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랑 난 달라요 한울림 별똥별 그림책
안 에르보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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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 <바람은 보이지 않아> 라는 작품을 통해 안 에르보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자꾸 생각하게 되는 그림책, 읽고 나면 왠지 다시 봐야 할것 같은 그림책, 다시 읽으면 느낌이 또달라 지는 그림책...이 작가님의 그림책이 나한텐 그렇다.

면지에는 따로 또 같이 ...닮아보이면서도 같지 않은 수많은 dots 들이 보이고 , 표지에는 여덟가지 색깔을 가진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보인다. "다름 "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걸까? 빗방울처럼 통통 튀는 땡땡이들 때문에 시작부터 책속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에게 말한다.

" 아이야 ! 너는 어떤 순간엔 늑대이고 어떤순간엔 야옹이고 어떤순간엔 병아리, 토끼,모기,개구리, 오리, 나비 란다" .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이의 모습을 엄마아빠는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는 그렇게 붙여진 이름에 동의하지 않고, 거꾸로 자기가 관찰한 엄마의 특징 그리고 아빠의 특징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빠는 서두르지만 엄마는 느긋하다고 , 아빠는 입맛이 까다롭지만 엄마는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정말 달라고 너~~무 다른 부부라는 개체 ㅎㅎㅎ

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면 반반씩 닮기도 하겠고만 ..아이는 아니라고 딱잘라 말한다..자기는 엄마아빠랑 다르다고 , 나는 나라고 !!!

엄마와 아이의 시각차이에서도 잘 알수 있듯이, 내가 정의하는 나와 타인이 정의하는 나는 분명 다른 모습일테지. 어떨땐 타인이 정의하는 내모습이 내 모습같아 헷갈릴때도 있고 , 내가 보는 내 모습이 그 정의에 한참 못미쳐서 부끄럽게 느껴질때도 있다. 중요한것은 정의는 하되 판단하지 않는것. 아이의 말처럼 "난 그냥 나"다 . 상황에 따라서 여러가지 컬러로 변할수도 있고 또 무미건조한 색이 될수도 있는 존재. 뭐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인지 될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 말이다.

아이의 세계를 너무 정확하게 짚어내는 작가님의 관찰력은 또한 섬세하다.' 얜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를거야 '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이는 이미 부모라는 존재를 자신의 시각으로 정의내렸고, 자신의 색깔도 파악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무던히도 닮아가려고 했다. 엄마 아빠가 지어준 그 이름들이 맞다고 생각했고 , 그래서 그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도 같다. 감히 그 틀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내었고 , 엄마아빠와 다른 컬러를 갖는다는 것이, 다른 영역에 있는다는것이 두려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이름 갖기를 주저했던 내 과거와 마주했고 아팠고 또 기뻤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려 애쓸 필요 없어, 서툴지만 꼭맞는 옷을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건 어떨까? 시간은 오래걸리겠지만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멋진 컬러가 되어줄거야 .

지금 당신의 컬러는 무슨 색깔을 하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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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개 어니스트
소피 길모어 지음, 이주혜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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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차분한 느낌의 책을 한권 선물 받았다. 한두 페이지만 톤다운된게 아니고 책 전체가 이런 느낌으로 일관되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읽어보는데 그림과는 반대로 작가가 주고 싶은 메시지는 아주 선명하다.

책 표지에는 한 소녀와 등치가 꽤 큰 딱정벌레 한마리가 숲 속 어딘가에 있을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사람과 딱정벌레라니..둘은 이미 친구사이인걸까? 아니면 이날 처음 만난 사이인걸까 ? 둘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걸까 ?^^

프레다 라는 여자아이는 어느날 날개가 부러진 딱정벌레를 보게되고, 안스러운 마음에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다. 딱정벌레가 등치가 커져서 어른보다 먹는 양이 많아지자 마을사람들은 어니스트 (딱정벌레)를 골칫덩어리라부르며 프레다에게 투덜댔고 ,프레다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어니스트를 숲에 버린다. 몇주뒤 마을엔 무시무시한 폭풍이 닥쳐왔고 마을사람들 모두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무너져버린 지붕아래에서 이들은 모두 무사할수 있을까 ? 숲에 버리고 온 어니스트는 어떻게 됐지? 무사히 있는걸까 ? 프레다와 어니스트의 인연도 이걸로 끝인걸까 ?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어른들의 가르침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어른의 말씀은 분명 옳을거라는 믿음이 있고, 그 말을 듣지 않으면 뭔가 나쁜 아이가 되는듯한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 프레다 또한 이런 고민의 영역에서 갈등이 컸음이 곧곧에 잘 묻어나 있다. 어니스트를 데려올때도 , 어니스트를 다시 버려야 했을때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 했을때도 말이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확신하고 행동으로 옮기는게 과연 쉬운일인가 ! 어른이 된 나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지점이 있는데 특히나 프레다처럼 성장기에 있는 아이라면 내면의 목소리와 다수의 목소리 사이에서 혼란은 더 컸을테지. 어른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니스트를 버리긴 했지만 , 마지막엔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행동으로 옮긴 프레다를 보며 열열한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가 없었다. 갈등 상황속에서도 프레다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음을..오히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당당히 날아오르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니까 !

프레다가 어니스트 에게 베푼 조건 없는 보살핌과 관심이 없었다면 어니스트는 과연 다시 마을로 돌아올수 있었을까? 한번 배신당했던 기억이 있는데..상처받은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돌아올수 있었지? 살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를 준적은 없는지 돌이켜보게 되는 시점이다. 보이지 않지만 우정과 사랑이 보여주는 힘은 이렇게 크다는걸..

처음엔 어니스트가 힘이 쎄서 , 덩치가 크다며 사람들은 좋아했다. 산더미 같은 자기네들의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어느순간엔 어니스트가 힘이 쎄고 덩치가 크다고 골칫덩어리라고 말했다. 자기네들이 먹는것 보다 더 많이 먹는다면서.

자기네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지 못한 순간이 되자 친구도 쓸모없는 존재로 바뀌는 시스템.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비칠까?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수 있을까 ?

등치가 커진 딱정벌레는 이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걸까 ? 처음엔 거부감 없이 수용했지만 이제와서 보니 생김새도 다르고 푸른색깔인것도 걸리고 힘도 너무 쎄서 ? 나의 세계가 아이들의 세계를 규명한다는걸 잊지 않고 싶다. 어깨가 저절로 무거워지는 순간이다..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옳지 않은일 , 그릇된 판단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낼줄 아는 용감한 아이 프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줄 아는 프레다. 날개를 다친 약한 생명체를 케어해줄줄 아는 따뜻한 용기를 가진 프레다 를 통해 작가 소피 길모어는 말한다. " 나조차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의 목소리에 더 친절하게 귀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날개가 다친 어니스트와 같은 누군가를 만나면 모른체 하지 말고 그의 친구가 되주면 좋겠어요. 그 과정이 쉽지 않을수도 있지만 분명 여러분은 성장할겁니다..프레다가 저 하늘을 날아 올랐듯이 ,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비상하십시요 ! 날개짓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 기회는 올거에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소피 길모어 편지에 적힌 '친구'라는 글자가 유독 환하게 내마음속으로 들어온 날...소피 길모어와 이미 친구사이인것 같은 이 친근한 기분은 뭐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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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혁명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70
최윤혜 지음 / 시공주니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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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혜 글, 그림 / 시공주니어 출판사

참으면 병난다구요 ! ㅎㅎㅎ 한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한 그림책 !!!!

이 책은 우선 색감이 정말 쨍~~하고 경쾌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다. 거기다 스토리도 단순하고 결말이 속시~~~~원해서 꼬였던 실타래가 술술 풀리는 기분이랄까~

표지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여유있는 숙이씨를 좀 봐주세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봐 나 이런 사람이야 라고 외치는 것 같아요! . 까짓거 못 참겠다는데 방귀좀 끼는데 뭐가 대수인가요 라고요 ㅎㅎ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고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누구나 예외없이 그 법을 지켜야 한다. 그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이 주어지기 때문에 불평불만이 있더해도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개인의 목소리는 쉽게 몰살당하고 마니까. 아니면 침묵을 강요받는 순간도 많다.

숙이씨는 나처럼 그냥 평범한 사람이지만 분명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반기를 든..자기 목소리를 낸 유일한 사람이니까.

방귀를 끼는게 정말 위법일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ㅋㅋㅋ 남에게 심하게 혐오감을 주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면 그것도 맞지 않을까 ? ㅎㅎ

그런데 자연스러운 신체 활동을 법으로 금지까지 하다니 이건 좀 너무 야박하지 않나? 하품도 재채기도....! 진짜 이런 세상에서 산다면 얼마나 무시무시할까 ㅠ

이 책 때문에 이런 고민을 다 해보다니 ! 근데 이런 고민 난 너무 재밌다 ㅋㅋ

 

방귀를 분출한다는 건 단순히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의도가 크겠지만, 나의 시선은 또다른 곳에 꽂힌다. 각자의 부족함이나 감추고 싶은 고민을 꽁꽁 싸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 투명하게 내보였을때...그 행동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당신 눈엔 잘 보이지 않지만 나에겐 이런 허물이 이따만큼 있어요. 소리도 냄새도 다른 고민이 이렇게나 많아요. 그런데 누구에게나 그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죠.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기도 하고 몇일동안 머무르기도 하고 몇달동안 머무르기도 해요. 허물이 있는건 그래서 결코 부끄러운일이 아니에요. 우리 서로의 허물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속 편하게, 건강하게 사는건 어때요? 방귀까지 트는 사이로 좀 더 가깝게요 " 이렇게 말이죠 ㅎㅎㅎ

 

법과 배려의 영역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조금 불편해질수 있겠지만 남을 위해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할줄 아는 마음....꼭 법의 테두리로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의 영역이 조금 더 확장되면 얼마나 좋을까 . 그래서 저런 '금지' 표시판이 줄어드는 사회가 오기를 꿈꾼다. 갈수록 각박해진다는데 정말 저런 세상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지 ㅠㅠ

문득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상으로 숙이씨를 추천하면 어떨까 싶다. 불완전한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줄 아는 용기를 가졌으며, 한번 엎질러진 물에 대해서는 무한한 긍정과 관대함을 보여주고 , 혁명가는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예요 나처럼 그냥 표현하고 살면 세상은 바뀔수도 있어요 라고 외치는 사람 ! 한사람의 작은 외침은 작지만 많은 사람의 목소리는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 ..연대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걸 , 우리가 함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나저나 이 책에 나오는 각양각색의 방귀 소리를 어찌하면 좋을까 ㅎㅎ

상상이 되면서 냄새까지 온 집에 퍼지는것 같은 환상까지 체험했다면 믿으실려나 ㅋㅋ 세 아이들과 시공주니어에서 정성껏 만들어 보내주신 멋진 워크시트도 채워보았다..세장씩 총 아홉장! 방구 소리를 더 생생하게 적기위해 아이들이 일부러 방귀도 껴보려고 시도했건만 오늘은 실패했다 ㅋㅋ

우리 모두 속은 좀 편~~~하게 하고 삽시다요 ! 오늘 저녁엔 또 뭘 먹어야 속이 편해질까 고민해봐야 겠다 ㅎㅎ 속이 불편해질땐 언제고 이 책을 꺼내 읽고 싶을것 같은 예감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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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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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타 슈웨블린 씀, 창비 출판사

최근에 읽은 책중에 가장 독특한 흐름을 가진 책인듯 하다. 병실에 누워 있는 아만다라는 여자와 병실 모퉁이에 앉은 다비드라는 소년의 대화만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그들은 각자가 알아내고 싶은 어떤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과거의 모든 장면을 아주 세밀하게 떠올리며 대화를 주고 받는다.

장소가 병실에서 과거의 시골 마을로 , 시제가 현재에서 과거로 시시각각 변하고, 같은 상황에 부여하는 둘의 시선이 갈림으로써 이야기는 꽤 더 미스테리해지며 괴기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마치 몇장의 스냅사진을 주고 정해진 시간안에 답을 찾아내야 하는 미션을 받은것처럼, 내 머리위에 금방이라도 터질 풍선을 상상하며 그런 조급함으로 읽어내려갔다. 다비드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는 벌레와의 조우 순간도, 니나가 그렇게 찾고 싶어하는 니나와의 구조거리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흡입력은 상당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서서히 죽어가는 아만다 , 한정된 시간, 한정된 공간이 갖는 힘이란..!!!!

마을의 오염된 물을 마시고 난후 죽어가는 아들 다비드를 위해 엄마 카를라는 몸의 기를 읽어낸다는 녹색의 집으로 향했고 , 녹색의 집 여인은 카를라에게 빨리 선택하라고 종용한다.아들의 영혼이 어디로 지금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 이대로 두면 죽는다고 ! 대신 몸을 바꿔치기를 하면 다비드를 살릴수는 있지만 다비드는 예전의 그 다비드가 아닐수도 있다고 말이다.

아들의 영혼이 나간 몸에는 누군가의 영혼이 들어오고 , 내 아들의 영혼은 다른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고...그렇게 되면 내 아들은 그대로 내 아들이 맞는걸까? 아들을 잃기 싫어하는 모성애를 담보로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내 몸땡이에 다른 사람의 영혼을 갖고 평생 살아간다면...내가 잘 알던 사람의 행동이 어느날부터 모든게 낯설게만 느껴진다면 대체 난 뭘 할수 있을까 ?

다비드는 카를라에게 이세상의 태양이자 달이고 별이였던 존재였지만 낯선 다비드에게 예전처럼 다가가지 못하는 카를라 . 그 거리의 간격은 순간 방심했던, 위험으로부터 아들을 지켜내지 못한 죄책감의 크기였을까? 아만다 또한 죽어가면서도 끝끝내 알고싶어한다. 자신이 뭘 잘못해서 니나가 그렇게 된건지, 자신이 나쁜엄마였는지,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는지 말이다. 모성애는 너무 위대하지만 모성애로 인해 틀에 갖혀 버린것 같은 아만다와 카를라의 모습이 하나도 낯설지가 않아 가슴이 아팠다

우리는 모두 중독의 시대에 살고있다. 다비드가 인지하지 못하고 마셨던 물처럼 , 모르는 사이에 나도 거기에 젖어서 어느부분의 기능이 서서히 죽어가고 내 인격이 아주 서서히 또다른 낯선 인격으로 변해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한개의 영혼만 있는게 아니고 두서개쯤의 영혼이 있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조금은 무섭다.온전히 하나의 영혼을 지켜내는 일도 쉽지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것 같아서 말이다.

카를라의 대사가 맴돈다. "사람들은 집을 잃는게 최악일거라고 말하지만 나중에 더 나쁜일이 생긴 뒤에는 그 순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빌어먹을 짐승의 고삐를 놓칠수만 있다면 집과 심지어 목숨이라도 내주려고 하겠죠 "

그녀는 결국 깨달은걸까? 자기가 목숨이라도 내주고도 지켜내고 싶었던 건 다비드의 영혼이었다는 것을. 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건 내 몸뚱아리보다는 영혼에 가까울테니까.

책을 덮고 나면 이제 니나가 진심으로 걱정된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인해 자신조차도 이해할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 , 이해받을수도 없는 상황속에서도 살아가야하니까. 제목처럼 열병을 앓을때나 꿔봄직한 스토리...신비와 혼돈으로 가득찬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 추천해드립니다 ^^

*** 2021 공개 예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원작 소설

*** 2017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 셜리잭슨상 중편 부문 수상

*** 2015 티그레후안상 수상

< 창비 출판사에서 제공한 피버드림 가제본을 읽고 기록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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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 치리 높새바람 51
신이림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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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바람의 아이들

 

초등 고학년을 타겟으로 한 바람의 출판사에서 펴낸 높새바람 시리즈 중 가장 따끈따끈한 <싸움닭 치리> ! 동화책의 포맷이지만 각 캐릭터가 분명하고 , 투계라는 설정때문인지 긴장을 늦출새도 없이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조라 우선 흡입력이 높고 , 또 동화책같지 않게 스토리도 탄탄하다.

 

특히나 닭싸움을 하는 장면은 마치 눈앞에서 내가 지켜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장감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 우리의 두 주인공 치리와 깜이가 어찌 될까봐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모른다 ㅠㅠ

 

 

이 책은 토종닭인 깜이, 치리가 닭장에서 나와 어떻게 싸움닭..그러니까 투계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했고 또 뭘 잃고 배웠는지..인간의 성장소설 일부분을 엿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사춘기를 호되게 겪고 난후 부쩍 성장한 이웃집 아이를 멀리서 지켜본 느낌이랄까?^^

 

 

우선 '싸움'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제일 먼저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닭들의 싸움...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폭력적이지만 닭들의 싸움이 인간의 돈벌이수단인 도박으로 변질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눈에보이지 않는 인간의 더 잔인한 폭력을 다시금 확인한다. 닭장에서 태어나 닭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둘은 언뜻보면 어떤 선택도 주어지지 않을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야기가 마무리 될때쯤 조금의 반전에 화들짝 놀랐다. 뻔할수 밖에 없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덜 뻔한 두 주인공들의 선택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선택했고, 각자의 다른 선택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줬다는 점이다.

 

 

치리와 깜이를 보면서 들었던 수많은 생각들중 아직도 계속 머릿속에 빙빙 도는 생각...바로 학교 라는 무한 경쟁 울타리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만 하는 상황이라면...투계판에서처럼 상대가 죽기전엔 게임이 끝나지 않는 판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수 있는 선택지가 과연 몇개나 될까? 시스템때문에 나도 어쩔수 없잖아..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죄책감을 덜기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지 않을까 ?

 

 

'내가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다칠일은 없잖아 ! '

깜이 처럼 공격을 기꺼이 포기하고 자기가 다칠수도 있음을 내가 쉽게 받아들였을것 같지는 않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자신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이렇게나 멋지게 해결하다니...그의 결단에 불안불안하면서도 끝까지 '희생'의 길을 선택한 그의 결단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길이 결코 쉽지 않고 위험하더라도 옳은 길로 가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고 속삭이는것 같다.

누군가는 말한다. 깜이 아빠가 투계였고 깜이 또한 투계로 살아갈 운명이라고 ! 니가 선택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그러니 그냥 운명에 순응하며 살라고 말이다.

깜이가 투계가 된건 타의에 의해서 였지만 안전한 닭장안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친자연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겠다고 결정한건 깜이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외치고 싶다. 깜이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최소한 투쟁했다고 말이다.

 

 

경험은 그래서 돈으로도 살수 없다고 하나보다. 그 일이 맞는지 틀린지 가보기 전엔 어찌알겠는가. 당연히 잃는것도 있고 또 배운것도 있겠지. 이 길은 이미 내가 가봤는데 아니야 . 넌 갈 필요없어 시간낭비야 라고 말하는게 옳은건지.......아니면 시간낭비일수도 있고 위험한 길을 수도 있는게 뻔하지만 그래도 지지해주는것이 맞는건지 ..아직도 내게는 어려운 고민이다.

 

 

147 p " 생각해보니 삶은 선택의 문제였다. 목숨과 자유를 담보로 닭장안에서 편한 삶을 살것인가, 아니면 늙은 수탉처럼 자유롭게 살되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만 할 것인가 "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여태껏 한번도 자유롭게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자신이 한심할 뿐이었다. 왜 난 그동안 한번도 닭장 밖에서 산다는 걸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 길들여진다는게 무서운 거야 "

 

소심한 내 성격에 딱 꽂힌 두개의 문단 !!!

나는 상처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 나는 어떤 선택도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는가 ? 인생이 작은 선택하나로도 정말 많은걸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걸 보면 누구도 선택앞에 자유로울순 없겠지만 그 선택지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건 불행중 다행 아닐까?^^

 

선택을 잘하는것도 너무 중요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휘회없이 한 선택이라면 일단 최선을 다하고 다음 선택지가 오길 기다려봐야겠다. 내안에 깜이를 키워놓고 나도 깜이처럼 멋지게 자연속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보고 싶다고 되뇌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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