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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때 과연 어떻게 읽어야할까 잠깐 고민을 했었다. 한페이지안에 세뇨르C의 시점, 타이피스트 안야의 시점, 그리고 세뇨르C가 쓰고 있는 에세이까지.......한페이지씩 읽자니 이야기가 끊어져서 시점을 분류해서 쭉 일어나가기로 했다.
세뇨르 C는 일흔이 넘은 작가이다. 그는 아파트 1층에서 혼자 살고있고 우연히 세탁실에서 매혹적인 젊은 여성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가 아름다워서이기도 하겠지만 젊음의 찬란함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세뇨르 C는 안야(그 여성의 이름)를 자신의 타이피스트로 고용하려 보통의 3배가 넘는 임금을 지불한다. 안야는 보이는것 보다 타이피스트로서의 능력은 별로였지만 그녀를 보는것만으로도 세뇨르 C는 만족감을 느낀다. 안야에겐 동거남 앨런이있다. 안야에게 성적으로 끌리지만 혼자만의 마음속에 담아두며 그 어떠한 내색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은 탓이리라.
안야는 필리핀계 여성으로 젊음을 동반한 대단한 미인으로 묘사된다. 그녀를 보고 그냥 지나칠 남자가 없을 정도로....그녀의 동거남인 앨런은 같이 산지 3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녀에게 푹 빠져있다. 앨런은 안야와 살기위해 그의 전부인에게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했다. 얼마전 그녀는 세탁실에서 세뇨르 C를 만나고 그가 자신에게 매료되었다는것을 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타이피스트로 고용된다. 앨런은 세뇨르 C가 저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앨런은 안야를 통해 세뇨르 C의 돈에 탐욕의 눈길을 뻗치고 안야는 그런 앨런이 낯설다.
세뇨르C가 쓰고 있는 강력한 의견들은 정치적인 것, 여행에 관한 것, 자신의 꿈에 관한 것,아버지에 관한 일까지 통일 되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책은 강력한 의견들과 두번째 일기로 나뉘어져있다.) 세뇨르 C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세사람은 함께 모인적이 한번 밖에 없었지만 때론 셋이서 때론 둘이서 세뇨르 C가 쓴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조율하기도 한다. 안야는 세뇨르 C의 글들이 너무 심각하다고 말하며 좀 부드러운 이야기를 쓰는게 어떻겠냐고 조언한다. 가령 그의 사랑이야기라든가.... 앨런은 세뇨르C가 쓴 글들속에 안야의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그녀를 보고 불순한 생각을 품지 않은 남자가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앨런은 그 일을 빌미로 세뇨르 C에게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는 속셈으로 그의 컴퓨터에 스파이 프로그램까지 깔아 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안야는 늙어버린 세뇨르 C에게 연민을 느끼고 친인척 한명없는 그가 아프거나 죽었을때 자신이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편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끈이 이어진다.
평소 접해보지 않았던 작품의 형태에 잠시 당황스러워지만 그만큼 신선했다. 각자 그들의 관점에서 써내려간 책은 독자로 하여금 한가지 상황이 사람에 따라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 수 있게 해주어 더욱 흥미로웠다. 강력한 의견들에 실려있는 내용들은 우리 주변에서 내가 생각해보기도 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어 관심있게 읽어보았고 책속의 인물들이 그러했듯이 내 생각과 다른 점을 찾아내는 묘미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