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시 이 땅과 바다와 공기의 도움으로 살다 가는 덧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때문에 세속의 고단함으로 포장한 욕망과 욕심에 만취해 함부로 부수고 착취할 권리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고, 다른 종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 감히 스스로에게 부여한 특권을 의식조차 못할 때 희망은 없는 거라고. 행동해야지, 행동해야지, 행동해야지. 무엇이더라도.
동시대인으로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든 예고 없이 덮치는 불행이 예외 없이 주는 고통 또한 온전히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 윤리나 도덕의 빈 깡통을 왜 공감과 연민으로 채워야하는지 죽어도 이해하기 싫다는 괴물들은 뜨끔할지도. /주제의 묵직함 덕분에 문장의 과잉이 상쇄되어 다행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