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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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뭐냐는 네 질문에 끝내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는거 알아. 명쾌한 대답을 찾는 데 왜 그리도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구나. 부끄러움은 꺼지라고 하고 내가 꼭 천국으로 갈게. 너를 사랑하니까. 아들아. 아버지라는 건 그런 거였어. 그리고 나는 영원토록 네 아버지로 있을게"

토마 라는 피아니스트에게 돌아가신지 5년만에 유령이 되어 현실에 나타난 아버지, 레몽 ! 유령의 존재 자체도 믿기 힘든 상황에 아빠는 아들에게 아주 황당한 부탁까지 한다. 너를 낳아준 엄마 말고 30년동안이나 너무나 사랑했던 연인이 있었는데 그 여인의 유골함과 자기 유골함의 뼈를 섞어주면 못다한 한을 풀수 있을거라고 . 너가 꼭 그 일을 해주어야 한다고.

그런데 돌아가신 아빠 레몽은 외과의사로 늘 일에 바빴고 아들은 아빠와 거리감이 있는 상태였다. 나라면 어땠을까 ? 처음엔 조금 무섭고 그리고 존재를 인정한 후에는 너무 그리웠노라 말했을까 ? 하지만 다른 여인과의 사랑을 죽어서라도 완성하고 싶은 아빠의 고백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수 있었을까 ?

나라면 연민의 감정과 증오의 감정이 뒤섞여 숯한 고민을 했을것 같다. 하지만 토마는 쿨하게 수락한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어렴풋이 깨닫는다. 아버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했으며 과거의 시간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는걸 말이다.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면서 둘은 과거의 사건들을 함께 떠올려보기도 하고 바빠서 소원했던 대화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대화가 티격태격 오가면서도 레몽이라는 사람은 참 유머스러운 사람이라는걸...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아들 토마 또한 센스있고 유머스러운 사람이란걸 금방 눈치챌수 있었다.

옛날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든듯한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너무 쉽게 읽혔고 가벼웠고 유쾌했고 경쾌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이런거지 싶다. 서로 무뚝뚝하고 아옹다옹 거리지만 마음속 깊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으며 굳게 믿는 그런거 말이다.

주인공 토마가 피아니스트라는 점이 너무 끌렸다. 그가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며 라흐마니노프나 브람스의 곡을 신들린듯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내 영혼 한두개쯤이 그 피아노곡이 되어 잠깐 없어지는 경험을 할때 , 그것이 예술이 가지는 가장 큰 매혹이겠지. 영혼의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달래줄수 있었던 것은 바로 토미가 영혼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였기때문일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결혼이 구속이 되버리는 순간 인간은 불행해진다. 레몽의 여인 카미유의 결혼생활이 남편 바르텔의 구속으로 파괴된것 처럼 말이다. 30년이나 다른 여인을 지독히 사랑했던 아버지가 간직해온 편지들을 읽고나면 그의 인생도 조금은 불쌍했노라고 생각하게 될까 ? 그동안 엄마를 속이고 자기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던 아빠를 받아들이게 될까 ? 사랑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랑은 변하니까. 하지만 사랑자체가 갖는 힘은 엄청나다. 그게 아들에 대한 사랑이 되었든...과거 이룰수 없었던 여인에 대한 사랑이 되었든..

 

토마와 마농의 새롭게 시작될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그들의 사랑은 또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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