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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에겐, 로맨틱 - 나를 찾아 떠나는 300일간의 인디아 표류기
하정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쓰다가 겹쳐놓은 초록색 이태리 타올 몇 개가 선반 위에서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갠지스 강에서 초록색 이태리 타올을 손에끼고 때를 밀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는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날 문뜩 그녀는 그렇게 운명처럼 이태리 타올을 가방 한구석에 간직한채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인도에서의 10개월 체류기간은 가장 가까이에서 인도라는 나라를 느끼고 경험한 시간들이었다. 2,500원짜리 싸구려방에서 몇일을 보내며 송아지(?)만한 바퀴벌레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옆방의 장기투숙객 프랑스인에게 프랑스어를 배우기도 했다. 인도라는 나라는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은 후 거스름돈 남겨주는걸 굉장히 싫어하고 귀찮아한다고 한다. 거스름돈 대신 사탕을 주는데 거스름돈 대신이란다. 사탕을 주는곳도 그나마 양반이라고 하니.............귀찮니즘으로 참 편하게 돈을 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는 소들이 자유롭게 사람들과 동화되어 살아간다. 그럼 똥은 어디다 싸지? 밥은 어떻게 먹지?란 궁금증이 생겼다. 설마 길거리 아무데나 똥을 쌀꺼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그랬다. 길거리 아무곳에나 똥을 싸고 오줌을 쌌던 것이다. 내가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똥들도 인도사람들은 금방 깨질것같은 달걀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모아서 동그랗게 빚어 불을 필때도 사용하고 벽에 덧발라 추위를 막는데도 사용한다고 한다. 세상에 쓸모없는건 없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는 순간이였다. 인도에서 봤던 특이한점은 남자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인데 처음엔 그들 모두가 게이인줄 알고 피해다니기도 하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기회가 있어 인도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그냥 친구들 끼리 손을 잡고 다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이 친구와 손을 꼭 붙들고 다니듯이....남자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은 금방 떠올리기가 힘들다.
책 속에는 인도에서 지내는 그녀의 이야기와 한국에서 지낸 그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사진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해맑은 웃음뒤에 그런 아픈 상처가 자리잡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남자친구에게 목졸려 죽을뻔한일도 염산테러를 당할뻔한 일도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줄 알았다. 문을 열면 그남자가 있을것같아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웠고 집으로 들어올땐 동네 파출소에 들러 경찰을 대동하고서야 마음놓고 들어 올 수 있었던 집. 그녀는 이야기 한다. 만약 자살이라는 것이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녀는 모든 생각과 행동을 중단하고 인도로 가서 바라나시 갠지스강 가트에 앉아 초벌토기 그릇에 짜이 한잔을 받아 마시며 해돋이 앞에 주저앉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30년 동안 발굴해온 치유법 중에서 단연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까지 보아왔던 인도는 요가의 본고장이자 카레로 내게 각인된 나라이다. 인도에 여행할땐 특히 소지품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과 음식과 물로인한 복통과 설사는 각오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인도는 사람냄새가 풍겨오는 가슴 따뜻하고 가진것 없지만 그 상황에서 행복을 찾아 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였다. 다음에 내가 인도를 여행지로 선택하게 된다면 인도의 저렴한 물가가 내 선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