와 진홍의 죽음이었다. 결국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이기지못해 메이치는 자살을 선택하지 

만 진홍은 건달들에게 강하게 맞서 싸우는 바람에 화를 불러 죽임을 당한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적응을 못하고 부모님이나  

학교선생님들 모두 혀를 두르며 전혀 교육을 할 수 없었던 이들, 위태하다못해 늘 선을 벗어나 막장드라마를 연출하며 극단적 

인 방법으로 자신을 자해하는 이들, 일말의 자책감이나 반성의 모습조차 보이지않는 이들.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 것 

일까.

빈민지역의 가난과 불온한 청춘, 혹은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못해서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 어둡기만한 이들의 모습

속에 많은 의문이 남았다.

점점 경악케하는 사건들이 연속되어 책은 손에서 쉽게 놓이지않고 단순에 읽어버렸다. 문장도 매끄럽고 묘사도 실감있게 되어있었다.

주인공들의 분명한 색깔이 드러나고 주인공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참죽나무길의 모든 사람들도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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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깊은 밤, 기린의 말> 한국의 거목작가인 10인의 단편소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누구나 다 아는 대표작가분들, 고인이 된 박완서, 이청준 작가님, 그리고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조경란, 김연수 작가 등 깊은 밤 이들이 들려주는 진지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단편들을 만나게 되었다.

작품들 하나하나가 각 작가의 특성과 개성을 나타내고 있었고 역시 연륜이 묻어나는 문장, 입담

은 한시도 눈을 떼지못하게 만들었다. 모든 작품들이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이명랑 작가의

<제삿날>과 최일남 작가의 <국화 밑에서>였다. 죽음, 그리고 가족애를 바라보는 작가의 진지함이

좋았다.

 

박완서 작가님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역시 국민 어머니 작가답게 매끄러운 문장과 부담없이

읽히는 스토리, 그녀만의 입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세대와 입장이 다른 세여자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주인공과 여고 동창 시누이, 한 인물하는 시누이는 대학때 부잣집 아들과 결혼을 해 자식을 낳지만

이혼을 한다. 자녀 양육 문제와 위자료 문제로 돈을 원하는데로 다 받아냈다. 자식 뒷바라지도 잘해

좋은 외고도 보내고 명문대학도 보낸 시누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노인네 그래봤댔자 사라져 가는 세대아니냐. 너무 신경쓰지말고 대충대충 넘겨. 라고.

주인공의 시어머니와 주인공의 며느리였던 세미. 산만하게 굴면서 모기에 물렸다고 방방 뛰면서 난리

치던 며느리, 공주병도 중증에 초미니스커트에 높은 구두를 신고 또박또박 우아하게 걷던 며느리.

시누이의 이혼과 며느리의 이혼, 세대도 다르지만 생각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이혼의 사유를 통해

박완서 작가는 가족에 대해, 결혼에 대해 다소 풍자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솔직하면서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단편을 만들어냈다.

윤후명 작가의 <소금창고>는 과거를 추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지난 한 시절이 실려있는

합궤열차의 흔적을 찾아 주인공은 여행을 떠난다. 오이도에 도착한 주인공은 변해버린 그곳을

발견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시멘트투성이. 포근도 염전도 없어졌다. 젊음을 보냈던 그곳에서

기억을 더듬어 볼 만한 곳은 찾지못한다. 나도 오이도를 가본 적이 있었지만 작가의 흔적을 통해

과거 그곳이 어땠는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회한이 느껴

지는 묵직한 소설이었다.

이명랑 작가의 <제삿날>은 두 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자식들은 몰랐던 두 여인의 비밀

이야기이다. 마음을 아프게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함께 입원한

할머니의 병원비를 두고서 자식들은 엎치락뒤치락한다. 과부가 되어 보따리장사로 생계를 유지해온 어머니.

자식에게 버림받고 마을회관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그들은 같이 살게된다. 할머니는 그 집에서 자식들의

집안일을 모두 거들었다. 자식들은 그저 어머니를 모시는게 힘들었는데 할머니덕에 편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뒤에 나타난 비밀은 이 자식들이 모두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귀신들 제삿날에 만난 두 여자.

남편이 서울에서 딴 살림을 차려서 데리고 온 애 둘을 키웠던 어머니. 그리고 영감 처가 임신중이라는 걸 알면

서도 몸을 맡겼던 할머니. 천벌을 받는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영감 처가 죽고 그 자식을 넘겨받아 키웠던

할머니. 여인의 질퍽한 삶과 삶의 애환, 변해버린 가족애가 마음을 아프게했던 소설이었다.

최일남의 <국화 옆에서>는 조금 다른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국화 즉 장례식에서 쓰이는 이 꽃은 제목에서

죽음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의 대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대화속에서 등장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나 시도 좋았다. 인생의 마지막을, 윤재철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고. 갈때는 살짝 가면 돼.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서 안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천상병 작가의 시 귀천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 얼마나 순수하면서 어린이다운 표현인지.

역시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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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2
임다솔 지음, 정은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빛바랜 사진 속 살며시 웃고있는 엄마와 딸의 사진. 사진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

[외할머니의 분홍원피스]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가족의 이야기와 역시 피해자로

자신을 자책하며 살았던 군인출신의 밀짚모자 아저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작가는 당시의 사건 속에서 죽었던 이들도 그들을 향해 총을 겨루었던 이들도 모두 희생자였다는

메시지를 따듯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단순히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켜 서술해나갔다면 작품의 감동이나 흥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작가는 손녀 나빛이 할머니의 과거 기억 속으로 들어가 그 현장을 목격함으로서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생동감있게 전하였고 나빛의 시선을 통해 독자도 간접적으로나마 그때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에게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소중한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 손녀 나빛과 엄마. 나빛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곳간에서 초록색 여행가방에 담긴 빛바랜 사진과 분홍색 원피스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밤에

곳간으로 들어가는 할머니를 따라 1980년 5월 23일 31년전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곳으로 떠나게 된다.

생일날 선물로 산 분홍원피스를 가방에 담고서 딸을 찾기 위해 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했던 할머니.

하지만 무참한 총격 속에서 딸의 죽음을 맞게 되고 이 비극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으로도 이어진다.

그 딸은 나빛의 엄마의 언니, 쌍둥이였다. 엄마 또한 악몽에 시달리며 살았고 가정을 등지고 명예회복을

위해 싸웠던 할머니를 원망하며 살았다. 그리고 당시 공수부대 출신이었던 밀짚모자 아저씨는 우연히 할머니의

가방을 발견하였고 그 주인을 찾기위해 25년간 떠돌아 다녔던 과거를 지니고 있었다.

아저씨는 드디어 할머니에게 그 가방을 전해주게 되고 할머니는 소원하였던 물건을 찾은 뒤 숨을 거두게 된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이같은 아픔과 비극을 겪었다. 그들을 위로할 이는 과연 누구이고,

가해자는 누구일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무고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념의 대립, 인간의 욕심,

우리는 많은 것을 반성해야하고 그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지나간 과거를 우리는 반드시 잊지말아야할

것이고 그들의 죽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순차적으로 진행된 사건에 있었다. 다음 이야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진행된 과정과 밀짚모자 아저씨의 첫 등장부터 그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감추고

과거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앞으로도 이 같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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