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제껏 참아온 그것, 알레르기입니다
조상헌 외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중학교 수련회를 다녀온 이후로 기억한다. 수련회에서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후로 내 피부는 일반적이지 않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이렇게 글을 시작하니 마치 심각한 바이러스에 노출된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 이야기 같다). 그 무렵 무언가에 긁히면 긁힌 자국 그대로 피부가 부어올랐다. 피부가 공기 중에 직접 노출되면(옷을 걸치고 있지 않은 상태) 어느 순간 등이나 팔뚝을 벅벅 긁고 있는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었다. 손톱의 공격을 받은 목덜미, 등, 팔 등의 피부 부위는 벌겋게 부어올랐다. 심지어 손톱으로 글씨를 쓰면 글씨 그대로 피부가 부풀어 올랐다. 미관 상 보기에 좋지 않은 건 물론이었다.


그 증상은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고(최근까지) 인식하지 않고 지내던 어느 순간, 더 이상 긁힌 자국이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피부과를 간 적도 없고 약을 먹은 것도 없고 특별히 어떤 조치를 취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피부가 공기에 직접 노출되면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지금도 등짝을 벅벅 긁으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책에는 내가 겪은 증상이 정확하게 설명돼 있다. 이른바 '피부묘기증(皮膚描記症)'. 피부가 묘기를 부린다는 뜻이 아니고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 피부에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라고 한다.일종의 두드러기 증상인데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쉽게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한 번도 피부과에서 치료를 해보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당신이 이제껏 참아온 그것, 알레르기 입니다』를 읽고 인지하게 된 한 가지는 내 피부가 건조하다는 점이다. 겨울철에는 특히나 전기를 자체 생산해 왔는데, '딱' 소리가 날 만큼 꽤 강한 전류를 발사하기도 한다. 그런 전기를 발산한 후에는 손가락 끝이 얼얼해지고 그 느낌이 꽤 오래가기도 했다. 정전기를 몸에서 제거하기 위해 시도한 행동은 전신에 오일을 듬뿍 바르는 일이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타고난 신체적 운명이려니 생각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내가 너무나 한심해 보인다. 보습을 철저히 유지한 뒤로 손가락에서 전기를 발사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알레르기 뿐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도 보습을 꾸준히 유지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피부 보습은 여러 모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책에서는 피부 알레르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 비염, 천식, 만성기침,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호산구증가증, 곰팡이 알레르기를 각 챕터에서 다룬다. 무엇보다 책을 집필한 의사들의 말처럼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약을 안 먹으면 7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기 바이러스를 약으로 다스릴 수 없지만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고 의사에게 처방을 받으면서도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인자)으로 인한 증상을 치료로 해결하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그 원인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를 왜곡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 흔히 알레르기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외부의 바이러스 공격이나 기타 반응에 취약해진 상태에서 나탄나는 증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레르기는 오히려 면역기능이 과도하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발현시킨다고 봐야 한다.


알레르기는 유전적인 인자로 나타날 확률이 높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주변에서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 한두명쯤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현대인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모든 알레르기 반응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알레르기를 방치하다가 더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내가 혹은 주변 사람들이 알레르기로 신음하고 있다면 함께 읽고 대책을 논의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내가 가진 언어를 그때는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배움의 발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나는 이 문장을 선택하겠다. 모르몬교(국내에서는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음)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은 태초의 카오스 상태에서 세계의 질서가 갖춰지는 모습과 유사하다(이 내용은 성경의 창세기 첫장에 잘 묘사돼 있다). 


인간의 '사유' 능력은 지구 상의 어떤 생명체도 갖추지 못한, 다른 생물들과 극명한 존재의 차이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다. 이 독특한 능력은 눈에 보이는 세상을 파악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거시적인 세계와 미시적인 세계를 탐구하는 데도 절대적인 임무를 부여받았다. 게다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 신비라고 말하기도 하고 종교라고 불리기도 하는 영적인 세계를 인식하고 상상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사유'가 종교를 발전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종교개혁 이후로 신비의 영역을 인간의 이성으로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파악하려 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물론 그 이전 역사에서도 사례가 많았지만) 다양한 종교 분파가 만들어지고, 이단이 등장한다. 모르몬교가 이단으로 규정된 이유도 전통적인 기독교의 교리를 비틀어 자신들만의 종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모르몬교가 왜 이단인지 서술하는 건 글의 의도에 벗어나는 범위이기에 이정도로만 설명).


모르몬교 가정 중에서도  더 유별나다고 할 수 있는 가정에 타라 웨스트오버는 일곱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다. 어려서부터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종교적 신념(이단적 신념)에 따라 아홉 살이 될 때까지 출생 신고도 하지 않고, 학교의 근처에도 가보지 않고, 심지어 심한 교통 사고를 당해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어머니의 약물 치료에 모든 가족이 의존할 뿐이다. 타라의 아버지는 문명화된 모든 것을 거부한다. 종말의 날을 기다리며 마지막 때를 준비할 연료를 모으고, 음식을 저장하며, 정부군의 공격에 대비할 무기를 사들인다. 가족에게 아버지의 영향력은 너무나 절대적이어서 아무도 감히 반대하고 나서질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모아들이는 폐철처럼 구부러지고 단단한 이들 가족의 세계는 '교육'이라는 단어가 스며들며 녹이 슬기 시작한다.


셋째 오빠 타일러가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떠난 후로 타라의 세계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타라는 더이상 아버지의 폐철처리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감정의 근원을 명확하게 자신의 언어로 인지하지는 못한다. 다만, 다른 일자리를 구해 아버지와의 분리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음악과 춤을 배울 기회를 접한다. 소녀는 그렇게, 다른 세계를 향해 발을 딛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구축한 단단한 세계를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아버지에게 세뇌받은 렌즈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타라는 자신이 뿌리 내린 가정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벗어나고 싶은 세계보다 더 악하다는 믿음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아버지와 싸우고 집을 떠난 둘째 오빠 숀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타라가 집을 떠날 계기가 마련된다. 숀은 아버지와 대립하고 아버지의 세계를 떠나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온 만큼, 교통사고로 굳어 버린 동생의 척추를 어머니의 약물 치료에 맡기지 않는다. 마치 아버지의 굳어버린 세계를 비트는 것처럼 굳어버린 타라의 척추를 자신의 힘으로 비틀어 버린다. 하지만 숀은 여전히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동생을 재단한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은 폭력으로 드러나고 그 감정이 이성을 지배해 타인의 고통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라가 숀과 좋은 추억을 쌓기도 하지만 숀은 아버지보다 더한 폭언과 폭력으로 타라의 세계를 더욱 좁게 조인다. 


아버지가 구축한 세계를 떠날 수 없었던 타라를 떠나게 만든 건 역설적으로 그 세계의 중심 사상이었다. 모르몬교의 이단적인 교리, 가부장적인 분위기, 남성 우월주의, 그리고 비진리와 비이성. 타라는 대학에 입학해 한걸음씩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홀로코스트'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질문을 하다가 오해를 받기도 하고, 모르몬교 교리를 따르다가 룸메이트들에게 별종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가고 자신만의 언어가 하나씩 내면에 쌓이면서 타라의 세계도 넓어진다.


교육이란 얼마나 깊고 넓은 단어인가. 우리는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한 아주 작은 범위의 교육을 떠올릴 뿐이지만, 타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새롭게 할 수도 있는 게 교육이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어떤 배움을 경험하는 가에 따라 그 배움이 한 사람의 삶을 찌그러뜨릴 수도, 자유를 획득할 수도 있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드 코리아 2015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5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나라의 경제침체와 관계없이 국민들의 소비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소비사회'라는 타이틀에 비추어 전혀 손색이 없는 구매행동이 여러 곳, 여러 분야에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는 곧 사람들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보다는 '동방소비지국'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과거에는 과소비가 나쁜 것, 부적절한 것이라는 이미지로 많이 인식되었지만 현대는 다르다. 소비는 한 사람의 어떠함을 드러내 보여주며 그 사회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패턴이다. 이전과 같이 단순히 과시하기 위한 소비는 세련된 소비가 아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 가운데 매력을 발산하는 소비가 사람을 빛나게 하고 인생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어떤 영역에서든 소비사회에서 소비를 제외하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남녀간의 사랑도 소비가 중심이 되어 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고 과거의 가치관과 충돌하며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편안하게 인생을 즐기는 삶을 제외하고 사랑을 언급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사랑이 크기도 집의 크기, 자동차의 연비, 배우자의 연봉의 크기에 비례한다. 배우자의 월급이 높을수록 이혼률이 낮아진다는 통계는 이런 생각의 근거를 뒷받침한다.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라고 외치던 가을동화 속 원빈의 외침이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느껴지는 시대다. 


소비는 남녀간의 관계만 규정짓지 않는다. 청소년, 실버세대, 중년층 등 각계각층의 소비트렌드가 존재한다. 트렌드가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결정하는 것인지 사람들의 소비행동이 트렌드를 만다는 것인지 참으로 헷갈린다. 그럼에도 과거를 비추어보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분석과 예상이 얼마나 맞아 떨어질까?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시대에 '트렌드'라는 단어조차 단어의 뜻을 새롭게 규정해야 할 수준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가 그런면에서 한국사회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잘 담아내고 있지만 어쩐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일테다. 한편으로 소비가 사람들의 행동을 다 드러내보여주는 것 같지만 단편적으로 휩쓸고 지나가는 트렌드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온전히 규정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기에는 소비에 이어 '의미'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소비행위를 통해서는 다른 한편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없다. 오직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주고 받으면서 진짜 '트렌드'를 경험하게 된다. 

 

아직 대한민국은 근대속에 있다. 많은 책에서 포스트모던을 이야기하고 그 기준으로 우리 사회를 규정지으려하지만 아직은 근대라는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뿐이다. 근대의 틀을 깨는 것이 어떤 의미로 작용할지 모르겠지만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소비행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자본을 모으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과의 진정한 만남을 꿈꾸는 사람들도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 고민하고 생각하다보면 어떤 힌트를 얻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불안하고 흉흉한 민심은 정치에 예민해지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SNS를 통해 이념을 생산하고 사람들은 관련 이슈를 퍼다 나른다. 물론 모든 국민이 양 진영으로 칼 자르듯 구분되어 정치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컨텐츠를 생산하고 그보다는 조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구미에 당기는 이념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 아마도 국민의 절반은 정치나 이념보다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의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도대체 한국 사회가 언제부터 보수와 진보라는 커다란 두 진영으로 나누어졌는지, 각 사건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의 실체는 무엇이고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다. ‘작가 유시민’은 보수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일놈’이다. ‘그들’은 ‘그’를 감성팔이로 대중을 선동하는 ‘선동꾼’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굳이 나의 정치 관념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오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유시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작가’ 유시민을 좋아한다. 지성적이고 사회를 냉철하게 인식하고 문제점들을 잘 지적하며 나름의 해결방안을 분명하게 제시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정치인’ 유시민은 잘 모르겠다. 현재 그가 정치인도 아니거니와 특별히 과거를 들춰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겠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사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사상이라는 말은 정치적 관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언급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렇다고 내가 보수적 정치이념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뭐, 나같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인간 유시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넘어가려 한다.


나는 이 책이 세 부류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진보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둘째 보수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사회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대한민국을 다스리고 있는 집권 여당의 행태들을 과거에 비추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임과 동시에 오늘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수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견해를 균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 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서론에서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1959년 생 ‘유시민’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과 관점이 반영된다. 그 유명한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고라도(이런! 언급해 버렸다) 역사와 끊임없이 대화했고, 또 대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대화를 할 것이 분명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흐름 속에 있는 것은 사건만이 아니다. 역사가 자신도 그 속에 있다.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것이 때로 훨씬 많은 것을 누설한다.”

-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론 교육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 토론으로 바꾸는 우리들 세상
박인기.김슬옹.정성현 지음 / 한우리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론’하면 ‘논쟁’이 떠오른다. 그리고 좀 더 다가오는 단어를 선택하자면 ‘말싸움’이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인물로 치자면 진중권, 변희재, 손석희 등의 인물이 떠오른다. ‘막장토론’, ‘난장토론’ 같은 말도 생각난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인물과 단어를 언급하고 보니 어쩐지 토론은 인식 속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누가 누가 말싸움을 잘하나’ 정도로 자리잡힌 것 같다.


정규교육과정에서 그리고 대학교 수업에서도 토론을 진행하지만 어쩐지 제대로 토론을 배워본 적도 없고 배우고자 노력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토론대회를 준비한다면 모를까 논쟁자체는 참 피곤하고 사람을 골치아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속에서 왜곡된 토론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참된 토론’이 가져다주는 유익에 눈을 감고 살아왔다. 그러나 인생의 연륜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토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자녀들이나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고, 상반되는 의견을 조율해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바로 그 아이들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일 것이라 확신한다. SNS의 확산, 매체의 증가로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고 하지만, 깊은 사유를 통해 내면에서 체화되지 않은 말들은 공중을 떠다니는 공기와 같다. 그런 말은 스스로에게도 어떤 변화를 불러오지 못하고 타인에게도 들이마셨다가 금새 내뱉어버리는 정도의 인상만 줄 뿐이다.


“더 큰 진정한 소통을 위해 토론 당사자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러한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생각과 주장과 가치를 향해 협동한다. 경쟁만 판치는 세상은 삭막하다. 그러나 협동만으로 사는 세상은 나태하다. 경쟁과 협동이 맞물려 돌아갈 때 경쟁은 경쟁다워지며 협동의 미덕이 발휘되고 세상은 더욱 활기차게 발전한다. 바로 이러한 경쟁과 협동의 긍정적 가치를 함께 갖고 있는 것이 토론이다.” - 32쪽


토론의 의미가 잘 함축되어 있고 지향하는 바를 올바로 전달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토론교육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토론을 하기도 어려운데 토론을 가르친다는 것. 경험이 없는 교사, 부모에게는 막연한 일로 느껴질 뿐이다. 이런 교사와 부모를 위해 한우리에서 준비한 책이 바로「토론 교육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이다.


책에서는 이론과 실전편으로 크게 나누어 토론이 왜 필요한지, 토론 능력을 기르기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아주 세부적으로 분류해 놓았고, 각 챕터를 요약하며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하고 있다. 말그대로 ‘토론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데, 단순히 이기기위한 토론,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닌, 통합적인 사고가 가능한 토론학습을 유도한다. 교사나 부모의 입장에서 직접 토론 점수를 평가할 수 있는 평가지도 제공하고 있어 토론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교과서’적인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론과 실전의 적절한 조화가 책을 빛나게 하듯이, 토론을 통해 이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어줄 인재들이 양성되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