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공간 트렌드 - 스페이스뱅크가 만난 공간들
스페이스뱅크 공간연구소 지음 / ceomaker(씨이오메이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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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면서 공간이 갖는 힘이 엄청나다는걸 피부로 느꼈는데 한달 전쯤 허리 디스크가 재발하면서 공간의미에 부여한 내 확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었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이었으니 이 책을 보면서 설레었고 꿈을 꾸었고 아름다웠으며 이 골목 저 골목을 산책하는 기분까지 덤으로 만났다.

'공간' 하면 느껴지던 어떤 평면적인 한가지 '목표'가 이제는 정말 다양한 목표 아래 정말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느낌이랄까. 단지 물건만을 광고하고 파는것에 그치지 않고 각 공간은 저마다 무형의 서비스를 소비자와 공유하고 가치까지 실현하고 있는 이상적인 흐름을 읽을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는것은 정말 기쁜 소식이다.

고화질의 사진과 직접 방문해본 솔직한 후기에 믿음이 가기도 했지만 깨알 재미는 바로 공간 데이터를 분석해서 각정 검색량과 연관어차트를 그래프와 표로 표기해 준 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 흥미를 느끼고 그 흥미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한 눈에 바로 볼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세계에 민감할 필요성을 거의 못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데 한줌의 호기심을 해결한 기분이랄까 ㅎㅎㅎ

모든 공간은 그 공간을 만든이의 생각이 오롯이 반영되는 개성있는 곳이다. 물리적인 공간이 가지는 힘은 이제 가치와 철학과 미래와 인간의 방향성을 은밀하게 조금씩 어필하고 있으며 나는 기끼이 그 매력에 젖어보고 싶어진다. 공간에 사람이 빠지면 의미가 퇴색하듯이 그 공간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기가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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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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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연작 소설 / 문학과 지성사

674층의 단일 건물이면서 한 나라인 그곳. 빈스 토크. jack and beanstalk 의 콩나무 줄기에서 따온 빈스토크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연작소설로 총 여섯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 있고 각 단편은 각각의 소주제는 따로있지만 결국 우리사회의 모순들과 가치관 ,이기심 , 부조리함 등을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섯개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진 모양새다.

SF 소설의 범주에 든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한 소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나치게 허황된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지금과 똑같은 밋밋한 사회구조는 아닌 이야기. 그래서 독특했고 재밌었다. 대체 이런 신선한 소재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거지?

우리들의 삶이 평면이 아닌 3차원이라면 인간의 본질마저 많이 변화할것 같지만 어쩌면 어떤 본질은 더 짙게 굳어져서 인간의 영원한 숙제가 되기도 하는것 같다. 익명의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SNS 활동을 하고 , 먹이를 구하는 일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는 곰이 열반에 드는 이야기도 그렇고 영혼없는 로봇 이야기도 그렇고..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나의 문제에 대해 들여다 보길 포기하지 않는다.

후반부에 실린 타워 개념어 사전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봐도 좋을듯 하다. 작가는 이 소설책 하나로 하나의 국가를 만들고 살아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빈스토크의 전개도를 그릴수 있을것만 같고 몇층에 가면 그이들을 만날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책을 처음에 읽었을때는 바벨탑이 떠올랐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저 탐욕스러운 인간이기만 한것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나누어준 따뜻한 온기로 희망을 찾은 사람도 있었고 너무 청렴해서 바보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었고 무기로 구입한 꼬끼리를 구해내기 위해 황당한 실수를 한 사람도 있었지.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래도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부단히 살아내려고 하는 이의 모습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어떤 사회에 살든 그 사회를 어둡게 만드는 것도, 밝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내가 속한 이 타워는 오늘 어떤 권력을 탐내고 어떤 부조리를 고발하고 또 어떤 수수함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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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의 남극 편지 지식이 잘잘잘
안나 카브레 알보스 지음, 마리오나 톨로사 시스테레 그림, 성초림 옮김 / 한솔수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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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브레 알보스 글 / 마리오나 톨로사 시스테레 그림 / 한솔수북 출판사

파우와 피오나의 엄마는 다른 엄마 과학자 99명과 함께 남극으로 떠납니다.기후위기로 망가져가는 남극의 실태를 조사하고 '홈워드 바운드'라는 프로그램의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서죠. 홈워드 바운드라는 프로그램은 호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여성 과학자 리더쉽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요즘 기후 관련 그림책이 많이 나와서 너무 좋은데 이 책은 거기다 남극에 대한 몇가지 정보도 따로 정리되 있어서 더 좋았어요 ! 앨버트로스 라는 새는 한쪽 날개에서 반대쪽 날개끝까지 3미터가 넘는다든가 지구 전체 담수의 절반이상이 남극에 있고 화산도 백개가 넘는대요. 남극권에 속한 곳에서는 일년에 적어도 하루 이상 해가 지지 않는 날이 있고 해가 뜨지 않는 날도 있대요. 펭귄은 조류에 속하지만 날지 못해요. 대신 그 날개는 바닷속에서 먹이를 잡을수 있도록 진화가 된거에요. 너무 재밌지 않나요? 그 외에도 신기한 정보가 다양합니다 ㅎㅎ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마지막 페이지에요. 아이들도 지구가 점점 파괴되가고 있다는건 잘 알거든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실천해야 할지 잘 몰라요. 우선 자연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우리들의 움직이 하나하나가 자연과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심을 갖게 되니까요.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라고 합니다 ( 저는 이 부분을 제일 지지해주고 싶었어요 ) 중요한것은 내 생각을 남들과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는 거겠죠?

앞 면지와 뒷 면지가 같은 장소를 보여주고 있지만 넓디넓은 앞면지의 빙산이 뒷면지에는 거의 다 녹아서 깨지고 작아졌다는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것 같아요. '빠지직 빠지직 ' 하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도는것 같아요. 이 책 제목을 듣자 마자 끌렸던 또다른 이유는 '엄마'라는 단어때문이었어요. 물론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을 교육시키지만 , 양육을 거의 부담하고 있는 제 경우에는 이 그림책이 이렇게 들렸거든요. '아이들의 엄마인 당신이야말로 당신의 자녀가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아이로 자랄수 있도록 만들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지구를 사랑하는 아이로 길러내주셔야지만 이 아이들이 커서 남극을 보호하고 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켜낼거에요 ! 이제 마지막 보류는 바로 엄마들입니다 !! 라는 간절한 외침이요 !

해양학자 엄마, 해양생물학자 엄마, 조류학자 엄마, 지질학자 엄마, 조류학자 엄마....이 책을 쓰신 작가님은 기후물리학자이면서 해양학자인 엄마입니다. 누군가는 그림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요 저 같이 평범한 엄마는 아이들과 더 자연을 사랑하면서 , 우리가 사는 환경에 대해 더 관심갖고 , 다른 동식물들과 공존해갈 수 있는 고민을 더 해봐야 겠습니다. 한솔수북에서 함께 주신 멋진 굿즈들...아직 아이들과 함께 해보진 않았는데요 굿즈들이 알차서 한꺼번에 개시 못하고 좀 아껴뒀습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해보려구요..ㅎㅎ

남극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때 꺼내보게 될것 같아요. 남극에 가면 고래도 펭귄도 알바트로스 새도 모두 다 제 가이드가 되어 인도해줄 것만 같아요. 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너무 늦지 않은 지금..이 책을 읽고 다시한번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아 참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은 바로 해가 지지 않는 남극의 지평선 이었습니다. '밤은 어디로 가 버린 거지?'라는 엄마의 물음에 앨버트로스는 답합니다. '여기서는 태양이 밤새도록 수평선에 머물러 있답니다 " 아름다운 노을 앞에는 거대 빙하가 빠지직 빠지직하면서 녹아가는 모습이 너무 대조적으로 그려졌어요.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이 모습이 내내 어른거릴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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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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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미 지음 / 한스 미디어

범죄심리 소설은 정말 몇십년 만에 읽은 듯하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굶주림은 있었지만 이 책을 이렇게까지 재밌게 읽을수 있었던 것은 비단 이 이유만은 아닌것 같다.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 책은 이 저자가 아니라면 결코 담아내지 못했을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을 ,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저자의 약력이 너무 화려해서 놀랐다. 현재 중국 공안국 경찰학교 교수이면서 범죄심리학과 수사방법론에 정통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에서 다루는 모든 장치들이 유연성 있으면서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명쾌하게 맞물려 더욱 호기심을 자아냈다. 중국에서도 13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 또 웹툰과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 작품은 한번 페이지를 열면 정말 단숨에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 나같은 빈둥이도 몇시간 만에 다 읽었으니까 .

이런류의 소설책은 반복해서 거의 읽지 않지만 이 책은 맘에 드는 몇 페이지를 몇번을 더 읽었는지 모른다.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사건현장에 푹 빠져있을무렵 작가는 이따금 팡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향한 독백을 이야기한다. 삶은 그렇게 선과 악으로 구분지을수 있는 단순한것이 아니라고 . 삶은 이렇게 치열하고 매순간이 갈등의 연속이고 어느것 하나 확실한건 없다고 말이다.

 

겉으로는 너무 평화롭고 조용한 도시, 그 이면에는 쫒고 쫒기는 치열함과 긴박함, 불안감과 오만함이 자리하고 있다. 선량하지만 무지해서 범죄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으로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두 부류는 출발점은 다를지라도 결말은 거의 비극으로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다.

범죄자를 쫒는 정의로운 수사관, 범죄자를 쫒는 변절한 수사관 ! 물질만능주의와 폭력 앞에 팡무처럼 정말 자유로울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작가는 '팡무'라는 남자 주인공을 마치 순정 만화속 캐릭터처럼 완벽한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었다. 범죄 소설을 읽는데 왜 내 마음이 콩냥 콩냥하는거지 ㅎㅎㅎ

국제 성노예 조직단에 끌려간 소녀들을 구출할때, 여배우 페이란을 만났을때, 어린 소녀 루루를 만났을 때 팡무가 보여준 신사다움에서는 범죄현장에서 보여준 그의 남성성과는 반대로 무한히 여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세심함이 묻어났다. 범죄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와 이런 순수함까지 더해져 팡무는 이미 내 이상향이 되있었다. 아 이 남자 진짜 멋지다 ! 안 갖춘게 뭐야 대체 ㅋㅋ

팡무는 경찰이다. 그런데 충성의 대상이 법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양심이어야 하는지 팡무또한 고민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경찰조직이라는 걸 만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법의 심판대위에 세우는것이 바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인데, 만약 정의로운 수단만을 통해서는 결코 범죄자를 심판대에 세울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 위법한 방법으로라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맞는걸까 ? 아니면 위법한 방법은 어떤 경우라도 결코 정당화 될수 없는걸까 ?

글 후반부에 팡무가 스님에게 량쓰하이가 준 부정한 돈을 왜 받았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대사님의 답변이다 " 우리 누구도 이 찻잎을 딴 자가 선한지 악한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차는 차일 뿐이니까요 .빈승은 전에 량 사주가 어찌 재물을 얻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알게 됐습니다만,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량 시주가 우리 절에 돈을 헌납하면 절에서는 이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시 나눠줍니다. 그렇게 여러차례 돌고 돌면 이것이 선한 돈인지 악한 돈인지 누가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의 세계를 신의 존재가 바라본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 영원히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는 우리들은 서로 이렇게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정의를 쫒고 누군가는 욕심을 쫒고.....신의 관점에서보면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

'당신은 모른다. 고요한 검은 강이 지하에서 솟구쳐 오르면 해와 달이 지고 어둠이 영원히 머문다는 것을' 이라는 문장속에서 이 책의 제목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 추측해본다. 작가는 그렇다고 검은 강처럼 어두운 현실앞에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팡무가 구해준 어린 소녀 미난이 그녀의 꿈인 경찰관이 되어 팡무앞에 다시 나타난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으니까 말이다 . 약간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어둠속에 솟아오른 한가닥의 희망처럼 기분이 환해진다. 책장을 덮자 마자 작가의 전작 두편을 바로 검색했다. 당장 읽어야겠다. 그 편에는 팡무의 어떤 활략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된다. 심리물, 스릴러물, 범죄수사물 ,법의학물. 추리물..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면 꼭 읽어보시라. 몇시간 정말 후딱 간다 ㅎㅎㅎ 최근에 읽었던 소설책중에서 재미로만 치면 단연 1등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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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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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뭐냐는 네 질문에 끝내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는거 알아. 명쾌한 대답을 찾는 데 왜 그리도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구나. 부끄러움은 꺼지라고 하고 내가 꼭 천국으로 갈게. 너를 사랑하니까. 아들아. 아버지라는 건 그런 거였어. 그리고 나는 영원토록 네 아버지로 있을게"

토마 라는 피아니스트에게 돌아가신지 5년만에 유령이 되어 현실에 나타난 아버지, 레몽 ! 유령의 존재 자체도 믿기 힘든 상황에 아빠는 아들에게 아주 황당한 부탁까지 한다. 너를 낳아준 엄마 말고 30년동안이나 너무나 사랑했던 연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의 유골함과 자기 유골함의 뼈를 섞어주면 못다한 한을 풀수 있을거라고 . 너가 꼭 그 일을 해주어야 한다고.

그런데 돌아가신 아빠 레몽은 외과의사로 늘 일에 바빴고 아들은 아빠와 거리감이 있는 상태였다. 나라면 어땠을까 ? 처음엔 조금 무섭고 그리고 존재를 인정한 후에는 너무 그리웠노라 말했을까 ? 하지만 다른 여인과의 사랑을 죽어서라도 완성하고 싶은 아빠의 고백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수 있었을까 ?

나라면 연민의 감정과 증오의 감정이 뒤섞여 숯한 고민을 했을것 같다. 하지만 토마는 쿨하게 수락한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어렴풋이 깨닫는다. 아버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했으며 과거의 시간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는걸 말이다.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면서 둘은 과거의 사건들을 함께 떠올려보기도 하고 바빠서 소원했던 대화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대화가 티격태격 오가면서도 레몽이라는 사람은 참 유머스러운 사람이라는걸...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아들 토마 또한 센스있고 유머스러운 사람이란걸 금방 눈치챌수 있었다.

옛날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든듯한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너무 쉽게 읽혔고 가벼웠고 유쾌했고 경쾌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이런거지 싶다. 서로 무뚝뚝하고 아옹다옹 거리지만 마음속 깊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으며 굳게 믿는 그런거 말이다.

주인공 토마가 피아니스트라는 점이 너무 끌렸다. 그가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며 라흐마니노프나 브람스의 곡을 신들린듯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내 영혼 한두개쯤이 그 피아노곡이 되어 잠깐 없어지는 경험을 할때 , 그것이 예술이 가지는 가장 큰 매혹이겠지. 영혼의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달래줄수 있었던 것은 바로 토미가 영혼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였기때문일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결혼이 구속이 되버리는 순간 인간은 불행해진다. 레몽의 여인 카미유의 결혼생활이 남편 바르텔의 구속으로 파괴된것 처럼 말이다. 30년이나 다른 여인을 지독히 사랑했던 아버지가 간직해온 편지들을 읽고나면 그의 인생도 조금은 불쌍했노라고 생각하게 될까 ? 그동안 엄마를 속이고 자기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던 아빠를 받아들이게 될까 ? 사랑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랑은 변하니까. 하지만 사랑자체가 갖는 힘은 엄청나다. 그게 아들에 대한 사랑이 되었든...과거 이룰수 없었던 여인에 대한 사랑이 되었든..

 

토마와 마농의 새롭게 시작될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들의 사랑은 또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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