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을여자

가을 여자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작가가 여러해에 걸쳐 틈틈이 쓰고 발표한 글들이라 젊음에서부터 늙어가는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온 시간들이 민낯으로 담겨져 있는것 같아 약간의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하는 책 가을여자는 분위기있는 가을에 읽기에는 그렇게 로맨틱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고 내 어머니가 살았고 아버지가 살았던 삶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병아리라는 제목의 부분을 읽다가 우리집 상황과 약간 틀리지만 가족간에 그 미묘한 감정들이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너무 닮아있어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했다. 큰아이가 얼마전 학교앞에서 나눠주는 병아리를 들고 왔지만 어린아이가 있던탓에 키우지 못하고 다른곳으로 입양을 보낸적이 있었다. 내가 어렸던 시절 학교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서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던가?  그 기분이 고스란히 기억이 나지만 어른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괜한 짜증만 부렸다. 책에선 아이들의 아빠가 병아리의 존재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만 현실에선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괜한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나만 그런게 아니야 책속의 아빠도 그러잖아?라며 내마음을 위로했다. 


아이들만을 바라보고 살던 주부들이 다 큰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난 뒤 느끼는 공허함을 언젠가는 느낄터였다. 내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사람도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한 몸 뼈빠지게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울타리 어딘가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상실감을 느끼리라. 내 아이들에게 이성친구가 생긴다면 책속의 엄마처럼 나 역시도 아이몰래 아이의 다이어리를 훔쳐볼 날이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더 나이가 들면 지나간 옛사랑을 추억하기도 하고 한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오정희 소설 가을 여자는 우리가 누군나 한번쯤은 겪었을 사랑에 대해, 가족들에 대해, 친구들과의 이야기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소재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내 맘의 동요를 끄집어내고 있다. 아직 내가 겪지 못했던 마흔살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곧 겪을 내용들을 미리 경험한 듯한 씁쓸하지만 씁쓸하지만은 않은 감정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느 책을 읽다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랑이다."라는 구절을 대하고 어려운 문제를 푼 듯 속이 후련하고 기뻤다.-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