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작은 길 - 소화 데레사 성녀와 걷는 신앙 여정
성녀 소화 데레사 지음, 이인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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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데레사 성녀는 작은 길의 영성으로 유명합니다. 성녀의 작은 길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큰 꿈, 야망, 위대한 업적 같은 개념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보통 우리는 큰 목표를 정해두고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40을 바라봐야 하는 나이인데도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우울증/조울증이 심해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게 마치 큰 죄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위대한 업적은 우리가 세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예수님과의 따뜻한 포옹, 그분과의 진심 어린 대화가 우리에게 필요할 따름입니다. 예수님은 스펙의 유무, 신분의 고하 같은 것들을 일절 고려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과 함께하시고 끝자리를 선택하시는 분입니다. 성녀는 그런 예수님을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성녀에게 삶은 기쁨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은 길은 가장 쉽지만 결코 우습거나 만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넓고 큰 길, 높은 자리를 선택하려 하지 좁은 오솔길, 낮은 자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왠지 모르게 넓은 문과 좁은 문의 비유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실력과 강한 리더십을 포함해 처세술과 인성 같은 것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노력만으로 모두 가질 수 없습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위대한 업적이나 고귀한 신분으로 성인품이나 교회 학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닙니다. 성녀의 작은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남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저는 저만의 좁은 길을 걷고자 합니다. 제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높은 자리가 아닌 하느님께서 주신 끝자리를 선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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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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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기존의 수상작들은 모두 외국인(특히 유럽인)이어서 번역서로만 읽을 수 있었는데 드디어 원서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는 꽤 오래전에 어느 잡지에서 한강 작가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이 너무 좋아서 책도 읽어보고자 했는데 그 글이 실린 책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다. 대신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소년이 온다부터 읽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해서 한강 열풍이 불었다고 하나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사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큰 작품을 이해 못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마침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만났다. 책은 심히 두껍거나 어렵지 않아서 한강 작가님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한강 작가님의 전체 작품에 대한 해설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지 못하더라도 집어 들면 안 될 이유는 없다. 나는 여기에 나온 작품을 거의 다 읽어봐서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어 나갔지만 만일 읽어보지 않았다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골라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나둘씩 읽다보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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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머물 것처럼 곧 떠날 것처럼 - 초대 조선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전기
카미유 뷰르동클 지음, 연숙진 옮김 / 생활성서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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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냉담 상태와 다를 것 없는 내가 감히 이 책의 서평을 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성당에 나가지도 못하는 나에게 서평단 선정이라는 선물을 주신 담당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부족한 글을 쓰고자 한다. 나의 모자란 서평이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구매 의사를 불러일으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책을 읽는 동안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조선 사람보다 더 조선을 사랑했던 목자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자대신 용사라는 표현도 어울릴 것 같다. 당시 조선의 상황은 천주교 신앙인을 향한 유혈박해가 난무했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주교님은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조선을 향한 마음을 일찍부터 품으셨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미래가 보장된 길을 걷고 계셨다. 어릴 때부터 신앙심이 깊고 총명해서 20대의 나이에 사제품을 받고 교수가 되는 등 남부러울 것 없는 탄탄대로였다. 그런 분이 아무도 관심 없었던 조선이라는 나라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고, 무엇보다 조선의 선교라는 일념만으로 자신의 모든 명예를 포기하셨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조선으로 향하기까지의 모든 준비를 의연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셨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결코 두려워하거나 멈춰 서지 않으셨다. 정든 고향,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것도 이미 각오한 상태였다. 주교님은 긴 서신으로써 부모님께 자신의 안부를 전했다.

주교님의 여정은 이제 목숨과 맞바꿔야 할 정도로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뿐이었다. 주교님의 서신을 보면 당시의 상황이 있는 그대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주교님의 굳은 각오는 평범한 사람들의 쓸데없는 만용과 완전히 달랐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위험하고 불편하기만 한 길을 걸으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으셨다. 만일 나였다면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찌감치 좌절하고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든 직분을 포기하고 오로지 순교를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시는 주교님의 발걸음에서 결연함과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여정은 아쉽게도 조선에 도착하지 못한 채 끝나야 했다. 주교님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지자마자 선종하셨기 때문이다. 주교님은 선종하신 지 100년이 좀 못 되어서야 조선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고향에서는 주교님을 위한 추모 미사가 집전되었다. 후손들을 포함해 주교님을 알던 모든 이들은 용사 중의 용사였던 주교님을 기렸다.

오늘날 브뤼기에르 주교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런 만큼 이 책의 서평단 모집 경쟁률도 치열해 조기 마감되었다고 들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결연하고 아름다웠던 발걸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후손들의 공이 크다. 그들이 주교님의 공로를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면 이 책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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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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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는 것,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나도 그렇다. 가족들에게도, 만나 왔던 몇몇 사람들에게도 책을 쓰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다녔다. 이렇다 할 경험도, 보여 줄 것도 없는 내가 책을 쓸 수 있을까? 지극히 평범한 무명인인 내가 책을 쓴다고 알아주기나 할까? 책 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고민을 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읽고 쓰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책을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책을 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책을 낸 사람이 어느 하나가 더 뛰어나고 잘났다기보다 끝까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책을 낸 사람은 완벽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매일같이 시간을 내어 글을 썼다. 유명 작가들도 한때는 쓰레기 같은 글을 썼다. 어느 작가에게나 초고는 쓰레기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퇴고 끝에 명문이 나오는 법이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싶을 때 원고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출간기획서와 목차다. 출간기획서는 투자 제안서와 같고, 목차는 책의 뼈대이고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책을 낼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출간 기획서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책을 고를 때 목차의 내용을 유심히 본다. 목차가 내 눈에 들어오느냐 안 들어오느냐에 따라 책 구입 여부가 달라진다. 그리고 그렇게 구입한 책은 실패 경험이 거의 없다.

작가님의 책은 나 같은 무명인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평범한 사람도 3개월 만에 책을 쓸 수 있다. 전문가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고뇌하지 말고 자료수집부터 먼저 해야 한다. 이런 말들이 늘 생각이 많고 공부만 하는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그렇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의 주제를 먼저 생각한 다음에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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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생각학교 클클문고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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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청소년 소설을 읽었다. 청소년기에 이렇다 할 추억은 없지만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서 뭔지 모르게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하고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겪어 온 또래들은 만만한 친구 하나를 타겟으로 정해서 매일같이 조리돌림하고 괴롭히며 심지어 돈을 뺏기도 했다. 물론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아이들에겐 졸병처럼 추종하며 그들의 말에 동조하고 그들이 빈번히 저지르는 무례함에는 술렁술렁 받아들였다.

나는 돈만 안 뺏겼을 뿐 앞서 언급한 만만한 친구 하나였다. 친구가 없어 늘 눈치를 보았고, 키가 큰 편임에도 몸을 숙이고 다녀야만 했다. 내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걸 싫어했던 한 아이가 엄청 꼽을 주고 욕을 퍼부었기 때문이다(나의 번호였던 숫자 6조차 혐오스러워했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쭉 왕따를 당해서 지금까지 친구가 없다. 물론 나 자신도 겁이 많고 친구 대하기 서툴렀던 문제도 있었지만(이 문제 때문에 선생님들에게 오해를 샀다).

청소년기의 왕따는 대개 차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해환은 다른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없고 친구들과 다른 표현을 쓰는 소위 유식한 척을 한다고 따돌림을 당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최고 인기인인 나애의 눈에 들며 절친이 되었다. 나애는 뚱뚱하고 못생겼던 해환의 외모를 변화시켰고, 스마트폰도 선물하는 등 갖가지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콘텐츠였고, 해환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해환은 수학 문제를 어려워하던 왕따 정안을 도와주면서 친한 친구가 되었는데, 둘만의 교환일기를 나애에게 들켰다. 그리고 정안도 나애의 모함 때문에 왕따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일은 돌고 돌아 나애에게로 돌아왔다. 나애가 왕따를 당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예쁘고 인기 많은 부잣집 공주님이 아니었다. 아무도 그녀의 연기에 대응하지 않았다. 나애는 학교를 더 다니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내가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남을 괴롭히는 게 옳을까. 나만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면 그만일까. 잘못된 줄 알면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왜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단순히 왕따 시키면 안 된다는 가르침보다 청소년기의 갈등 상황에 초점을 두고 나라면 어떤 결말을 선택할지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해환이 자신의 일기장을 모두 모아 나애에게 가져다주러 가는 길목에서 끝난다.

나는 친구들의 의견에 대체로 동조했고, 그들에게 항상 내 몫을 양보했다. 친구 때문에 엄마나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했고, 내 권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그런 일이 누적되면서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주장을 못하는 편이다. 좀 더 성숙했다면 친구들에게 휘둘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당시의 나에겐 그럴 힘이 없었다. 친구의 많고 적음이 우리 때는 큰 권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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