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레이미 지음 / 한스 미디어

범죄심리 소설은 정말 몇십년 만에 읽은 듯하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굶주림은 있었지만 이 책을 이렇게까지 재밌게 읽을수 있었던 것은 비단 이 이유만은 아닌것 같다.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 책은 이 저자가 아니라면 결코 담아내지 못했을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을 ,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저자의 약력이 너무 화려해서 놀랐다. 현재 중국 공안국 경찰학교 교수이면서 범죄심리학과 수사방법론에 정통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에서 다루는 모든 장치들이 유연성 있으면서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명쾌하게 맞물려 더욱 호기심을 자아냈다. 중국에서도 13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 또 웹툰과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 작품은 한번 페이지를 열면 정말 단숨에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 나같은 빈둥이도 몇시간 만에 다 읽었으니까 .

이런류의 소설책은 반복해서 거의 읽지 않지만 이 책은 맘에 드는 몇 페이지를 몇번을 더 읽었는지 모른다.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사건현장에 푹 빠져있을무렵 작가는 이따금 팡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향한 독백을 이야기한다. 삶은 그렇게 선과 악으로 구분지을수 있는 단순한것이 아니라고 . 삶은 이렇게 치열하고 매순간이 갈등의 연속이고 어느것 하나 확실한건 없다고 말이다.

 

겉으로는 너무 평화롭고 조용한 도시, 그 이면에는 쫒고 쫒기는 치열함과 긴박함, 불안감과 오만함이 자리하고 있다. 선량하지만 무지해서 범죄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으로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두 부류는 출발점은 다를지라도 결말은 거의 비극으로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다.

범죄자를 쫒는 정의로운 수사관, 범죄자를 쫒는 변절한 수사관 ! 물질만능주의와 폭력 앞에 팡무처럼 정말 자유로울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작가는 '팡무'라는 남자 주인공을 마치 순정 만화속 캐릭터처럼 완벽한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었다. 범죄 소설을 읽는데 왜 내 마음이 콩냥 콩냥하는거지 ㅎㅎㅎ

국제 성노예 조직단에 끌려간 소녀들을 구출할때, 여배우 페이란을 만났을때, 어린 소녀 루루를 만났을 때 팡무가 보여준 신사다움에서는 범죄현장에서 보여준 그의 남성성과는 반대로 무한히 여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세심함이 묻어났다. 범죄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와 이런 순수함까지 더해져 팡무는 이미 내 이상향이 되있었다. 아 이 남자 진짜 멋지다 ! 안 갖춘게 뭐야 대체 ㅋㅋ

팡무는 경찰이다. 그런데 충성의 대상이 법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양심이어야 하는지 팡무또한 고민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경찰조직이라는 걸 만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법의 심판대위에 세우는것이 바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인데, 만약 정의로운 수단만을 통해서는 결코 범죄자를 심판대에 세울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 위법한 방법으로라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맞는걸까 ? 아니면 위법한 방법은 어떤 경우라도 결코 정당화 될수 없는걸까 ?

글 후반부에 팡무가 스님에게 량쓰하이가 준 부정한 돈을 왜 받았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대사님의 답변이다 " 우리 누구도 이 찻잎을 딴 자가 선한지 악한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차는 차일 뿐이니까요 .빈승은 전에 량 사주가 어찌 재물을 얻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알게 됐습니다만,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량 시주가 우리 절에 돈을 헌납하면 절에서는 이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시 나눠줍니다. 그렇게 여러차례 돌고 돌면 이것이 선한 돈인지 악한 돈인지 누가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의 세계를 신의 존재가 바라본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 영원히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는 우리들은 서로 이렇게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정의를 쫒고 누군가는 욕심을 쫒고.....신의 관점에서보면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

'당신은 모른다. 고요한 검은 강이 지하에서 솟구쳐 오르면 해와 달이 지고 어둠이 영원히 머문다는 것을' 이라는 문장속에서 이 책의 제목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 추측해본다. 작가는 그렇다고 검은 강처럼 어두운 현실앞에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팡무가 구해준 어린 소녀 미난이 그녀의 꿈인 경찰관이 되어 팡무앞에 다시 나타난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으니까 말이다 . 약간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어둠속에 솟아오른 한가닥의 희망처럼 기분이 환해진다. 책장을 덮자 마자 작가의 전작 두편을 바로 검색했다. 당장 읽어야겠다. 그 편에는 팡무의 어떤 활략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된다. 심리물, 스릴러물, 범죄수사물 ,법의학물. 추리물..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면 꼭 읽어보시라. 몇시간 정말 후딱 간다 ㅎㅎㅎ 최근에 읽었던 소설책중에서 재미로만 치면 단연 1등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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