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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 떨림,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훈.양귀자.박범신.이순원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쓴 사람의 사생활에 일말의 궁금증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이 사랑이야기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시대 대표 소설가 14인의 생생한 러브스토리를 책 한권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설레였다. 나는 어떤 사랑을 했었지? 내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추억을 더듬어 보며 철썩같이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일꺼라고 믿었다.
14人 14色. 이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들 답게 짧은 사랑 고백으로 그들만의 색깔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책 속에는 남녀간의 사랑, 자식 사랑, 타인들의 사랑이야기 까지, 사랑 종합 선물 세트를 받아들은 듯 했다.
김훈 소설가의 러브 스토리에 가장 먼저 눈길이 닿았다. 그는 어떠한 열병같은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이 그의 심장에 어떤 스크래치를 남겼을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호기심을 억누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한편의 연애소설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김훈 소설가의 러브 스토리는 드러나는 객관적인 대상없이 사랑을 했을즈음 끄적였던 사랑의 메모장 속 단어들을 유추해가면서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그때의 떨림, 그녀를 향하던 눈빛, 그녀의 향기를 이야기 하고 있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김훈의 바다의 기별 中
사랑이라면 그것도 가슴 설레이는 첫 사랑이라면 누구에게나 내 마음에 방한칸 내어주고 평생을 남몰래 들춰보는 그러한 사랑일 것이다.
그 사랑이 인연이 되어 옆지기가 된 사랑도 있었고, 그녀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사랑했던 사람도, 파리에서 만난 긍정의 사나이 브라질맨도, 그녀와 하고싶었던(?) 그의 사랑도 있었으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을 수있는 자식에 대한 사랑도, 더이상의 열정도 시간도 남아있지 않아 꽃같던 첫사랑의 감정만을 간직한 황혼의 사랑도 있었다.
하나의 사랑도 20대가 기억하는 사랑, 30대가 기억하는 사랑, 40대가 기억하는 사랑......
하나의 추억이지만 14人의 소설가들이 풀어낸 사랑에는 그들의 색깔도 분명 존재하지만 나이에 따라 사랑을 표현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방식이 달랐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대상에 대한 추상적인 감정만을 간직한듯 보였다.
14人의 소설가들이 밝히듯이 죽을 듯이 아팠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네들의 추억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장식해 주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가슴떨리고 소중한 기억이다. 나 혼자만 간직한채 꺼내 보고 싶은 첫사랑에 대한 가슴아픈 사랑도, 잊혀져 희미해진 사랑도, 행복한 미소를 떠올리게 만드는 사랑도 그네들의 리얼 러브스토리를 읽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랑이란....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
-고은주 이런사랑, 이런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