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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불안하고 흉흉한 민심은 정치에 예민해지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SNS를 통해 이념을 생산하고 사람들은 관련 이슈를 퍼다 나른다. 물론 모든 국민이 양 진영으로 칼 자르듯 구분되어 정치전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컨텐츠를 생산하고 그보다는 조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구미에 당기는 이념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 아마도 국민의 절반은 정치나 이념보다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의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도대체 한국 사회가 언제부터 보수와 진보라는 커다란 두 진영으로 나누어졌는지, 각 사건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의 실체는 무엇이고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다. ‘작가 유시민’은 보수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일놈’이다. ‘그들’은 ‘그’를 감성팔이로 대중을 선동하는 ‘선동꾼’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굳이 나의 정치 관념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오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유시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작가’ 유시민을 좋아한다. 지성적이고 사회를 냉철하게 인식하고 문제점들을 잘 지적하며 나름의 해결방안을 분명하게 제시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정치인’ 유시민은 잘 모르겠다. 현재 그가 정치인도 아니거니와 특별히 과거를 들춰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겠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사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사상이라는 말은 정치적 관념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언급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렇다고 내가 보수적 정치이념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뭐, 나같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인간 유시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넘어가려 한다.
나는 이 책이 세 부류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진보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둘째 보수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사회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대한민국을 다스리고 있는 집권 여당의 행태들을 과거에 비추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임과 동시에 오늘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수적 정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견해를 균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 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서론에서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1959년 생 ‘유시민’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과 관점이 반영된다. 그 유명한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고라도(이런! 언급해 버렸다) 역사와 끊임없이 대화했고, 또 대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대화를 할 것이 분명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흐름 속에 있는 것은 사건만이 아니다. 역사가 자신도 그 속에 있다.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자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것이 때로 훨씬 많은 것을 누설한다.”
-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