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지옥을 갖고 있다고. 그러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고. 그런데도 매번 내 멋대로다. 말로는 이해하고 머리는 끄덕거리고 마음속으로는 무시한다. 오해하고 배척하고 심지어 가끔은 증오까지 하면서 끝내 아닌척한다. 당신도 나처럼, 나처럼 당신도, 그래서 우리라는 깨달음. 거기에 닿아야 비로소 너그러워지겠구나, 또 되뇐다.
감히 원본을 전복하여 마침내 삼켜버리까지 한 간 큰 자, 원래는 좋은 책인데 멋대로 망쳐놓고 역자 후기까지 남긴 뻔뻔한 자, 한국어 문장도 매끄럽게 쓰지 못하면서 직역이라고 우기는 얼굴 두꺼운 자. 번역은 반역이자 AI 시대에 쓸모없을 일이라고 믿어왔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인물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을까. 그 반대라고 생각했지만 늘 권력이 폭주하면 합리적 제도조차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부끄러움을 모를 ‘수밖에’ 없는 무능은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을 급조했다. 그 천박한 임기응변이 견제와 제어장치를 비웃고 ‘입틀막’ 하는 순간 악몽은 일상이 됐다. 그래도 파국을 수습할 수 있는 건, 있었던 건 공동의 선과 합리적 제도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에 희망의 불씨가 있는 거겠지. 역사의 퇴보를 경험한 마당에 ‘깨어있음’에 대해 그저 이렇게 생각만 해보는 게 참으로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