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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다 케이스케 지음, 고정아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때 언니가 친구들과 당일로 하이킹을 떠났을때 나 역시 그 나이가 되면 친구들과 하이킹이란 짜릿한 모험을 해보리라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전거로 친구들 셋과 하이킹을 하다가 힘들어 트럭을 얻어타고 가던일이라든지, 자전거로 스쳐지나가는 주변의 경치이야기라든지, 그 한번의 여행으로 자신감이 충만해졌다던 언니의 무용담을 들으면서 나도 꼭 가리라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만 아직까지 하이킹이고 국토대장정이고 모험을 향해 떠나본 적이 없었다. 결혼을 하면서 내발은 더욱 묶여버렸고 다시는 그런 내면을 향한 여행을 하지 못할것이란 마음이 더욱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책 속의 주인공 혼다 역시 학생이라는 신분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무작정 갑작스럽게 비양키를 타고 떠날 수 있었을까?
우연히 혼다는 지저분한 파우치를 손에 넣게 되고 그것이 휴대용 자전거 공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웃에 사는 형이 자신은 이제 더이상 필요가 없다며 혼다에게 준 경주용 자전거가 집안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 터였다. 혼다는 그 자전거를 찾아내고 분해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닦고 손질해 쓸만하게 만들어 놓았다. 비양키를 타고 새벽내내 학교로 달린 혼다는 아무 계획도 없이 단순하게 육상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후배들의 음료수 심부름을 하다 그 일이 싫어져 시간을 때우기 위해 비양키를 타고 달리게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란 생각으로 계속 앞을향해 나아가다 결국엔 노숙까지해가며 이렇다할 목적지 없이 페달을 굴리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이유로 비양키를 타고 여행아닌 여행을 하게 된다.
아무 준비도 없었기에 집에는 전철여행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육상부와 학교, 그리고 여자친구에게는 감기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며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자전거 여행중 혼다는 여자친구 세나와 육상부원 키요양,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 스즈키와 문자를 주고 받음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혼자하는 여행에 활력소가 되고있었다. 바다가 보고 싶어 일본해로 향하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시 페달을 밟으면서 스즈키와 만나기로 하고 여자친구인 세나보다 스즈키와의 관계에 문을 열어둔다. 혼다는 스즈키와 만나기로 한날 문득 초조감이 밀려오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전철로 돌아가게 된다.
혼다는 충동적인 일탈인 자전거 여행으로 많은 이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여행을 했고 그 여행에서 여자친구 세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별 생각없이 했던 거짓말이 둘 사이에 불신을 낳았고 점점 멀어져만 가는 느낌을 받게된다. 결국 키요양에 의해 자신이 감기에 걸린것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중이라는 사실을 세나가 알게되었지만 아무것도 묻지않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자만을 보낸 세나를 향해 혼다는 비양키를 타고 열심히 달린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난다.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혼다는 얼떨결에 감행을 했고, 준비없이 떠났기때문에 주변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자전거 여행을 하리라 생각하지도 않았었지만 약간은 무덤덤하고 무신경한듯한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약간씩 내비춰지면서 둘 사이에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