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혹시 학창시절에 친구를 따돌리거나 따돌림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난 초등학교때 고집이 쎈편이었다. 아집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존심도 강했고 옳지않아도 굽힐 줄 몰랐다. 저학년이었을때 친했던 친구가 내 행동에 안타까워하며 저지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고 그게 옳지않다는걸 알면서도 오기를 부리며 그 친구 보란듯이 그 행동을 끝까지 했던 기억이 생소하다. 그 친구는 그런 내가 얄미웠는지 친구들을 선동해 날 놀렸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아이들에게 표적이 되어 놀림을 당한다는건 어지간해서는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지만 그 후론 내 큰 키때문에 여자는 물론 남자들도 날 쉽게 여기지 않아서인지 무시를 당하거나 주눅든적은 없었다. 

일본에서 이지매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왕따라는 문화는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통해 퍼져나갔다. 왕따라는 이름이 없었을때도 그 비슷한것이 있었겠지만 현재의 왕따처럼 구체적이고 가혹하진 않았었다. 은따(은근히 따돌리는것)라는 이름의 따돌림도 있었다. 따돌림의 당사자도 가해자도 해본적이 없었기때문에 막연히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부모가 되고 자식을 키우면서 왕따라는 이름이 다시 내관심의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 사이 왕따에게 가해지는 가해자의 행동 수위가 높아질대로 높아진것 같다. 

푸른숲에서 나온 <못된 장난> 사이버테러를 다루고 있다. 스베트라나는 독일인의 피가 흐르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독일로 이주한 어떻게 보면 이방인이었다. 우리들의 조선족같다고 보면 되겠다. 조선족들은 우리가 한민족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한민족이라고 생각할까? 가령 그렇게 생각한다고해도 많은 조선족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온다면 마냥 환영하는 마음만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스베트라나 역시 독일에서 우리나라의 조선족과 같은 입장이었다. 독일 사람들은 그들을 탐탁해 하지 않았다. 자신의 세금으로 그들을 먹여살린다고 생각하며 경멸했었다. 독일은 꿈의 낙원이 아니었던것이다.

스베트라나는 영특한 아이여서 독일로 이주해온지 3년만에 실업학교에서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통학학생의자격으로 장학금을 받고 전학을 가게되었다.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추워진 날씨에 첫날부터 일은 꼬이고 말았다. 김나지움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그들에겐 스베트라나가 들어갈 공간은 전혀 없었다. 다른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스베트라나가 부러워 무시하기 시작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었기때문에 통학하는 스베트라나는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거기다 똑똑해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렇게 스베트라나는 아이들로부터 더욱더 배척의 대상이 되었고 그녀의 엄마가 남자기숙사 청소부라는 사실일 알려지면서 못된장난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던 것이 사이버테러로 확대되었다. 매일 휴대전화로 악담을 해대고 인터넷에 근거없는 거짓을 퍼뜨리며 스베트라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스베트라나는 자살을 선택하고 운좋게 자살직전 발견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당한다. 하지만 스베트라나는 그곳에서 진정으로 평안함을 느낀다. 더이상 자신을 해꼬지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베트라나의 사연을 보면 안타까움과 반친구들의 도가넘는 못된장난에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깨달은게 있다. 따돌림을 당할때 처음이 중요하다. 그 처음에 확실한 선을긋지않고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계속 따돌림을 당하게 될것이다. 누군가 나를 우습게 보지 않도록 그들에게 확실하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스베트라나는 어느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만 현시대에 사이버테러 전담반이 생길정도로 얼굴없는 범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따돌리고 고통을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정말 못된장난이라는 제목이 너무 잘어울리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참 못된장난이었다는걸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왕따에 대해서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어쩌면 둘다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주변에 그런 상황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많은 힘이 되진 않겠지만 그냥 놔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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