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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아샤 미로 지음, 손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아침마당이라는 tv프로그램중 ’그 사람이 보고싶다’란 코너를 즐겨보시던 아버지때문에 나도 종종 그 코너를 흥미롭게 보곤했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어린시절 부모형제를 잃어버린 사람들로 고아가 되어 다수가 해외로 입양이 되었다. 그 시절만 해도 해외입양이 국내입양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시절이였다. 요즘엔 국내입양도 점점 늘어간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해외로 입양된 그들은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찾게되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며 가족이라는 끈을 잡아보려 한다. 그 코너에 나온 사람들이 가족들과 재회를 하는 장면에서 잃어버린 가족도 없는 아버지는 왜 그렇게 우셨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에 대한 연민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2003년에 출간된 갠지스의 딸과 2004년에 출간된 달의 두 가지 얼굴이란 두권의 책이 한권으로 합쳐진 책이다.
아샤는 어린시절의 기억 대부분을 잊어버렸지만 스페인으로 입양된 7살 이후의 기억은 양어머니의 육아일기를 통해 짐작할 수있었다. 해외입양아들 대부분이 사춘기를 겪으며 ’나는 누구인가?’란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겪듯이 아샤 역시 양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면서 궁금증을 억누를 수 없게되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 인도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NGO단체에 참여하게 된다.우연히도 아니 필연처럼 봉사활동을 가는 곳이 아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해준 두곳 뭄바이와 나시크였다.
첫번째 봉사지인 뭄바이에서 그녀가 스페인으로 입양되기 전에 머물렀던 레지나 파치스 수녀원을 방문한다. 7살 이전의 기억은 대부분 시간이란 세월에 바래 사라졌지만 단 한분 아델리나 수녀님만이 그녀의 기억속에 뚜렷이 존재한다. 수녀원에서 서로를 알아본 아샤와 아델리나 수녀님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서는 나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샤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의 끝자락을 끌어내기 위해 아델리나 수녀님께 끊임없이 질문을하고 과거에의 허기를 조금이나마 달랜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그녀의 부모가 누구이고 그녀가 어떻게 버려졌으며 그녀에게 형제자매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아델리나 수녀님은 대답을 외면하신다.
두번째 NGO단체 봉사활동 지역인 나시크는 유명한 순례지로 인도의 가장 성스러운 도시들 중 하나이다. 아샤는 그런곳에서 자신이 태어난걸 특별하게 여겼다. 아샤는 어린시절 처음 머물렀던 나시크의 수녀원을 방문하고 자신을 아델리나 수녀님에게 맡겼다는 니르말라 수녀님을 만나게 된다. 니르말라 수녀님은 아샤가 아버지로부터 세번이나 버림받은 끝에 한 수녀에게 발견되어 이곳 나시크 수녀원으로 오게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아샤의 친아버지는 사망하였고 이복형제들이 있지만 그들은 아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했다. 니르말라 수녀님은 이복형제들이 충격받는것을 걱정해 만나지 않는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아샤는 수녀님의 말을 듣기로 하면서 첫번째 과거로의 여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샤의 두번째 인도여행의 표면적인 이유는 아샤자신을 소재로한 다큐멘터리를 찍기위해서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혈육을 찾기위해서다. 아샤는 레지나 파치스 수녀원을 두번째 방문하게 되고 마가렛 수녀님을 통해 아샤가 과거에 대해 많은 부분을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한다. 아샤의 아버지가 아샤를 버린게 아니라 수녀원에 직접 맡기고 갔다는것, 그리고 그녀에게 언니가 있다는 것, 아샤가 태어난곳도 성스러운 도시 나시크가 아니라 나시크 인근의 작은 도시였다.
그녀의 이름은 원래 우샤였다고 한다. 아샤의 아버지가 어린 우샤를 수녀원에 맡기면서 아샤라는 이름이 희망을 뜻한다며 언니의 이름이었던 아샤와 그녀의 이름 우샤를 바꾸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니 아샤가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인도의 아샤와 스페인의 아샤 ...아샤가 두사람이 된것이다. 마치 달의 두 가지 얼굴처럼.............
" 두명의 아샤가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만났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p 233
니르말라 수녀님의 도움으로 자신의 혈육인 아샤언니를 만나게 되고 언니와 보석같은 짧은 시간을 보낸다. 아샤가 언니의 살아온 날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점점 더 확실하게, 아버지가 자신을 수녀원에 맡기지 않았다면, 아델리나 수녀님이 자신을 스페인으로 입양보내지 않았다면 자신의 삶이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하게된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게 확실한 지금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아샤를 덮쳤다.
"딱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가끔 전화해 줄래?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넌 그냥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면 돼. 그냥 네 목소리만 들을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거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항상 너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p302
엄마에게 가는 길을 읽기전엔 눈물샘을 많이 자극할꺼라 생각했다. 책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는동안 내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아샤가 스페인으로 입양되어 새롭게 얻은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인도에서의 지독한 가난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입양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