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
마르크 함싱크 지음, 이수영 옮김 / 문이당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지 않았다.

나를 잡아 끌었던 강렬한 문구였다. 감수성 예민한 학창시절, 사도세자의 역사적 사건을 처음접했었다. 어린마음에 뒤주에 갇혀 굶어죽었을 사도세자를 생각하자 연민이 봇물터지듯 샘솟았다. 역사적 희생자였던 사도세자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도서관으로 발걸음했던 기억이난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봤었던것 같다.

<충신>이란 책은 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 역사적 소설은 조상들의 후손들이 쓰게마련이다. DNA로 따지자면 마르크  함싱크 는 분명 한국인이다. 하지만 7세때 벨기에로 입양되어 루뱅 가톨릭대학 경영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영국으로 넘어가 런던 정경대학 아시아--아프리카학 전공, 중국 하얼빈대학 중의학과 수학한 후 현재 영국계 보험회사에 근무 중이다. 그는 총 13개 국어에 능통한 멀티링구어라고 한다. 겉모습은 한국인이지만 그의 정신은 뼈속까지 벨기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그가 이토록 정교하게 역사소설을 썼다는것은 주목할만하다.

마르크 함싱크가 <충신>을 쓰게 된 시작은 단순한 보험 조사였다. 극동의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 대략18세기 경에 쓰인 <진암집晉菴集>이라는 책의 보험 의뢰가 들어오면서였다. 처음엔 시골 선비가 쓴 그저 그런 문집이라 생각했던 그는 <진암집>의 저자가 조선의 21대 왕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진암 이천보였다는걸 알게되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삼정승의 자살사건이 역사속에 묻혀져버린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도세자는 뒤주속에서 죽었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역사를 바라보면서 <충신>이 탄생되었다.

책의 시작은 이러하다. 규장각 정6품 기사관인 송인준은 <영조실록>의 증보를 명받아 시행하던 중 눈치없이 도승지에게 대드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실록에 거짓으로 기록을 쓰라는 말에 볼멘 소리를 했다가 면박당한 앙갚음을 하기 위해 기록을 뒤적이던 중 이틀에 한번 꼴로 기록이 빠진걸 알게 된다.

            [빌어먹을 사관들, 다들 녹봉은 거저 받아 챙겼구나.]-13page

사도세자의 병에 대해 알고 있는 의원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천보의 아들 이문원과 그들의 친구들이 미궁속의 사건을 파헤쳐 나가지만 사건이 드러날 수록 이들의 앞날은 권력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록에 삼정승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짧막한 기록이 전해지는데 이들의 죽음은 베일에 가려져있었다. 사도세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세자를 지키려했지만 지키지 못하고 동생 화완옹주의 모함에 빠져 결국 사도세자는 뒤주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사도세자는 뒤주속에서 죽지않았다는 글귀에 그렇게 안타까운 죽음에서 비켜나갔길 간절히 바랬지만 역사적 사실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결국 사도세자는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삼정승의 죽음에대한 베일이 벗겨졌을 뿐이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충신>은 참 흥미롭고 단숨에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직도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이 많이 있겠지만 이렇게 우연히 나타난 기록들로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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