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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도 않아. 나 나름대로 처음에는 꽤 고민을 많이 했어. 글쎄, 내가 아버지의 뒤를 잇다니, 꿈도 꾸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헤매기만 하는걸. 하지만 누구든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는 없을 거야. 평생에 걸쳐서 조금씩 알아가는 걸지도 모르지."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그저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데……."
외삼촌은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렇지 않아. 인생은 가끔 멈춰서 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 네가 이러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 중에 갖는 짧은 휴식 같은 거지.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여기 닻을 내리고 있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또 출항하면 돼."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 제가 자고 있으면 잔소리하시잖아요."
내가 얄밉다는 듯 말했다.
외삼촌은 아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사람은 본래 모순투성이인걸."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말 이렇다니까, 외삼촌은.
"그래서 삼촌은 여행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서 많이 배우셨나요?"
"글쎄다. 어디를 돌아다녀도,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게 인생이라는 거겠지. 늘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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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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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기도밖에는 줄 수 있는 게 없구나. 일전에 어느 피정지에서 들었어. 불교에서 용맹정진
(勇猛精進)
이라는 수련이 있는데 그 용맹정진이 이런 거래. 힘겹고 아파서 더 이상 들어 올릴 수 없는 오른발을 들어 왼발 앞에 놓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왼발을 들어 오른발 앞에 놓는 것. 그 한 발, 한 발, 그게 용맹정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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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평은 힘이 세서 무시하려고 애를 써도 마음을 어지럽힌다. 종일 신고 걸어야 하는 운동화 속에 도드라진 실밥 같다. 작디작은 부분인데 닿을 때마다 살이 쓸리고 물집이 잡혀 걸음 모양까지 바꾼다. 그럴 때마다 오래전에 듣고 새겨둔 선배의 말을 떠올린다.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릴 때는 네가 식당을 한다고 상상해봐. 백 명에게 음식을 팔면 누군가는 싱겁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맵다고 할 거야. 하루는 누구 말을 듣고 소금을 더 넣고 하루는 누구 말을 듣고 고춧가루를 뺀다고 쳐. 그럼 어떻게 될까.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음식이 나올 것이고 그 식당은 망하겠지. 그렇게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 입에 맞는 음식을 꾸준히 해나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네 입맛과 통하는 사람들, 네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속 찾아올 거고 너는 그들과 살아가면 되는 거야."

세평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 입에 맛있는 음식’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부단히 다른 음식도 먹어봐야 하고 연구도 거듭해야 한다. 오랫동안 내 음식을 먹어준 단골의 묵직한 한마디를 새겨듣는 자세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툭 던진 말에 일희일비하고 안달복달하며 매일의 노선을 바꾸는 것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주방장이 휘청거리면 음식 맛도 갈피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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