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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8
정재정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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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및 한국의 극우세력에 의해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때에

 

한일관계를 중립적인 시선으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다룬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일제시기부터 최근까지의 한일관계를 총망라하여 주제별로 나누어놨는데

 

연구자 혼자서 정리하기에는 벅찰만큼

정치부터 문화까지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삼각관계, 한일조약의 체결과 한국의 경제발전에 있어 일본의 영향력

재일한인들의 북송사업과 그로 인한 디아스포라의 발생, 한일 문화교류와 교과서문제까지

 

이 책 한권만으로도 한일관계사에 대한 기본적인 입문이 가능할 듯하다.

 

저자는 일본과 한국이 반복되는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상호유대의 길을 걷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역사적 배경을

그 연원에서부터 살펴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한일관계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대에까지 살아있는 역사라는 것을 최종장으로 가면서

강조하고 있으며 그는 한국과 일본 간 학술적 연구 뿐만 아니라 인권, 인간적 유대로까지

나아갈 것을 희망한다.

 

그간 이 시리즈로 출간된 책 중에서는 상당한 볼륨을 갖고 있으나 읽는 데에 버겁지는 않다.

또한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어 복잡한 한일관계를 이해하기에 용이하며

이 책에 수록된 쟁점들이 우리의 역사에 있어도 상당히 중요한 쟁점들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일본이 얼마나 많은 관련을 갖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약간의 의문인 것은 책의 볼륨은 21세기인 최근까지 다루고 있는데,

제목은 20세기 한일관계사 라는 점이다.

아마도 한일관계에 있어 가장 중점적인 내용이 20세기이고

현재는 20세기의 유산에의해 규정당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제목이 '20세기'에 한정되어 있는 듯 하지만

 

20세기의 역사가 현재까지 꾸준히 그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우리 삶을 일정 부분 재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가지 않는 역사라는 점을 좀 더 강조해 주었다면 좋았을 듯하다.

 

무튼 부디 저자의 바람대로 앞으로의 한일관계가 상호유대를 강화하고

지난 과거에 대한 인도적, 국가적 청산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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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사를 다시 말한다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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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본문에서 나온바와 같이, 이 땅에서 민중사의 시작은 저항운동과 함께였다.

80년대를 살아갔던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을 통해 부조리에 저항했던 것이

민중사연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력은 저항운동과 함께 금새 약해졌고, 서구에서의 새로운 방법론들과

신진연구자들의 민중사에 대한 고민들을 통해 다시금 변화하고자 한다.

죽어가던 민중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에서의 저항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독재에 저항했던 세대는 급속히 중산층이 되었고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평범해졌다. 그리고 아들들 세대가 변화를 꿈꾸고 있다.

 

민중사도 그렇고, 저항운동도 마찬가지로 그 명명자체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존재한다.

 

합쳐서 얘기한다면 '저항'과 '혁명'이 주는 대서사구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민일 것이다.

 

반드시 혁명적이여만 하고, 반드시 폭력이 뒤따라오고, 착취자와 피착취자간의 맹렬한 '투쟁'이 주는

강렬하고도 어찌보면 거북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

 

착취자-피착취자간 이분법적 구도를 버리고 좀 더 생활밀착형인, 좀 더 문화적이고 진입장벽이 낮은 것으로 변하고자 하고 있다.

 

기존의 '민중'이 갖고있는 의미를 지켜야만 한다는 연구자들에게 있어 이런 변화는 '민중'을 소재로만 치부해버린다는 '가벼움'으로 느껴질 것이고, 한편에서는 '다양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기존의 민중사가 연구된 배경과, 변화가 필요하게 되는 순간들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고, 이후에는 변화된 민중사를 위한 도입으로써의 연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민중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은 다양한 시대를 거쳐 연구되고 있고, 책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초입단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에 대해 굳이 소설식으로 말하자면 "열린결말"쯤으로 말해두고 싶다.

 

앞으로의 변화를 위해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야심차게 깃발을 세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의 역사가, 그리고 역사연구가 세대에 맞추어 발바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이 책을 들고 싶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에 실린 다양한 연구들이 대체로 '민중'에 대한 용어와 용례에 대한 연구에 치우쳐져 있다는 느낌이다.

 

전반부에서의 문제의식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시작한 연구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방법론으로 후반부를 채웠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실제 '민중이 누구인가'는 단어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민중'을 어떠한 존재로 규정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연구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소수자나 하층민을 포괄해 그 시대의 인간상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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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공화국이라는 말은 박정희군사정권의 5.16쿠데타와 박근혜 당선 지지율인 51.6%를 뜻하는 것이죠. 그리고 5.16이후 경제제일주의와 유신을 겪었음에도 그에 대한 향수, 맹목적인 종교와 같은 지지, 그리고 그 딸을 통해 박정희정권을 다시 재현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를 종합적으로 풍자하는 제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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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불온열전 -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
정병욱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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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대체로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대표적이었던 인물과 사건을 공부한다.

이제껏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상의 인물들은 대체로 정치인, 군인, 경제, 종교인 등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아니라면 그 시대를 설명해낼 수 없다는 일종의 '터부'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역으로, 식민지시기 범죄자였던 조선인들에 대하여 면밀하게 탐구하고 생기발랄하게 표현한다.

'불온'은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시대에 불온했던 인물들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애국적, 민족적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에서부터 저자는 '불온'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의미를 파악하고 시대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대단히 열정적이었던 몇 사람들을 찝어서 보여준다.

 

이들은 우리의 옆집에 살고 있는 누군가이다. 불온이 너무나 평범하고 도처에 깔려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저자는 논증적 글쓰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상상도 해보고, 추측도 해보고 있다.

덕분에 학문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법한 인물들은 저자의 손가락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저자가 다루는 인물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것에는 그들이 살았던 곳을 답사해 보여주는 사진자료와 생존해있는 이웃주민들의 증언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불온했던 인물들의 뱃속에서부터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끄집어 보인다.

그리고 말한다. 식민지시대에 많았던 불온한 사람들은 해방 후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불온이 없는 세상에 독재가 온다고.

그가 말하는 불온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낙인찍힌 불온이 아니라, 불같은 혀가 날름거리는 불온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어떠한 불온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저자의 한마디는 가볍게 휙휙 넘기던 책장을 몇 분이나 붙잡고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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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 - 한국현대사의 그때 오늘
박태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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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중의 역사의식에 대한 위기감은 상당히 예민한 수준이다. 

특히나 5.18에 대한 고인모독과 조롱은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백분토론까지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마땅한 해답은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듯한 역사학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롱에 일일히 반응할 필요 없을 정도로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며
역사를 음모론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북한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냐, 라는 식으로)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회의감도 이유일 것이다.그 외에 여러가지 개인적 사정들도 있겠지만.

그 와중에 역사학자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한국현대사학계에 한 기둥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근현대사의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그리고 읽기쉽게 쓴 책이 출간된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일단은 그 구성이 참 독특하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 보완했기 때문인건지 
12개월이라는 시간흐름에 맞추어 해방이후부터 박정희정권기까지의 굵직한 사건들을 묶어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각 사건 당 1~3장 내외의 분량은 독자들로 하여금 땅콩까먹듯이 하나씩 뚝딱,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답답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것은
그 때 그시절의 사건들이 주는 현재적 교훈, 우리가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역사학자 나름의 해답을 매 월을 정리하는 페이지에서 적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읽는 독자로서 그것은 현재의 정부를 떠올리게도, 막 지난 정부를 떠올리게도 한다.
저자는 절대 주어를 얘기하지 않지만, 그는 은연 중에 날카로운 지적을 톡 쏘아댄다.
단순히 정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대중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요구하고 있다.

두고두고 짬짬이 반복해서 곱씹어봐도 좋을 책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저자의 연구지평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주로 대외관계와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조금 더 다양한 계층의 사건이 다루어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시리즈로 출간되어도 좋을 듯하다.

가장 마음에 남는 한 구절을 남기며 리뷰를 마친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는 현실주의적 판단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는 성공한 사건만을 다루지 않는다. 동학농민운동이나 3.1운동이 성공했기 때문에 기념하는 것인가? 물론 실패했기 때문에 역사에서 다루는 것도 아니다. 이들 사건은 인간을 인간답게, 민족을 민족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역사의 발전과 흐름에 순응했다. 독립운동이나 남북협상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면 우리 민족이 식민 통치를 원하지 않았고 분단도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 실패를 안타까워하고 왜 실패했는가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는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pp.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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