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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서해대교 참사가 기억난다. 아는 사람이 서해대교 참사가 일어났던 안개 자욱한 그날 먼 발치에서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는 말을 전했다. 뉴스를 통해 전해들은 사고 소식에 전 국민이 안타까움과 비통한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날 미령과 현욱은 휴가를 가기위해 안개 자욱한 서해대교 위에 있었다. 사고는 순간이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꽝!꽝!꽝!" 여기저기서 부딪히는 자동차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 거기 그곳에서 거꾸로 뒤집혀진 차량에서 미령은 구조되어 나왔다. 현욱도 곧 따라 나올것이라는 눈빛을 보내며 꼭 잡은 두 손을 풀어줬었다.
이 사고가 남편을 없는 세 여자를 한곳으로 모이게 한다.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시어머니 박복남, 꿈속에 사는듯 뻥을 잘 치는 정호순, 현욱과 3년을 같이 살았던 여자 미령.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서 아픈 사람과 그 아픈 사람을 보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들은 시어머니 박복남이 병실에 던져주고 간 3장의 때밀이 이용권을 사용하기 위해 미령이 목욕탕을 드나들면서 느슨한 끈이 이어진다.
남편 현욱이 사라진 자리의 허전함을 돌연 나타나 자신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이구아나에게 의지하며 허벅지에 붙어있는 그 묵직함에 웬지 든든함을 느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서로의 가슴속에 꽁꽁 숨겨만 두었던 아픔이 독설로 내뱉어지고 그러면서도 가느다란 끈이라도 서로 이어져있길 바랬던 그녀들이었다.
현욱의 유골을 시어머니 박복남이 꿀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령은 시어머니 박복남에게서 현욱을 뺏어오려 하고 옥신각신하다 유골함이 떨어져 깨지고 만다.
그 큰 엉덩이로 모든것을 살리려 했던 정호순은 뼛가루가 날릴까 먼지가 묻을까 조심스레 모아 깨진 유골함 대신 젓갈통에 담는다.
먼저 간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끌어안고있던 이 여인들은 유골함을 가지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후 시어머니 박복남의 일터인 목욕탕으로 향하고 따뜻한탕에 몸을 담그며 그여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의지하게된다.
진정으로 현욱을 떠나 보냄으로써 며느리 미령역시 이젠 노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서로가 서로를 떠날날이 언제가 될진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책속의 관계도를 보면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돈간의 얽히고 얽힌 이야기들이지만 이들의 삶에 인간의 고뇌가 그대로 묻어나있다. 소외계층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끊임 없이 되풀이되는 삶의 고단함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