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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북까페를 통해 여러 책을 접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느끼기에도 감동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안정을 주는 혹은 깊은 생각에 잠기게끔 하는 책들을 여럿 보게 되었다. 한창 취업 준비로 맘 고생할 때 보았던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 이란 책을 통해 자책하던 마음을 버리고 나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아낄 수 있게 되었고, 항상 배우려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가시는 김종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초콜릿으로 시작한 영어] 라는 책을 통해서는 잠깐 포기하려 했던 프로그래머라는 꿈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책 [컬러 오브 워터] 는 그 전에도 가지고 있었던 인종, 종교 로 인한 차별에 대한 생각을 너무 우중충하지 않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게 다시 한번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책은 미국에서 2년간 베스트 셀러에 들며, 고등학교, 대학교 등지에서 교재로 사용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백인 어머니와 그녀가 낳고 기른 12명의 흑인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자연스럽게 미국 사회에 있던 인종 차별을 언급한다. 거기다가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조차 쉽지 않았을 백인 어머니(앞으로는 '루스'라고 하자)의 10대 이야기는 가정 내 성추행과 억압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이 우울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한 권의 코믹한 소설책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기 때문에 책을 펴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의 전개는 저자인 아들의 관점으로 진행된다. 한 챕터가 어머니가 과거를 전해주는 이야기를 서술해 나간다면, 그 다음 챕터는 저자의 어린 시절, 그 다음은 다시 어머니 이렇게 반복되다가 맨 마지막에는 글을 지필하는 시점에 도착하게 된다.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 전개에서 에세이가 아닌 소설책을 접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어머니가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는 대화하는 부분이 많아 책을 본다는 느낌보다는 앞에서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영상물을 접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책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우리네와 비슷한 면도 많다.
이 책을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 12명의 자식이 있는 대가족에서 그들끼리 있을 때 자연스럽게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 여우(혹은 토끼라던가... 여튼) 가 왕이 되는 그런 식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집안 모습과 더불어 서로를 골탕먹이고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아귀다툼을 하는 듯이 묘사하는데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띄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어린 시절 교회에서 본 '자신에게 지극히 친절한 아주머니'들이 축복에 흐느끼고 울부짓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부분도 그러했고, 유치원 버스를 타고 내려서 길을 헤매면서 울던 대목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여러 부분에서 소소한 재미들이 있고, 또한 앞서 말한 내용처럼 인종 갈등이나 종교, 교육 등 다양하게 생각할 부분도 많은 책이다.
이벤트로 받은 책은 정식 발매 전에 가제본 된 책이라 매우 드물긴 하지만 오탈자도 보이고, 종이질도 그리 좋진 않다. 하지만 마치 원래 책 자체가 우리말로 쓰여진 것인양 뛰어난 번역과 내용은 그러한 것을 희석시키고도 남는다.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면서 피부색으로 부터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이슈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번 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