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그 노트를 꺼내 누운 채로 끄적였다. 기진이 죽은 뒤 새로 생긴 습관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면 다 적었다. 나는 그 노트에 진실만을 적기로 맹세했다. 그게 아무리 형편없고 엉망이고 낯이 뜨거울 정도로 날것의 문장이라고 해도 진실이라면 다 적었다. 처음에는 나의 진실이란 원래 그렇게 부끄러운 것인가 싶었다. 쓴 것들을 다시 들춰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내가 죽기라도 해서 누가 이 기록들을 보게 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쓰고 나면 그 즉시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지만 나는 겨우 참았다. 그렇게 매일 아침마다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게 진실이 맞다면, 나는 그걸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그게 내게는 애도의 과정이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