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닭 치리 높새바람 51
신이림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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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바람의 아이들

 

초등 고학년을 타겟으로 한 바람의 출판사에서 펴낸 높새바람 시리즈 중 가장 따끈따끈한 <싸움닭 치리> ! 동화책의 포맷이지만 각 캐릭터가 분명하고 , 투계라는 설정때문인지 긴장을 늦출새도 없이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구조라 우선 흡입력이 높고 , 또 동화책같지 않게 스토리도 탄탄하다.

 

특히나 닭싸움을 하는 장면은 마치 눈앞에서 내가 지켜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장감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 우리의 두 주인공 치리와 깜이가 어찌 될까봐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모른다 ㅠㅠ

 

 

이 책은 토종닭인 깜이, 치리가 닭장에서 나와 어떻게 싸움닭..그러니까 투계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했고 또 뭘 잃고 배웠는지..인간의 성장소설 일부분을 엿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사춘기를 호되게 겪고 난후 부쩍 성장한 이웃집 아이를 멀리서 지켜본 느낌이랄까?^^

 

 

우선 '싸움'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제일 먼저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닭들의 싸움...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폭력적이지만 닭들의 싸움이 인간의 돈벌이수단인 도박으로 변질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눈에보이지 않는 인간의 더 잔인한 폭력을 다시금 확인한다. 닭장에서 태어나 닭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둘은 언뜻보면 어떤 선택도 주어지지 않을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야기가 마무리 될때쯤 조금의 반전에 화들짝 놀랐다. 뻔할수 밖에 없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덜 뻔한 두 주인공들의 선택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선택했고, 각자의 다른 선택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줬다는 점이다.

 

 

치리와 깜이를 보면서 들었던 수많은 생각들중 아직도 계속 머릿속에 빙빙 도는 생각...바로 학교 라는 무한 경쟁 울타리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만 하는 상황이라면...투계판에서처럼 상대가 죽기전엔 게임이 끝나지 않는 판에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수 있는 선택지가 과연 몇개나 될까? 시스템때문에 나도 어쩔수 없잖아.. 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죄책감을 덜기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지 않을까 ?

 

 

'내가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다칠일은 없잖아 ! '

깜이 처럼 공격을 기꺼이 포기하고 자기가 다칠수도 있음을 내가 쉽게 받아들였을것 같지는 않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자신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이렇게나 멋지게 해결하다니...그의 결단에 불안불안하면서도 끝까지 '희생'의 길을 선택한 그의 결단은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길이 결코 쉽지 않고 위험하더라도 옳은 길로 가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고 속삭이는것 같다.

누군가는 말한다. 깜이 아빠가 투계였고 깜이 또한 투계로 살아갈 운명이라고 ! 니가 선택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그러니 그냥 운명에 순응하며 살라고 말이다.

깜이가 투계가 된건 타의에 의해서 였지만 안전한 닭장안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친자연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겠다고 결정한건 깜이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외치고 싶다. 깜이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최소한 투쟁했다고 말이다.

 

 

경험은 그래서 돈으로도 살수 없다고 하나보다. 그 일이 맞는지 틀린지 가보기 전엔 어찌알겠는가. 당연히 잃는것도 있고 또 배운것도 있겠지. 이 길은 이미 내가 가봤는데 아니야 . 넌 갈 필요없어 시간낭비야 라고 말하는게 옳은건지.......아니면 시간낭비일수도 있고 위험한 길을 수도 있는게 뻔하지만 그래도 지지해주는것이 맞는건지 ..아직도 내게는 어려운 고민이다.

 

 

147 p " 생각해보니 삶은 선택의 문제였다. 목숨과 자유를 담보로 닭장안에서 편한 삶을 살것인가, 아니면 늙은 수탉처럼 자유롭게 살되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만 할 것인가 "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여태껏 한번도 자유롭게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자신이 한심할 뿐이었다. 왜 난 그동안 한번도 닭장 밖에서 산다는 걸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 길들여진다는게 무서운 거야 "

 

소심한 내 성격에 딱 꽂힌 두개의 문단 !!!

나는 상처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 나는 어떤 선택도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는가 ? 인생이 작은 선택하나로도 정말 많은걸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걸 보면 누구도 선택앞에 자유로울순 없겠지만 그 선택지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건 불행중 다행 아닐까?^^

 

선택을 잘하는것도 너무 중요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휘회없이 한 선택이라면 일단 최선을 다하고 다음 선택지가 오길 기다려봐야겠다. 내안에 깜이를 키워놓고 나도 깜이처럼 멋지게 자연속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보고 싶다고 되뇌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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