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목횟집 시평시인선 31
권순자 지음 / 시평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내 이웃 아낙은 그놈에게 물려 죽었지
그놈이 뒷덜미를 물고 늘어져서 기진한 여자를
데리고 병원엘 갔는데
그놈이 버티고 서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여자는 병원 입구에서 숨이 끊어진 거야
간호사도도 원무과 직원도 그놈 편이었거든  -  애인中

평소 시를 많이 접해 본건 아니다. 소설이 의미를 장황하게 말로  풀어낸다면 시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있다. 그래서 생각하고 생각하며 그 의미를 곱씹어보아야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지는것 같다. 

시의 소재는 다양하지만 권순자 시인의 시집 ’우목횟집’이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이지만 권순자 시인만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재해석하고 있다.

1부에 있는 ’북어’라는 시에서 볼 수 있듯이 나는 북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생태를 바짝말려서 국 끓여먹는 생선이라는 정도이다. 권순자 시인은 북어의 겉모습을 위주로 퀭한 눈, 빈 가슴, 바싹 마른 지느러미등으로 묘사하면서 퀭한 눈이 허공을 담아내고, 빈가슴이 풍경소리를 내며, 바싹 마른 지느러미는 더이상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재해석하며 생명의 불이 꺼져버린 북어에 생명이 있었을땐 바다속을 헤엄쳤지만 바싹마른 지느러미를 가지 북어가 된후엔 공중을 향해 날개짓을 해보라고 한다.

2부에는 ’애인’이라는 시가 있다. 우리의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가난이라는 소재를 담고 있다.
애인이라는 시 속에서는 한 아낙이 나오는데 이 아낙은 가난이라는 놈에게 물려 죽었다.
간호사도 원무과 직원도 가난이라는 놈의 편이였기 때문이다.
2부의 제목들을 둘러보자.  ’아웃사이더’, ’바퀴벌레’,’유랑자’, ’쇠상사화’, ’휘발성 남자’, ’노숙’, ’수선하는 여자’, ’애인’등 소외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권순자 시인은 그들의 노곤한 삶을 시로 대변하고 있다.

이 시집은 4부로 이루어져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담아내면서 바다를 때로는 꽃을 때로는 사람을 소재로 하면서 그 모든 사물들의 삶을 어루만진다.

개인적으로 애인이라는 시속의 가난이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 현재 내 처지를 어루만져주는 듯한....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희망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그 가난이라는 놈을 어루만지면서 잘 데리고 살라는 당부의 말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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