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날개 어니스트
소피 길모어 지음, 이주혜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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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차분한 느낌의 책을 한권 선물 받았다. 한두 페이지만 톤다운된게 아니고 책 전체가 이런 느낌으로 일관되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읽어보는데 그림과는 반대로 작가가 주고 싶은 메시지는 아주 선명하다.

책 표지에는 한 소녀와 등치가 꽤 큰 딱정벌레 한마리가 숲 속 어딘가에 있을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사람과 딱정벌레라니..둘은 이미 친구사이인걸까? 아니면 이날 처음 만난 사이인걸까 ? 둘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걸까 ?^^

프레다 라는 여자아이는 어느날 날개가 부러진 딱정벌레를 보게되고, 안스러운 마음에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다. 딱정벌레가 등치가 커져서 어른보다 먹는 양이 많아지자 마을사람들은 어니스트 (딱정벌레)를 골칫덩어리라부르며 프레다에게 투덜댔고 ,프레다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어니스트를 숲에 버린다. 몇주뒤 마을엔 무시무시한 폭풍이 닥쳐왔고 마을사람들 모두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무너져버린 지붕아래에서 이들은 모두 무사할수 있을까 ? 숲에 버리고 온 어니스트는 어떻게 됐지? 무사히 있는걸까 ? 프레다와 어니스트의 인연도 이걸로 끝인걸까 ?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어른들의 가르침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어른의 말씀은 분명 옳을거라는 믿음이 있고, 그 말을 듣지 않으면 뭔가 나쁜 아이가 되는듯한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 프레다 또한 이런 고민의 영역에서 갈등이 컸음이 곧곧에 잘 묻어나 있다. 어니스트를 데려올때도 , 어니스트를 다시 버려야 했을때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 했을때도 말이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확신하고 행동으로 옮기는게 과연 쉬운일인가 ! 어른이 된 나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지점이 있는데 특히나 프레다처럼 성장기에 있는 아이라면 내면의 목소리와 다수의 목소리 사이에서 혼란은 더 컸을테지. 어른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니스트를 버리긴 했지만 , 마지막엔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행동으로 옮긴 프레다를 보며 열열한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가 없었다. 갈등 상황속에서도 프레다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음을..오히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당당히 날아오르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니까 !

프레다가 어니스트 에게 베푼 조건 없는 보살핌과 관심이 없었다면 어니스트는 과연 다시 마을로 돌아올수 있었을까? 한번 배신당했던 기억이 있는데..상처받은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돌아올수 있었지? 살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를 준적은 없는지 돌이켜보게 되는 시점이다. 보이지 않지만 우정과 사랑이 보여주는 힘은 이렇게 크다는걸..

처음엔 어니스트가 힘이 쎄서 , 덩치가 크다며 사람들은 좋아했다. 산더미 같은 자기네들의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어느순간엔 어니스트가 힘이 쎄고 덩치가 크다고 골칫덩어리라고 말했다. 자기네들이 먹는것 보다 더 많이 먹는다면서.

자기네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지 못한 순간이 되자 친구도 쓸모없는 존재로 바뀌는 시스템.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비칠까?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수 있을까 ?

등치가 커진 딱정벌레는 이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걸까 ? 처음엔 거부감 없이 수용했지만 이제와서 보니 생김새도 다르고 푸른색깔인것도 걸리고 힘도 너무 쎄서 ? 나의 세계가 아이들의 세계를 규명한다는걸 잊지 않고 싶다. 어깨가 저절로 무거워지는 순간이다..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옳지 않은일 , 그릇된 판단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낼줄 아는 용감한 아이 프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줄 아는 프레다. 날개를 다친 약한 생명체를 케어해줄줄 아는 따뜻한 용기를 가진 프레다 를 통해 작가 소피 길모어는 말한다. " 나조차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의 목소리에 더 친절하게 귀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날개가 다친 어니스트와 같은 누군가를 만나면 모른체 하지 말고 그의 친구가 되주면 좋겠어요. 그 과정이 쉽지 않을수도 있지만 분명 여러분은 성장할겁니다..프레다가 저 하늘을 날아 올랐듯이 ,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비상하십시요 ! 날개짓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 기회는 올거에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소피 길모어 편지에 적힌 '친구'라는 글자가 유독 환하게 내마음속으로 들어온 날...소피 길모어와 이미 친구사이인것 같은 이 친근한 기분은 뭐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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