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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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법과 경세가들에 관한 역사이야기는 생각만해도 어렵게 느껴진다.

일단은 이 시대가 아닌 과거의 '법'이기 때문에 어떻게 시행되었는지 용어부터 낯설고

정치의 이야기도 너무나 먼 얘기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것보다도 제목과 표지가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대동법이 성립되는데에 공을 세운 경세가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시대에 가진 문제점이 바로 '민생'이었다는 것을 제목에서 먼저 밝혀줌으로써

요즘처럼 '민생'을 쉽게 말하고, 또 그것이 국민이 강하게 요구하는 시대에 하나의 해소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또 안의 내용은 무겁지 않게, 그러나 조선시대 정치계의 흐름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 페이지가 쉽게 넘어간다.

그리고 저자는 은연 중에 대동법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경세가들의 역량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법제화될 수 있었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특히 요즘같은 때에 저자가 건네는 말은 왠지 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것은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를 어디서 느껴야할지 조금 난감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첫 번째 고민은 학계밖의 사람들에게도 부담없이 읽힐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시대를 고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하나의 실마리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성공적이지만 두번째는 쉽게 읽힐 수록 더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조선시대를 잘 모르는 나같은 독자, 특히 율곡 이이 말고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의 생애와 고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이 책의 강점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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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 족청계의 형성과 몰락을 통해 본 해방 8년사 역비한국학연구총서 34
후지이 다케시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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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청계. 상당히 낯선 집단의 이름이다.

 

일단 제목에 담긴 저자의 문제의식부터 보면, 족청계라는 집단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성격이 어떠했는가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그 성격이 곧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스승인 서중석은 '한국적 파시즘'에 대하여 언급하였고, 그것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의 시작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존재하였던 사람들의 사상과 활동을 통해 그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이범석, 양우정, 안호상. 이승만의 가장 곁에서 사상가로서 정치가로서 활동했던 이들의 사상적 계보는 각기 다르고 그것이 융합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족청계였다.

 

따라서 파시즘적 성격을 가지기도 하고 가족주의적 성격을 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족청계의 기본훈련과 활동 등을 통해서 보았을 때도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일본인임에도 한국인보다 더 뛰어난 문체로, 더 엄밀한 실증으로 족청계라는 집단의 활동과 몰락과정을 상세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읽기에도 어렵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족청계에 대하여 아직 세 지도자에만 집중하여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대통령의 측근에서 활동하였던, 그리고 민족의식을 훈련받았던 지식인계층은 대통령과 독립된 하나의 집단, 주체로 볼 수 있다.

 

정부 외에 정치적 주체가 존재했는가, 그것이 언제부터 존재했는가를 밝히는 것은 한국시민사회의 발전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인 듯 한데 지도자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어 조금 아쉽다.

 

일단은 족청계를 통해 초기 대한민국의 성격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그리고 세계사적 사상의 계보 속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저작이라고 생각된다.

 

책은 저자의 박사논문을 수정,보완하여 출간된 것인지라 일반대중들이 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역사적 서술도 그렇고, 분량도 그렇고..

 

하지만 1950년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 그리고 그간 이승만에 대해 갖고 있던 대중적 편견-박정희의 그늘에 완전히 가려진, 혹은 건국의 아버지가 되고자 했던 독재자?라는 단순한 틀로만 보여져왔던-을 좀 더 깨줄 수 있는 저작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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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떠나며 -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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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고 얼마후, 당시에 고등학생이었던 사촌동생과 했던 대화는 종종 머리를 맴돈다.
어쩌다가 그런 대화를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아이는 내게 빈정대는 투로
'일본은 나쁘고 미국은 좋아'!라고 말하며 반일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었다.
그 아이에게 일본은 전범국가, 미국은 조선을 해방시킨국가였다.
명쾌한 대답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우리는 종종 단순한 역사의식을 갖고 살아간다. 이분법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 혹은 결과론적 평가만에 의지해서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구술과 회고록, 신문기사와 같은 파편화된 자료와 사례들을 통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에서 벗어나 좀 더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책 속에는 패전 이후 쫓기고 도망치고 훔치는 치졸한 인간군상들이 가득하고,
조선이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도 생활공간에 따라 자국과 식민지에 대한 인식이 천차만별인 본토일본인, 식민지일본인(남과 북), 식민지 조선인의 각기 다른 역사가 펼쳐진다.

 

즉,저자는 '역사의 비균질성'을 보여주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사료들을 정리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일본과 조선, 그리고 해방 후 미군정에 이르기 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아주 작은 기록들까지 뒤져내

 

커다란 역사의 구조에서 찢겨져 나온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에 의미를 부여한 저자의 노력과 능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가해자로 여겨져왔던 일본인들이 우왕좌왕하고 역차별당하는 상황으로 그들에 대한 면죄부를 양산해내는 것은 아닌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단지 몰랐기 때문에, 혹은 무관심하고 무비판적이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되었던 사람들이
패전이후에는 식민지민과 다르지않은 생활 혹은 '가해자'라는 틀을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지 골치가 아파온다.

 

쉽게 결론내리고 싶지만 그러려고 할 수록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은
역사라는 것이 얼마나 균열이 많고 규정하기 어려운 것인지 다시 알려준다.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자는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크게 공감하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가해자 일본의 균열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감한 것은 아쉽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잃으면서 생기는 찜찜함이 해소되지 않는다.
'일본'-'조선'의 구도 속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히 나뉘어지지만
'일본인'을 무조건적으로 가해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운면이 있다는 것 정도가 결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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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 묻히다 - 독립영웅, 혹은 전범이 된 조선인들 이야기
우쓰미 아이코.무라이 요시노리 지음, 김종익 옮김 / 역사비평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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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반갑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그리고 역사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역사를 좀 더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게 된다.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 역사를 생생하게 재구성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허구적이어서는 안된다.

 

실증에 기반을 둔 생생한 역사서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주 반가웠고, 놀라웠다.

약간의 픽션이 가미되고 저자의 주관과 감상이 그대로 녹아있지만 치밀한 사실의 재구성.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자바섬의 풍경과 포로들의 처참한 삶과 조선인 군무원들의 고뇌.

 

보통 우리는 일제강점기라고 해봤자 국내의 상황만 알지 징용되어 해외로 파견된 사람들의 삶까지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해외라고 해봤자 접경지대인 만주 정도뿐이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강점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새로운 삶을 보여주면서 독자를 "아차"하게 만든다. 왜 이런 사람들의 삶을 잊고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미 주변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있다.

사람들이 좀 더 역사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고, 내가 찾던 역사서술의 방법론의 아주 좋은 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소설도 아닌게 아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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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근현대사'라고 하면 일제강점기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그 전 시기는 강점기의 전사(前史)일 뿐, 대한제국이라는 시기는 희미하다. 강점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은 실패한 시기인 것이다.

'식민지'라는 경험은 너무 큰 상처이고 과제이고 한계이다. 우리 역사에서 식민지기를 배제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까? 특히나 대한제국기는 식민지라는 큰 산의 그늘에 덮혀 자체의 명암을 드러내기가 힘든 때이다.

서영희는 식민지화의 과정에서 대한제국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떠한 노력들을 했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대한제국이라는 국가를 파악하지 못한채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에게는 그 자체로써 하나의 반가운 성과이다.

그리고 고종과 지배층이 자주독립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상황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단순히 결과론적인 시각에 얽매어, 나약한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실수를 미연에 막아주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의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가 분명히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스페셜 테마에서 대한제국기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가능한 논쟁점을 제시하고 설명하고 있어 이 시기의 역사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고 시사점을 던져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대한제국이 어떻게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는지의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 것인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에 관심이 많다. 근현대사교육도 일제강점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고, 사람들은 '민족적울분'으로 '그 시기에 우리가 당했던 일'을 흡입한다.

그런데 연구자나, 사학과전공자 외에 대중들이 이미 대충은 알고 있는 얘기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좀 더 논쟁점을 부각시키고, 그것이 현재 일본과 한국의 대외관계에서 어떤 영향들을 미치고 있는지를 다루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특히 청소년들이 역사를 지루해하는 이유는 사실관계들을 나열해주는 것안에서 의미를 찾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는 보다 감정적으로 기억하고, 일본을 피상적으로 '우리를 괴롭힌 나쁜나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국권침탈이 되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은 감정을 격화시키는 것 뿐이지 않을까?

일제강점기는 그렇게 먼 시기도 아니고, 현재 일본과 한국 국민들이 하고있는 감정싸움, 독도문제, 동해문제 등 많은 현안들을 가지고 있다. 대중서로 만들었고, 시리즈물이기에 현재의 문제들만을 강조하는 것은 힘든 한계가 있지만 대한제국기에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문제들인 현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덧붙여주었다면 좀더 교훈적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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