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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형수 -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김용제.조성애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사건이 발생했던 1991년 10월 19일. 내 나이는 겨우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다. 우리나라를 경악케 했던 이 사건은 나의 기억에 어떠한 흔적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책 내용을 가늠할 수도 없었다. 아직 찬반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마지막 사형제도의 희생양쯤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솔직히 좀 놀랐다. 그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사람의 나이가 겨우 21살 밖에 되지 않았다는게, 그리고 그 마지막 사형수가 1997년 27살의 젊은 나이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의 이력을 보니 왜 김용제라는 사람은 그런 극단적인 방법밖에 저지를 수 없었는지 그 원인이 궁금해졌다.
조성애 수녀님과 김용제 사형수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통해 그는 자신의 유년기 시절부터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듯해 보이는 그는 누군가 자신을 잡아주고 사랑해주기를 그토록 바랬지만 자신을 낳아준 엄마도 아빠도 결국 그의 곁을 잔인하게 떠나고 말았다.워낙 개구쟁이로 소문난 아이였었지만 그냥 아이의 천진난만함이었다. 그러나 엄마에게 무참히 버림받자 그는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할아버지도 그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점점 엇나가기 시작했으며 시력조차 잡히지 않는 장애인 수준의 눈때문에 어느 한곳에 정착할 수 없었다. 그는 엄마를 닮은 자신의 눈을 원망했다. 그리고 그 눈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원한을 품고 그들을 스스로 응징하기 위해 돈을 훔치거나 불을 내는등 금전적인 피해를 많이 입혔다. 그의 이런 과거의 고백을 조성애 수녀님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주면서 그에게 잘못을 뉘우치도록 만들고 있다.
김용제 사형수의 편지를 읽는 내내 그의 불우한 유년기 시절때문에 마음이 아플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들었다. 그는 왜 그토록 자신의 삶이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었을까? 모든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처럼 행동하진 않을 꺼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그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줄 사람은 한사람도 존재하지않았었다. 그는 오히려 살인을 저지르고 형무소에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주고 관심가져주는 수녀님이며 여러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80%를 읽어내려가면서도 편지글에서는 그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뉘우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직도 세상에 원망이 가득한 사람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혼해서 아이낳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새로들어오는 죄수들이 있다면 무슨 종교든지 믿음을 가지라고 이야기했고 그들의 발을 손수 닦아주며 참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자신의 삶을 자포자기 했지만 참회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지만 그의 그런 희망은 오래가지 못하고 시리도록 추운 겨울 1997년 12월30일 형장의 이슬로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나는 사형제도의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들이 지은 죄의 무게를 똑같이 받아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하여 우리 역시 그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그들과 우리가 다를게 무엇이있겠는가? 이 부분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일깨워주었다. 사람의 목숨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좌지우지되어선 안된다는 정의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사형제도 폐지를 찬성한다. 이 책의 인세 역시 사형폐지 및 범죄 피해자 가족을 위해 쓰여진다고 하니 의미있는 일이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