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은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이 팽배한 경계에 위치해 있었다. 그 지역감정의 부피가 큰지역은 전라도 였다. 지리적 위치로 인해 전라도사람들은 항상 피해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농사를 지어도 전라도보다 경상도가 더 풍성하게 열매를 맺는것도 지역감정의 일부분에 속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때부터 지역감정의 칼날을 세운 어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서로의 지역 물건을 절대 사먹지 말자는 식이였다.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그 지역감정이 많이 완화된듯 하지만 뿌리까지 뽑히지는 않은듯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당선되면서 전라도는 비로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 이유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이 어느정도 완화된듯 보였다. 그 뒤를 이어 두번째로 전라도에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본관은 김해였고 이로써 영남과 호남의 해묵은 감정들이 뿌리까지 씻겨나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5년간 집권하실동안 많은 고초를 겪으신걸로 안다. 정치에 가장 무관심하다는 집단인 주부이지만 여기저기 들리는 소리로 조금씩 주워들은 풍월들은 있었다. 금과 은은 전라도와 경상도가 고향이다. 이들이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하면서 그들의 가족들은 근거지를 서울로 옮기게 된다. 이사하는 날이 우연히 겹치게 되고 이들은 휴게소에서 고속도로 사고현장에서 스쳐지나간다. 금과 은은 같은 대학교에 같은 교양을 듣게 된다. 그들은 지독히도 뼈속까지 다르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그 마음을 자연선택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시킨다. 표면적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지역적인 감정을 앞세워 근본적으로 진보와 보수라는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작가는 금과 은을 통해 노무현 정권을 무대로 금은 탄핵 무효를 은은 탄핵 찬성을 외치며 서로의 정치색을 확연하게 드러내놓고있다. 하지만 금은 겉표면은 남성적이고 사교적이지만 품성은 여리고 나약한걸로 비치는 반면 은은 나약하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광기와 강인함으로 묘사하며 좌파와 우파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있다. "강한것은 선하고, 강한것은 아름답다." - 은 정계로의 진출이 목표였던 금과 문학소년이였던 은은 지독한 내면의 성장기를 겪은후 금은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 문학에 몸담고자 하고 은은 배의 바닥짐처럼 이나라에 보수로써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그 이념으로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던 좌파와 우파가 탄핵 무효를 외치던 금과 탄핵 찬성을 외치던 은의 뜨거운 포옹으로 화해를 하는듯 했지만 서로가 나아가고자 하는길은 변함이 없었다. 책을 읽는내내 이해될듯도 하면서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던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정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아는 것도 없지만 이미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빨갱이라 비판하며 다시금 그 아픔을 들춰내는것 같아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 세상에 이미 없는 분을 상대로 화풀이를 하는짓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어느 한 때를 가리켜 인생이라고 한 뿐, 일평생이 인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